서양 세계에 첫 발을 내 딛는 날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여행 #1일차-2
우주정거장에 온 듯
파리의 첫인상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우주 정거정 느낌. 소매치기에 신경에 쓰느라 핸드폰을 꺼내지 못해서 공항의 튜브로 얽힌 에스컬레이터를 찍지 못했네. 아쉽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우주 정거정을 이동하는 듯한 장면. 맨 인 블랙의 장면 속으로 들어간 느낌. 저들이 보기에는 내가 유색인종이고 희한한 놈이겠지. 물론 아무도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아시아 사람만 보면 괴롭히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나오던데 파리 공항의 첫인상은 관광대국의 모습만 보인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관광객들이 끝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미그레이션 맞나요?
“ 봉 주흐 “
파리에서는 인사를 열심히 해야지. 인사만 잘해도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 않던가.
‘폴리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경찰관이 슬쩍 내 얼굴을 쳐다보너니, 3초 만에 도장을 꾹 눌러준다
“ 메흐시 “
도장 찍어 주는 기계 같은 이미그레이션. 파리는 경찰이 이미그레이션 업무를 하고 있나 보다.
세관이 어디인가요?
나가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네. 가방을 별도로 찾을 일이 없으니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출구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무엇인가 홀린 듯이 튜브같이 생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따라가기로 한다.
‘ 뭐지? 다들 왜 저쪽으로 가지? '
'수화물 찾으러 가는 거 아닌가? '
' 난 저쪽으로 갈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
다른 쪽에 작은 쪽문이 하나 보이긴 하는데. 한두 명만 들어 가는 걸로 봐서 그쪽은 아닌듯싶다. 특히나 티켓을 바코드 센서에 찍은 후 문을 통과하는 걸로 봐서 특정 이유가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인가 보다. 출국 때 알게 된 사실인데, 패스트 패스라는 비표를 받으면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수속을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된다. 비즈니스 좌석 이상의 티켓과 공항 라운지를 이용하는 특별 카드 소지자가 이용할 수 있는 듯싶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사람들의 뒷모습을 쫒는다. 튜브 같은 터널을 따라서 위쪽으로 올라가니 면세점이 모여있는 상가가 나온다. 인천공항이나 간사이 공항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상가. 특별히 살게 없기에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으니 여기저기 일본 단체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어랏. 뭐지'
상점가의 길이가 50미터 정도 될까? 길지 않은 상점가가 끝나자 렌터카 부스들이 나타나고, 보이고, 출구로 보이는 게이트 건너편 길에 정차해있는 버스가 보인다.
‘ 르버스? ‘
‘ 뭐야? 밖으로 나온 거야? ‘
‘ 세관이 없다는 건가? ‘
엑스레이 검사를 하는 세관구역을 통과한 적이 없는데. 파리는 별도의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 건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간소화한 걸까?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 호기심에 르버스가 정차해 있는 곳으로 가본다. 티켓 자판기를 들여다보며 몽파르나스역으로 가는 라인 4의 티켓의 요금을 보니 17유로. 캐리어도 신경 쓰이고, 주변에 혹시 소매치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신경 쓰다 보니 영상을 찍을 엄두가 안 난다.
“ 지폐가 안되네요 “
“ 온리 코인이네요, 아마 “
옆에 있는 외국인이 50유로 지폐를 들고 당황한 눈빛으로 말을 건네 온다. 외국 관광객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듯 카드를 집어 들고,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난 어차피 르버스 티켓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방향을 바꿔서 다시 공항 터미널쪽으로 되돌아간다.
‘ 설마 소매치기는 아니었겠지? ‘
머릿속에 온통 소매치기 생각으로 가득하다. 빨리 호텔방에서 누워서 맥주 한잔 하고 싶다. 방향을 바꿔서 다시 터미널쪽으로 되돌아왔다. 황당하네. 원래 계획은 북역을 통과하는 기차는 위험하고, 전철에 소매치기도 많다고 해서 안전한 르버스를 타고 바로 몽파르나스역까지 가려고 했다. 12시간 비행에 성공한 후, 자신감이 생겨서 급기야 나비고 패스를 구입해서 국철 기차를 타고 숙소까지 가기로 마음을 바꿔 먹게 된다. 간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거지.
터미널을 다시 이리저리 걷다가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 본다. 무인 트램이 있는 정거정. 기차 타는 곳은 아닌 거 같아서 왔던 길로 다시 돌아서 내려간다. 마침 인포메이션을 하는 인도계 안내원이 서있다.
“ 우에 나비고? “
“ 여기는 터미널 1이니까. 오른쪽으로 돌아서 트램을 타고 터미널 3으로 가세요. 여기서 약 5분 정도 걸리는데 거기 가면 나비고를 구입할 수 있어요. “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여직원에게 역시나 잊지 않고 멘트를 날려준다.
“ 메르시 “
“ 해브의 굿 트립 “
파리 공항에서 첫 대화를 나눈 셈. 사전에 여행정보 준비할 땐, 공항에서 나비코 패스를 구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르버스를 타고 몽파르나스역까지 간 후, 도보로 호텔까지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터미널 1,2,3에 위치와 패스 구입처에 대해서 건성으로 파악한 게 공항에서 길을 헤매는 이유이다.
트램을 타고 2 정거장 정도 지나면 된다. 파리의 햇살은 강렬하기에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는데 짐은 많고, 소매치기도 신경 쓰여서 정신이 없네. 선글라스로 바꿔 끼니 눈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고, 강한 느낌이 좀 나지 않을까 싶다. 쫄았던 마음에 뿌듯한 자신감이 생긴다. 푸훗, 선글라스 하나 낀 걸로 희한한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해서 30분 정도 헤맨듯 싶다. 뭐, 이정도면 양호하지. 잘했다. 굿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