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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29. 2019

미드 소마, 우울증

기록이 없으니 강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예약하기 힘든 정성일 평론가의 강의를 그냥 들을게 아니라, 현장에서 들으며 강의가 진행되는 구성을 간단하게 메모하며 듣기로 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대략적인 구성의 스케치라도 있으니 리뷰하기가 편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법을 시도해볼까 한다.


만약 영화 내용을 사전에 알았다면 봤을까 싶다. 끔찍한 장면도 있고, 영화의 톤은 비현실적으로 밝고 화사하지만 찝찝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스포일러가 듬뿍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미드소마>

#1. 동생이 부모님과 함께 자살하는 장면, 시작부터 뭔가 걸쩍지근하다.  
#2. 가족이 3명 죽었는데, 얼마 후 남자 친구와 파티 장소를 간다. 스웨덴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들.
#3. 스웨덴의 헬신그란트 지역 공동체에 방문한다. 동화 같은 밝고 꿈같은 마을.
#4. 72살이 되면 노인들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행한다. 끔찍하다.
#5. 근친상간할 수밖에. 작은 집단이다 보니, 결국 외부인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6. 5월의 여왕으로 탄생. 데니가 주인공이 되다.
#7. 9명의 재물
#8. 데니, 공포의 눈동자에서 웃는 표정으로 바뀜



director’s cut

감독판은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서 만든 편집본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확장판, 파이널 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개봉한 작품을 표준본이라 하면, 어떤 것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변하는 걸 발견하는 것도 감독판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다.


발상의 전환

영화는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이 나온다.  이런 미친 공동체에 대한 영화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지?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정성일 평론가의 강의를 들으니 <미드소마>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다.

 샘의 기발한 설명.  미드소마의 헬신그란트에서 벌어지는 스토리가 이라면?  

끔찍한 공포영화에서 심리 영화로 바꿔 볼 수 있다.  왜 난 이렇게 상황을 재설정할 생각을 못했을까?  영화가 새롭게 읽힌다.  꿈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현실에서 걱정하고 불안했던 요소들을 찾아내서 응징하는 심리 상황으로 읽어본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리에스터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관련 기사는 이후에 찾아볼 생각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 첫 리뷰를 써두려고 한다.

영화를 보는 시선을 바꿔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로 얼마 전 본 <트루 시크릿>과 <식스센스>가 생각난다.  영화의 서사를 쫒는 것에서 살짝 벗어나,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의외의 재미가 꿀 떨어질 수도 있는 듯싶다. 물론, 내 깜냥으로는 어렵지. 정성일 평론가의 빠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울증, 우울증, 조현증

영화 <미드소마>의 주인공 대니의 동생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  주인공 대니 역시 상당히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녔고,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인 상태다.  며칠 전에 본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빙의’ 현상이 있어서 정신과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불안장애로 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은 이야기를 에세이로 옮긴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관심 있게 읽어봤다.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10일간의 기록을 독립 서적으로 묶어낸 김현경 작가의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도 흥미롭다.    

전문서적이 책장에 꽂혀있고,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원목으로 인테리어가 된 공간에서 정신과 의사와 앉아서 심리적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의사는 약 처방을 해준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우울증은 치료가 될 것이라고 수많은 미디어에서 이야기한다.


<사령 >을 찍은 중국 왕빙 감독이 중국의 정신병원에서 다큐를 찍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정성일 감독이 촬영한 <천당의 밤과 안개>라는 다큐인데,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식사를 끝내고 줄 서서 약을 복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을 먹으면 꼭 약을 먹었는지 입을 벌리게 해서 간호사들이 확인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 중국이니까, 저렇게 약만 먹이겠지, 저래 가지고 치료가 되겠어? ‘


심리적인 불편함을 약으로 치료하는 메디컬모델의 실효성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심리상담 영화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다양한 병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정신과에 가면 심리상담과 함께 약물치료를 하면 심리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신과에서는 약물치료가 기본적인 방법인데,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요즘 본 영화에서 심리문제에 관한 이슈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기에 이 부분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대니의 심리

미드소마는 주인공 대니가 현실에서 느꼈던 억압이 꿈을 통해서 발현된 게 아닐까?  영화 속에는 부모들이 어떤 사람인지 나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만 볼뿐이다.  대니와 여동생 2명만 있는 자매인가?  둘 다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동생은 자살할 때 동반자로 부모를 선택한 걸까?  부모를 타살한 걸까?   미드소마 전편에는 이런 내용이 있는 걸까?  나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미드소마 관객의 취향?

영화 중간중간 몇몇 분들이 극장을 떠나기도 했다.  후기에 보면 쌍욕을 하며 나가는 관객도 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휴, 잔혹한 영상이 나올 땐 눈을 반쯤 찔끔 감고, 발가락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런 공포랄까, 엽기적인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떤 취향인 걸까?  감성적이고 예민한 분이 보셨다면 몇 날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할 그런 영화다.  감독과 두뇌게임을 하며, 영화적 메타포를 풀어내는 재미로 자리를 지키는 부류는 아이디얼-컬처 타입들이 아닐까 싶다.   좀 특별한 취향을 가진 타입들로 예술영화를 좋아하고,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으로 영화에 대한 내 생각을 썰 풀어봤다. 뭐,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둬야지, 안 그러면 영화를 봐도 통 남는게 없다. 지난 영화도 찾아서 다시 보며 정리를 해둬야겠다. 영화 리뷰에 맞고 틀리고 가 어디 있겠는가.  생각을 정리해가는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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