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언덕과 푸니쿨라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파리 5일 차-1


엘리베이터 버튼의 1층이 0층으로 표시되어있다. 1층과 지하 사이에 비밀통로로 연결되는 곳일까? 영국이라면 해리포터를 연상했을 테지만, 여기는 파리다. 1920년대의 파리로 나를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에서처럼.


“ 체크아웃? “

“ 농 , 오픈 “

“ 턴 “


짧다. 짧아. 현관문의 도어키를 돌려도 열리지 않아서 프런트 쪽을 돌아본다. 식당 쪽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이 무심하게 대답해준다. 일본 갔았으면 연신 ‘스미마셍’을 하며 문을 열어줬겠지. 그 이전에 아침에 문이 잠겨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면에서 자로 재듯 매뉴얼에 따라 정확하다. 반면에 며칠 안됐지만, 파리 사람들은 적당한 여백이 느껴진다. 한국인처럼 급하지도 않고, 정확하게 재단하듯 생활하지도 않는다. 예술의 도시 파리는 그렇게 천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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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하철 입구



아침 7시 30분에 문을 여는 프랑스 할인점 ‘프랑 프릭스’ 앞을 지난다. 화물차에서 뒷 짐칸에서 음료수와 과자박스를 꺼내서 끌차에 쌓아놓고 짐을 옮기고 있다. 빵집 안에는 5,6명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차도에는 트램이 간간히 지나친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벨리브라 불리는 공유 자전거와 공유 킥보드가 자주 눈에 띈다.


항상 내려가는 지하계단을 내려가서 나비고 카드를 터치하면 시내 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이틀까지는 시내 가는 지하철을 틀리지 않고 타는 나의 길눈에 감탄했다. 길치인 내가 그런 능력이 생겼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파리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지하에서 열차의 방향이 바뀌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입구에 따라서 방향이 이미 결정되어 버린다. 신기한 시스템이다. 다행히 숙소 앞의 지하철 입구가 시내방향이었을 뿐이다.



Anvers 역

몽마르트를 가는 몇 군데 역이 있지만, Anvers 역에서 올라가는 걸 추천한다. 접근성이 좋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몽쥬 약국이 역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쇼핑하기도 좋다. 다만, 관광지에 있기에 가격이 적당한지는 모르겠다. 이른 시간이기에 몽쥬 약국에서 사크레쾨르 대성당 쪽으로 올라가는 골목에는 사람이 한두 명만 있고, 청소차가 물청소를 하고 있고, 그 뒤에는 상점에 짐을 옮기는 화물차들이 몇 대 서 있다. 관광객이 없는 관광지는 여느 파리의 골목과 별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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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반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젊은 여성이 몽마르트 언덕 올라가는 놀이공원 철문 앞을 뛰어가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달리는 운동을 참 열심히 한다.


‘ 어, 뭐야. 못 올라가는 거야? , 저 위에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올라갔지? ‘


몽마르트 언덕으로 올라가는 놀이공원 같은 정원의 철문은 굳게 닫혀있다. 살짝 당황하게 된다.

언덕 꼭대기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걸로 봐서 분명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찾아보기로 하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면 살짝 당황하기도 하지만, 분명 그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을 가지고 천천히 주변 상황을 확인해가면 된다. 지난 1년간 심리상담 공부를 하면서 체득하게 된 나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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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철문 왼쪽으로 10미터쯤 걸어가니 ‘ 푸니쿨라‘ 가 운행 중이다. 나비고 카드가 좋은 점은 푸니쿨라까지 무제한 무료라는 것. 주변의 소매치기나 팔찌 사기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푸니쿨라를 이용해서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다만, 푸니쿨라에는 에에컨도 없고, 장치도 창문을 열지 않기에 공기가 조금 껄쩍하지만, 운행시간은 1분 정도니까 참을만하다.


‘ 아놔, 전쟁 났는 줄 알겠네 ‘


케이블카 문을 열고 몽마르트 운덕의 도로에 발을 내딛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레바논 같은 곳에서 수색정찰 중인군인들의 모습이다. 갈색의 위장복 위에 검은색 방탄 조끼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 뒤에 매서운 눈매를 번뜩이며 금방이라도 소리를 내며 날아갈 것 같은 자동화 소총을 앞쪽을 향하며 걸어가는 4명의 군인들. 2열로 걷고 있고, 뒷열의 한 명은 여자 군인이다. 군인이 가까이 있기에 든든한 면도 있지만, 테러가 상시 존재하는 위험지역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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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쥬르,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


군인처럼 보이는 착해 보이는 청년에게 사진기를 건넨다. 이 친구 몇 컷을 찍어주고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싱끗 웃어주면서 깔끔하게 한마디 던져준다.


“ 메르시 보꾸 “


사크레쾨르 성당 계단 한쪽 구석에 노숙자 한 명이 햇빛을 쪼이고 있고, 그 반대편 계단 쪽을 걷는데 찌린내가 훅 들어온다. 파리에는 화장실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급하면 나라도 어쩔 수 없이 실레를 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궁금해서 몇몇 파리에 살고 있는 한국교포들에게 화장실의 불편함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들은 파리의 생활에 적응을 해서인지 불편함을 못 느끼는 듯싶다.


‘ 저쪽으로 가볼까? ‘


광장에 테이블이 깔려 있고, 카페는 문이 닫혀 있다.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주는 낭만적인 광장이 이곳인 듯싶다.. 너무 이른 시간에 왔기에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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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초등학교가 있다.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로 데려다주는 엄마가 보이고, 아이들끼리 손 잡고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골목길을 잠시 바라본다. 헤밍웨이가 살던 시절에 몽마르트는 바람 많이 불고, 추웠던 거리였을까? 지금은 관광객들이 골목골목까지 셀카 찍으면 돌아다니는 파리의 관광명소인데 말이다.


‘ 봉주르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 ‘


관광객 없는 이른 아침에 동양인 아재가 혼자 돌아다녀서일까? 카페 오픈 준비를 하는 파리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인사를 해야 하는 걸까? 저들이 먼저 인사하기 전에 내가 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인사를 먼저 했으면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뒤늦게 궁금해진다.



사랑해 벽

인스타그램에 보면 사진빨 잘 받는 몇몇 장소가 있다. 도쿄의 어느 카페 담벼락에서 셀카 찍은 사진이 유행한 적이 있다. 파란색 배경에 아크릴 물감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히게 예쁘게 나온다. 파란색이 화면빨이 잘 받는 색감이라는 것도 한 몫한다. 파리 여행 가면 사랑해벽을 배경을 사진을 꼭 찍는다. 배경이 파란색이고, 온갖 나라 언어로 ‘사랑해’가 쓰여있고, 한국어로 쓰인 ‘사랑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왠지 사랑이 영원할 것 같기도 하지 않은가.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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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코딱지 만한 작은 공원 한 귀퉁이에 담벼락이 서있다. 벌써 한국의 커플들이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인 커플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후딱 빠져나왔다. 관광지는 발도장 찍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나에겐.


“ 파흐동 “


웨이터가 눈짓으로 지금 저쪽 테이블 서빙하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눈짓을 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 이들의 서빙 스타일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먼저 끝내고 그다음에 주문을 받으러 오는 것 같다. 왠지 무시당한다는 오해와 착각을 하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당한 것으로 생각해버려 인터넷에 감정을 쏟아붓는다. 뭐, 그런 추론을 살짝 해본다.


“ 우샹 레뚜알레 ? “


안 물어볼 수 없지. 프랑스어 돌려막기 5개 문장 중의 하나이고, 파리에서는 화장실이 급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보이면 가야만 하는 곳이다.


“ 다운 “


아래로 내려가니 화장실 문 앞에 이렇게 쓰여있다.


HOMME


뭐지? 일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서 구글 번역기로 검색을 해본다.


‘ 인간???? ‘


화장실 남녀 구분으로 쓰여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고? 재미있네.

파리 여행 중에 HOMME 단어를 인간으로 생각했다.


‘ 와, 프랑스 사람은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하는구나. 역시 자유의 나라답게 틀에 얽매이지 않는구나. 멋져 예술의 도시 파리. ‘


이렇게 생각하고 인스타그램에도 HOMME에 대한 내 생각을 몇 번 올린 적이 있다. 후후. 프랑스를 하는 지인이 HOMME 은 프랑스에서 ‘남자’라는 말로 사용된다고 알려줬다. 에구구. 인간이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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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파리의 화장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가본 카페의 경우 절반 정도는 화장실이 지하에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을 가려고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왠지 지하대피소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혹시 모르지.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파리에 지하대피소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시설을 현대에 와서 화장실을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 여름에 다녀온 여행인데 게으름을 피다가 이제 5일차이다.

올해안에 12일차까지 끝내는게 목표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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