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갈 수만 있다면
녹취의 향기
1년 넘게 녹취를 하며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녹취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당시 내 프로파일은 다이아몬드 패턴.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루하루 이를 악물며 버텨가는 기분이고, 정말 다 짜증이 나고, 세상 그 누구도 내 괴로움을 이해 못할 거라 생각했기에 답답했고, 그 울분을 술로 달랬다.
개인상담을 한번 받고, 솔루션인 녹취를 시작했다. 매뉴얼이 높기 때문에 내용을 몇 번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마음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자라도 틀리게 타이핑을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하며 녹취를 시작 한지 6개월 정도 지났다.
딱 어느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녹취를 거듭할 때 드는 느낌이 있다. 지하 수천 미터 아래 떨어져 있는 녹이 잔뜩 슨 쇳덩어리의 표면이 떠 오른다. 그 녹이 켭켭이 슨 두터운 표면을 날카로운 쇠로 한 땀 한 땀 쪼아서 벗겨내는 느낌이 들었다. 내 생각이 내 것으로 온전히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수많은 통념과 관습, 당위로 덮칠 되어있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서 꼭 30분씩 타이머를 맞춰놓고 녹취로 하루를 시작한다. 녹취로 마음을 수련한 후, 30분은 생각나는 토픽에 대해서 일기 쓰듯 글을 쓰고 있다. 내 속에 있는 알 수 없는 마음의 형상을 글로 옮겨놓고, 공개하고 싶은 글은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공감을 받지 못하는 글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조회수가 많이 올라갈 때, 뭔가 세상에 내 이야기가 통했구나. 하는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출퇴근하거나 지하철로 이동 중일 때는 황심소 방송 내용을 반복해서 듣는다. 내 성향인 아이디얼 방송을 들을 때도 있고, 가장 이해하기 힘든 로맨티시스트 성향을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100번 넘게 듣는 경우도 있는데, 어느 순간, 앗!! 내가 왜 여태껏 이걸 몰랐지? 하는 순간이 떠 오른다. 참 희한하다. 한번 듣고도 충분히 캐치할 수 있는 건데, 100번을 넘게 듣고 나서야 그 에센스가 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수많은 방송들이 모두 연결되어있는 흐름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기에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이 교묘히 색을 바꿔서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고, 또는 그 문제를 인식할 수 없는 동떨어진 블랙홀 같은 구멍으로 밀어 던져지고 있다. 생각하지 않아서 편하기도 하고, 또 노예처럼 부려먹기도 편하니까.
모든 성향에 녹취가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경우 소설 필사를 3 권했었고, 글쓰기를 하고 있었지만, 내 글이 아닌 남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너무 깝깝했다. 자꾸 쓰다 보면 남의 이야기, 남의 눈치를 보며 글을 쓰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창피하고, 쑥스럽고 부끄럽다고 느꼈다. 자기부정을 하다 보니 자책하고 자학을 하게 되는 경우다.
아직도 성장의 과정이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나만 할 수 있는. 아. 이게 하루켄이구나. 하는 걸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매 순간 고민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어둠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서 생명줄을 벗어던지고, 목숨을 걸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벽을 올라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 까딱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돼버린다는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 확 ‘ 지르며 산다.
10년 해오던 일에 대한 ‘상황인식’ 이 전혀 엉뚱하게 되어있었어, 내 가치와 남의 가치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 부분도 이번에 싹둑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일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상황을 철저히 인식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내 스타일로 새롭게 세팅을 하고 있다. 혹시 그렇게 하다가 기존의 것이 망가지면? 훗. 행운인지 작년에 환경이 크게 흔들리면서 매출이 급락해서 큰 영향을 받을 것도 없어졌다. 망가지면 또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나의 이런 간증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1년간 녹취의 기록들 / 하루켄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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