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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May 02. 2020

작은 성취라도 밟고 가자

새떼의 공격, 사츠프스 저주

생각만 30년 하다 어느 날 문득 떠났다.  

에펠탑을 보러, 파리로.


찜통 같은 한 여름 고3 교실. 앞의 2줄을 제외하곤 자거나 멍 때리는 수포자들.  뒷줄에 앉아 멍하니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이곳은 내게는 감옥이다.  수업시간 내내 상상 속 여행을 한다. 비밀 첩보원이 되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대학가요제 대상 소감 발표 때, 첫사랑 그녀에게 고백하는 드라마를 찍기도 한다. 망상과 공상 속을 헤매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몇 년간 신용카드 마일리지를 꾸준히 모았다.  비행공포증을 상쇄시킬 수 있는 보상을 위해 비즈니스 티켓을 끊었다.  12시간 비행 중 공짜 샤또 와인을 마시면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즈니스석에서 샤또 와인이라. 두려움을 슬쩍 밀어내 본다. 티켓 예약 후, 별다른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하기보다 파리에 2주간 붙박이로 버티며 꼼꼼하게 파리를 느끼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레일 패스 끊어서 국경을 넘나들기는  부담스러웠다. 언어도 안되고, 체력도 달리기 때문이다.  출국 한 달 전 가이드 책을 10권 정도 빌려 메모하고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새떼의 공격

산 꼭대기에 바위를 올리려 할 때, 새떼의 공격을 받아 시츠프스는 바위에서 손을 떼게 된다..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시츠프스는 굴러 떨어진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올리는 걸 반복한다.  목표 앞까지 거의 다 갔는데, 그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 파리 테러 위험도 있는데, 다음에 가는 게 낫지 않을까? “

“ 준비도 많이 못했는데, 좀 더 착실히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

“ 파리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지 않을까? “

“ 12시간 비행을 할 수 있을까? “

“ 가서 아프면 어떻게 하지? “


걱정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새떼의 공격이다. 이 놈들이 쫀다고 손을 놓으면 안 된다. 밀어붙여야 한다.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파리에 다녀온 지 11개월.  잘했다.  


“ 꿈을 가지세요. “

꿈을 가져라. 이런 소리 많이 들었다.  꿈? 꿈을 가지기만 하면 이뤄지나? 꿈만 있으면 되나요?  막연한 소리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녹취할 때 음성파일을 5초 정도로 끊어서 듣고 타이핑한다. 컨디션 좋을 때는 10초 넘게 듣고, 기억하며 타이핑 친다.  중요한 포인트는 잘게 쪼개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작은 성취를 밟고 전진하는 거다.  파리에서 2주간 체류 경험은 뿌듯한 성취감을 줬다. 땡큐 파리!!


지난 1년간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을 보며 다시 초고를 쓴다.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이 있어서 글쓰기에 좋은 자극이 된다.  사람 심리가 묘한 게 티끌만 한 희망이 있어도 그걸 붙잡고 싶어 진다.  불나방이 되어도 좋다.  10 꼭지를 정리해서 독립 서적으로 묶을 생각이다. 또다시 시츠프스의 저주가 시작된다. 새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 글이 허접하잖아.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 “

“ 누가 이런 걸 읽어? “

“ 좀 더 착실히 글쓰기 공부해서 해라 “

“ 개나 고동이나 책을 내는 세상이라니까 “


밀어붙인다. 그래 쪼아라. 바위를 산 꼭대기까지 올린다.  작은 성취를 밟고 전진하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것이다.  


가자.  never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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