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으로 갈아탄 이유

맥주 한 캔 주세요, 아시아나항공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생애 첫 비행은 일병 첫 휴가로 떠난 배낭여행으로 제주에서 서울 올 때 탔던 대한항공 탑승 경험이다.



부산에서 제주까지 12시간 30분이나 걸렸던 페리호가 너무 지겨워 비싸지만 큰 마음먹고 올 때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제주공항에서 대한항공을 끊어야 할지, 아시아나 항공을 끊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난다. 결정장애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어느 선택이 최선의 선택일까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결정에 머뭋거리곤 한다.

그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멤버십을 모두 만들었고, 그 이후로 필요할 때마다 양 항공사를 넘나들며 탑승을 했다. ANA를 이용해서 오사카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스타어라인언즈 계열이라는 이유로 아시아나로 몰빵 들어갔다.



작년에 파리 티켓에 12만 5천 마일리지를 털어냈고, 남은 1만 마일리지는 제주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깔끔하게 올 클리어 된다. 대한항공으로 갈아탄 이유는 비행편수가 아시아나에 비해서 월등히 많아서 마일리지 티켓을 끊기가 수월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제주행 마일리지 티켓을 끊으려면 아시아나 항공은 1년 치 스케줄을 샅샅이 훑어야 겨우 한 장 얻을까 말까 한다.


반면에 대한항공은 널리고 널려서 이참에 큰 맘먹고 바꿨다. 이 결정에 더욱 거세게 불을 지른 것은 아시아나 항공은 근거리 국제선에서 기내 맥주 서비스를 중지했다는 점이다. 저가항공처럼 맥주를 유상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비스 중지이기에 나로서는 섭섭함을 넘어서 기내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비행공포증을 달래던 나름의 치유법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기내 맥주 서비스가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확 바꿔버렸다.




시간이 빠듯해서 공항에서 간단히 음료 한잔 하거나 탑승후 기내식으로 때웠는데 이번에는 여유 있게 먹기로 한다. 이게 뭐지? 인건비 절감 때문인지 식당에는 홀 서빙하는 종업원은 없고 덩그러니 자동판매기만 놓여있다. 메뉴 선택 후 개수를 정하고 주문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화면에 표시된 방향으로 신용카드를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카드를 밀어 넣으면 결제가 진행되야하는데, 첫 번에 제대로 주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은근히 긴장된다.



개수 선택을 잘못하던지, 주문을 했는데 다시 메뉴 선택으로 되돌아가 있기도 하고, 결제를 위해 카드를 집어넣었는데 카드 방향이 맞지 않아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기도 했다. 낯선 기계와 현장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해서 그런 것일까? 뒤편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 놓고 사용법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그 사용법은 물론이고 원리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자뻑하고 있다. 역시 흥미롭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용법을 익히고, 스마트폰으로 찍어두냐면 7월에 파리 여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판기 사용법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파리 가서 먹을 거 없으면 햄버거라도 사 먹어야 되니까 말이다. 또 영상을 찍어두면 나중에 유튜브 영상으로 올릴 수도 있으니,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은 스마트폰이지만 영상을 열심히 찍으려 한다.



이번 오사카 여행은 자축의 의미를 가지고 떠나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선물이다. 100일간 매일매일의 심리 변화를 브런치에 올리고, 그 기록을 독립 서적으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꼴랑 책 한 권 만들고 그 핑계로 놀러 간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나름의 의미 있는 활동이고, 결실을 맺는 데 성공했다.


독립 서적 딱 1권 만든 것도 이렇게 뿌듯한데 출판사를 통해서 기획출판에 성공한 작가들은 얼마나 더 뿌듯할까 싶다. 책이라는 물성화된 결과물만 보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글을 썼을 것이다.


출장이 아닌 순수한 여행으로 떠나기에 맘껏 먹고, 마시면서 오사카에 흠뻑 취하려 한다.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2019.4.26






기능성 스타킹 쇼핑몰 <도쿄뷰티넷> 대표

녹취를 통한 자기 치유 글쓰기와 WPI 심리 컨설팅

생계형 독립제작자, WPI 심리 연구가, <어쩌다 심리> 독립 서적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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