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노미야(선술집) 탐방기
" 어서오세요, 혼자세요 ? 그쪽 자리 비어있어요 "
" 먼저 생맥주 한잔, 생선 회 3종류 모듬 부탁합니다 "
" 처음 오신건가요 ? "
" 네. 외국인입니다 "
" 그래요 ? 처음 오셨으면 서비스 스프 드립니다 "
" 좋네요, 감사합니다. "
난바역 3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광장에 내려 역사 밖으로 나오면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상점가의 횡단보도가 보인다. 이국적인 광고영상이 나오는 마루이 백화점 대형 전광판에 시선이 머물고, 손님을 부르는 경쾌한 로고송에 기분이 들뜨게 되는 이곳은, 오사카 난바다.
안도감과 흥분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디선가 카레향이 은근히 풍겨오고, 정겨운 간사이 사투리가 들려오는 상점가를 걷다보면 슬그머니 코끝을 흐르는 다코야키 소스 냄새가 흥을 돋운다. 인천에서 오후 비행기를 타고 빠르게 움직여도 난바역에 도착하면 7시가 넘기에 계획된 몇군데 술집탐방을 가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야 된다.
파레김과 작게 썰어넣은 두부가 들어간 맑은탕은 후추의 알싸한 풍미가 함께 곁들여져 국물을 후르륵 마시면 그 시원함에 속이 깨운해져 호기롭게 오카와리(한잔 더)를 외치게 된다. 오호,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 다치노미야(선술집)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주변을 관찰하니, 주로 40대이상이고 6,70대도 많은 곳이기에 혼자마셔도 전혀 쓸쓸함이 느껴지지 않는건 내가 외국여행자이기 때문일까 ? 아니면 언제라도 옆사람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오사카 사람들의 오지랖 때문일까?
생선3종류 모듬이 500엔이고, 생맥주 중간사이즈가 440엔이니까 1000엔 이하로 맛나게 한잔 할 수 있는곳으로 부담없는 가격이 계속 술을 부른다. 오늘밤은 최소한 3차 이상을 가려기에 음주속도 조절을 위해 츄하이 레몬으로 상큼하게 마무리 한다. 생선회가 어찌나 신선한지 간장 살짝 찍고 와사비를 조금 올려 먹는데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버린다. 알싸하게 퍼지는 와사비의 향이 코끝을 아리는데 이곳에서 1차로만 끝내야되는게 아쉽다.
교바시 지역은 다치노미야의 성지이며 격전지이기에 주머니가 가벼운 혼술족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오사카 술집투워의 대부분의 정보는 박찬일 쉐프의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에서 관심있는곳을 택했고, 사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지인들의 후기를 참고했다. 인터넷으로 방문전 인기있는 음식을 검색했고, 상점 분위기도 SNS 에 올라온 사진을 보며 어느 정도 파악했다.
교바시 지역의 다치노미야 중 '서민'이라는 곳을 가기로 선택한 이유는 이곳 주인장의 매력때문이다. 눈썹이 하얗게 새신 할아버지인데 손님들과의 친화력이 좋아서 단골손님 뿐만아니라 처음오는 손님과도 격의없이 지낸다는 후기 때문이다. 언어가 되면 더 재미있겠지만, 여행이란 또 현지에서 부딪히며 추억을 만드는 맛도 있기에 용기내어 찾았다. 현지인들과 별다른 교류없이 나홀로 보냈던 지난날의 여행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 저기요, 여행기념으로 사진 한장 같이 찍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
" 물론, 물론. 가능하지. 어디서 왔어요? 중국? 한국 ? "
" 한국사람입니다. "
" 오호, 한국분이시구나. 어이, 여보시게들. 이 친구 한국에서 왔데..한국 "
" 안..안녕하세요, 여러분 "
" 어이..이 친구랑 같이 사진찍게 자네가 사진 좀 찍어봐, 멋지게 찍어"
카운터에서 술마시던 30대초반 남자에게 내 스마트폰을 건내며 사장님은 나와 포즈를 취해주신다. 오호, 역시 친화력이 대단해
" 근데, 벌써 가려고 ? 서비스 안주 먹었어? 어이, 이 친구 스프 줬나 ? 줬다고 ? 어때 맛있어 ? "
" 네, 맛있어요. "
" 어떻게 여기를 알고 왔을까? "
" 한국에서 책에 나온 식당입니다. 책 보고 왔어요 "
" 아하, 책보고 왔어 ? 맞어. 한국사람이 여기와서 얘기한거 같네. "
"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요. 또 올께요 "
" 어, 또 와.. 어이, 여보게들, 한국 친구 간다네"
" 네. 안.안녕히계세요. 잘 먹었어요 "
시작이 좋다. 첫번째 미션은 자연스럽게 잘 된거 같아서 흐믓하다. 좁은 골목에는 아재들이 술맛 돋구는 다치노미야를 찾기위해 가게 안을 기웃거린다. 관광객으로 가득찬 도톤보리 주변보다 현지인들이 대부분인 서민적인 술집에서 한잔하는 여행이 몇배는 더 재미있다. 왜 이제서야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여행을 하게됐을까 ?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하는 그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내 성향에 딱 맞는다는걸 점점 깨닫는다. 나의 색을 만들고 나만의 컬러를 표현하는 삶을 살려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
녹취를 통한 자기 치유 글쓰기와 WPI 심리 컨설팅
생계형 독립제작자, WPI 심리 연구가, <어쩌다 심리> 독립 서적 출간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