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후쿠시마 선술집(다치노미야)

서서 마시는 술집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Fukushima Station, 7-chōme-1-3 Fukushima


혼자만 보고 싶은 책, 박찬일 셰프의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에 소개된 오사카 다치노미야 탐방에 나섰다. 2019.4월, 10개월 후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모르던 그 시절. 알코올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오사카 바 호핑(bar hopping) 여행을 2박 3일간 했다. 도장깨기라고 하던가? 선술집(서서 마시는 술집, 다치노미야)을 테마로 오사카의 핫플에 있는 다치노미야를 찾았다.



간사이공항에서 난바역까지 도착한 여행자는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오사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10년간 꽤 많이 오사카 출장을 다녔다. 뻔한 동선으로 여행하는 출장 스케줄이었다. 제대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다 연락이 되는 세상에 뭐 특별히 얼굴 맞대고 회의할 것도 없다. 2박 3일 동안 질펀하게 마셔보자.


하루에 최소한 3,4차까지 마셔야 되니까, 한 곳에서 폭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 우메다 아래쪽에 있는 기타신지의 밤은 화려하고 고급지다. 난바 쪽 하고는 뭔가 레벨이 다른 느낌이다. 요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라브(클럽)가 한건물 각층마다 가득 차 있다. 술값이 어마 무시하다고 한다.


일본 드라마에서 본 적 있는데 그라브에서 얌전히(?) 앉아서 술만 마신다. 과시하고 싶은 걸까? 아무튼 희한한 문화다. 그들의 밤문화를 알고 싶기야 하지만 아직까지 기회가 없다. 기회가 있으면 가보실라고요? 그냥 웃지요.




기타신지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지역은 잘 몰랐다. 오사카 친구가 후쿠시마 쪽 주택가의 철길 사진을 가끔 보여줘서 좀 허름한 동네일까?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술 마시고 좋은 장소로 꼽으라면 덴마를 빼놓을 수 없다. 아니다. 오사카는 어느 곳의 술집이든 다 기본 이상은 한다. 맛은 좋고 가격은 저렴한 곳. 무한 경쟁의 상인의 도시 오사카다.


후쿠시마? 일본 원전 사고가 났던 동북쪽에 있는 지역과 같은 이름이다. 오사카에 후쿠시마가 있다고? 현지인 술집에서 한잔하고 싶다면? 일본인들 인스타그램 태그를 검색하면 핫한 곳을 찾을 수 있다. 오사카 우메다 역 부근은 자주 갔었지만 왼쪽의 후쿠시마는 처음 가본 듯하다. 나카노시마로 연결돼있으니까 이전에 와봤을 수도 있겠다.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스쳐 지난듯싶다.


익숙한 곳이야 난바, 혼마치 역 부근이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장소, 낯선 거리에서 새로운 술집을 찾아보기로 하자. 익숙한 곳이 편하긴 하지만 긴장감이 없다 보니 좀 지루한 느낌이 있다. 뭐, 케바케겠지만 이번에 좀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



후쿠시마 역으로 나와서 구글맵을 돌린다. 구글맵이 없었다면? 처음 가보는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편리한 점도 있는 반면에 구글맵이 있다 보니 현지인에게 길 물어볼 일이 거의 없다. 자주 현지인들에게 물어봐야 생존 일본어가 좀 늘 텐데... 다행히 지금 가고 있는 다치노미야(선술집) 은 캐주얼한 분위기로 20,30대 젊은 층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한다. 네이버 검색을 해도 정보가 없다. 뭐, 일단 가보는 거지.





숙박 사이트에서 자주 보던 first cabin 퍼스트 캐빈이 여기에 있었구나. 오래전에 캡슐호텔에서 자본적은 있지만 여행 와서 잠자리는 편하게,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해외여행자들과 함께 지냈던 경험도 있긴 하지만, 그건 청년 시절. 단체 생활보다는 프라이빗 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란 사람.


주택가에 드문드문 술집이 보인다. 일본 드라마에 보면 조용한 주택가에 프랑스 식당, 이탈리아 식당 같은 전문식당이 있는 것 같다. 이곳도 평범한 주택가 뒷길인데 식당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런 곳에서 식당 영업이 되는 걸 보면 신기하다. 우리네 프랜차이즈 일색의 창업문화와는 조금 다른듯하다. 근데 어디지? 이쪽 길이 맞나?


여행지에서는 아이폰으로 사진을 팍팍 찍어둔다. 여행 기록을 보고 싶을 때 GPS로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고, 사진 속 글씨를 통해서 특정 이름이나 일본어 표기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여행 중에 찰칵찰칵 소리 나는 아이폰이 좀 신경이 쓰이긴 한다. 조용한 카메라 어플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에서 아이폰을 직구해볼까 한다. 미국 쪽에는 아이폰 사진 촬영해도 소리가 안 난다고 한다.



다치노미 자쿠도 마치루다? 맞나? 잭과 마틸다. 란 뜻인가? 밖에서 안이 잘 보여서 꽤 조용하고 일본틱한 분위기다. 들어가 보면? 굉장하다. 정말 캐주얼하고 젊은 분위기다. 오사카 교바시 쪽의 다치노미야의 아재들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자리가 꽉 찼다. 완전 100% 현지인. 물론 메뉴는 일본어. 일본어가 안되면 좀 불편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오사카 상인들은 워낙 친절하니까 한번 부딪쳐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일하는 스태프는 전부 20대로 보인다. 젊다. 젊어.



카운터 자리에 서서 먹는 곳이다. 빈 그릇은 선반 쪽에 올려놓으면 치운다. 주문하면 선반 위에 올려둔다. 난 이런 분위기가 좋다. 빈자리가 몇 군데 없어서 안내해 준 자리에 위치했다. 위치했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선술집. 서서 먹는 재미를 한번 느껴볼까나? 아하, 진짜 어렵다. 메뉴판을 들어보니 읽을 수 있는 메뉴도 있지만 그게 맛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옆자리에 혼자 온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에게 안주 추천을 부탁해본다.



오사카 출신으로 지금은 도쿄에서 핀테크 업체의 CEO라고 한다? 생존 일본어로 통하지 않아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본다. 영어 발음이 버터다. 오호, 이 친구 영미권 유학파라네. 일본 사람 영어 못한다고 하지만, 잘하는 사람도 많다. 인구가 1억 3천 명인데 영어 잘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 이 친구 안주를 산더미같이 시킨다. 슬슬 우리는 취해가기 시작한다. 주거니 받거니 다치노미야의 매력에 빠져드는 밤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술친구. 생맥으로 시작해서 니혼슈 청주까지 섞어마시며 꽤 오랜 시간 둘이 떠들었다. 연락처를 교환해서 서울 와서 몇 번 연락을 했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다. 새침데기 도쿄 사람보다 간사이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금방 친해질 수 있고, 사교적인 스타일 때문인듯싶다. 이 친구도 과음을 했는지 내 생맥을 자기 술로 알고 벌컥벌컥 마신다. " 끄덕, 이거 내 술 아니네? " 빙긋 웃고, 사케를 따라 마신다.


오호, 이런 털털한 맛이 좋다. 여행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 건 아니지만, 이 친구는 일본 사람 치고는 좀 독특했다. 아마도 일본에서도 꽤 튀는 스타일로 살았을 거 같다. 자기표현이 분명하고, 독특한 친구.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서로 통하는 게 있어서 기분 좋은 밤이었다.



2차도 가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이미 서로 꽤나 취한 상태. 전철역까지 날 바래다주고 또 보자고 손 흔들어 주던 친구. 그날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다. 만취한 얼굴은 가릴 수밖에.... 아저씨, 이제 몸 생각하면서 드셔야 합니다.



2019. 4. 29. 지하철을 타고 난바 역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덴덴 타운의 도요코인에 묵었을듯싶다. 여행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오사카 후쿠시마 술집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 여행이 사라진 세상. 다시 여행이 시작될 그때를 위해서 일본어 공부를 해볼까... 이러다 히라가나도 다 까먹겠다.






서울에도 선술집(서서 먹는 술집, 다치노 미야) 가 있나 싶어서 검색해봤다. 오호, 있다. 그것도 겁나 힙하다. 요즘 을지로 특정 지역을 힙지로라고 부르나 보다. 을지로 3가에 있는 스탠딩 바 전기. 이곳은 국내 최초 다치노미야.라고 브랜딩 하기 시작했다. 퓨전한 인테리어와 음식이고, 분위기는 딱 오사카 후쿠시마의 캐주얼한 다치노미야 스타일이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다치노미야는 1960년대까지 선술집으로 인기를 끌었나 보다. 현재 남아있는 곳은 몇 군데 없다 한다. 신촌 서강대 건너에 있는 연남서식당(서서갈비)는 한번 가봤다. 고기 육질이 기가 막히게 좋다. 기댈만한 카운터(긴 테이블)이 없어서 30분 이상 버티기 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회전율이 굉장히 빠른 장점이 있다.


종로 순라길(경복궁 돌담길 쪽으로 예전에 순라가 순찰을 했나 보다?)에 힙한 바가 많다고 한다. 스탠딩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종로 3가 뒷길 쪽에 도레미잔술집뚱순네 선술집이 남아있다. 그중에 뚱순네 선술집이 안주 무료, 잔술 값만 받는다고 해서 노년층들에게 인기가 있는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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