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예언자 오라클, 그녀의 집에 걸려있는 문구 “ 너, 자신을 알라 “ 는 영화에서 몇 번 등장한다. 왜 이 말을 몇 번씩이나 강조를 하는 걸까? 자신을 안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고,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당황하는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2년 전 wpi 심리검사를 하게 된 후, 인간 심리에 관심이 생겼다. wpi 심리검사를 하면 자신의 성향을 보여주는 심리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 나의 욕망이 무엇이고,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할 때, 나는 불안해진다. 사람마다 개별적인 심리특성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변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온 “ 너, 자신을 알라 “ 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네오는 자신이 ‘그’라고 믿기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길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임무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 이미 루틴처럼 정해져 있다고 매트릭스 설계자는 말하지만, 네오는 다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희생이라는 비용을 동반한다.
여기서 난 운명이라는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묻는다. “ 당신, 왜 태어나셨어요? “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진짜 황당한 질문 아닌가? 미친 x,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 태어난 거 기억도 안 나는구먼.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태어난 이유도 없으니, 반대로 지금 죽어서는 안 될 이유도 전혀 없다면? 이 무슨 궤변이냐고?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살아있는 동안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알아내고 싶다.
자, 다시 물어보자. 당신은 나는 왜 태어났는가? 네오의 임무는 뭔가? 네오의 운명은 시온의 파괴가 임박했을 때 소스로 흡수되고, 시온의 소수 인간을 뽑아서 인류를 존속시키고, 기계문명을 계속 유지하는 시키는 것이다. 기계들 입장에서 보면 네오는 매트릭스 시스템의 오류를 최종적으로 디버깅하는 최후의 알람 역할일 수도 있다.
네오의 운명, 그 하늘이 준 소명을 다하는 것이 네오의 존재의 의미이다. 우리 또한 분명 태어난 이유가 있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은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과정 동안 끊임없이 자기 수련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네오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자신의 내공을 만들어가는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10년 정도의 수련의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내공이 만들어진다.
시간이 되면 소명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온다. 세상이 정해놓은 틀이나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믿음으로 남다르게 그 일을 행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정해진 규정, 규칙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차별화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wpi 심리에서 분류한 인간 성향으로 보면? 아이디얼리스트 종족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그들은 이상한 나라에 뚝 떨어진 앨리스처럼, 또는 깐따삐아 별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도우너처럼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모두들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함께 무리 속에 들어가 있을 때 안심하는 한국의 대중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은 외톨이, 사회 부적응아처럼 대접받고 살아간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우울감, 무기력증 다양한 불안증세를 느끼게 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디얼리스트 경우, 세상이 만들어낸 보편적이라는 허위적인 기준을 따라가게 되면 자신의 삶은 황폐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 영화 <어디 갔어? 버나휴>에 보면 일상의 삶에 매몰돼버려 우울증 환자 취급받는 장면을 보게 된다.
다시 영화 매트릭스로 돌아가 보자. 매트릭스의 불안정이 그 정점에 달하면 시온의 파괴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시금석으로 작용한다. 마음이 육체를 통해서 그 불편한 상황을 알리는 방법으로 ‘통증’을 이용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욕대 재활의학과 존 사노 교수의 <통증 혁명>을 보면 마음이 신체를 통해서 보내는 다양한 통증 신호에 대한 임상병리학적 접근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마음은 간사하고 우리 육체는 우직하기 때문에 마음을 대신해서 통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인 상처와 감염에 의한 통증이 아닌 심인성 통증의 경우는 지금 내 마음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걸 인식 못하거나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경계신호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 10년에 한 번씩 허리디스크 통증이 발생했다. 병원에서는 디스크 협착, 또는 디스크가 튀어나온 허리디스크 병이기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6개월간 한방치료와 진통제를 먹으며 보존요법과 걷기 운동을 했다.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일상생활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정말 버티려고 온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니 마음과 몸이 지칠 때로 지쳐버렸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2017년, 집에서 오랜 시간 누워있다 보니 팟캐스트를 많이 듣게 되었고, 그때 우연히 듣게 된 방송이 황심소였다. 6개월간 황심소를 들었고, 2018년 초부터 6개월간 소설 필사를 3권 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때쯤인 듯싶다.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았고 점차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뭔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내 속의 외침이 뚫고 나왔다.
2018년 8월. 황 박사님께 개인상담을 신청했고, 그동안 나 자신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설명하고,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문제가 무엇인지? 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1시간 동안 나 혼자 거의 방언 터지듯 말했다. 심리상담 방송을 녹취해보라는 솔루션이 강하게 내 머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6개월간 브런치에 100일간 글쓰기에 도전했다. 매일매일 뭔가를 써야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별로 쓸 말도 없는데 써야 하는 것 같은 규칙은 나를 좀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건 꼭 필요했다. 왜냐하면? 시지프스 상태에 있는 경우 마지막 정상에 돌을 올리려는 그 순간에 꼭 새떼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떼들은 바위를 끌어올리는 손을 쪼아서 결국 손을 놓게 만들고, 바위는 결국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시치프스는 다시 또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연명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다.
6개월간의 글쓰기를 마친 후, 자가 보유하는 한 권의 독립 서적을 만들었다. 초고를 6개월간 썼고, 그 원고를 내가 직접 제본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든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다시 4개월 후, 감옥 같은 고등학교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꿈꾸던 소년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그곳, 파리를 향해서 중년의 나이에 나 홀로 2주간 여행을 떠난다. 아이와 집사람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만큼 내 마음은 변화를 갈구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다. 새로운 나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데미안>처럼 알을 깨고 나오는 용기가 필요했다.
일본 출장으로 비행경험은 꽤 많지만 12시간이나 걸리는 파리 여행은 비행공포증이 있는 나에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역시나 마지막에 여행을 포기하거나 취소하고 싶은 유혹, 또는 약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나 마지막에 새떼의 공격이 또 시작되는 것이다. 그 고통을 견뎌야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정상에 올려야 한다. 큰 바위로 시작했더라도, 작은 돌멩이를 쪼개서 라도 꼭 정상에 알박기를 해야 한다. 그런 작은 성취감이 쌓여야 앞으로 계속 큰 돌을 굴려서 올릴 수가 있게 된다.
2주간 파리에서 매일 글을 썼다. 글공부를 해야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의 내 마음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언젠가 그 글을 다듬을 능력이 되면 그때는 퇴고를 거듭해서 책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났다. 2020년 7월, 텀블벅을 통해서 독립 서적 펀딩을 시작했고, 펀딩이 성공해서 첫 출판을 시작했다. 지인들과 SNS 이웃분들이 응원해주는 의미로 책을 구입해주었다. 내 지난날의 속살이 그대로 담겨있기에 처음에는 뻘쭘하고 망설여졌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런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4개월 후, 부크크 출판사를 통해서 POD 방식으로 정식 출판되었다. 현재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에서 판매 중이다. 또한 책 출간을 인정받아서 네이버 인물검색에 ‘작가’로 등재되었다.
마지막으로 10년간 운영해 오던 사업이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의 중심에 들어서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운명이 내게 선물한 낭떠러지 앞에서 그동안 망설였던 것들을 꺼내서 시도했다. 나만의 브랜드로 제작한 종아리 압박밴드를 만들어서 첫 론칭을 12월 31에 시작한다. 10년을 넘기지 않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다.
가슴속에 박혀있는 칼날이 경제적 문제와 깊게 연결돼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돈 생각하는 건 왠지 나를 찌질하게 만드는 것이라 애써 외면해왔다. 3년 안에 경제적 자립을 통해서 완벽한 심리적 독립을 하려고 한다. 그 실천을 위해서 현재하고 있는 일을 이제까지 와 다른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창업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려 한다.
황심소를 알게 된지 3년이 흘렀다. 현재 wpi 심리전문가 과정을 끝내고, 사례분석과정을 계속 참여하고 있다. 또한 녹취를 통한 심리성향별 분석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아이디얼리스트 성향만을 계속 자료 정리를 하고 있다.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나 M자의 경우, 어떤 식으로 wpi 심리를 들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황심소 방송을 성향별로 정리하고 있다.
나 나름대로 나를 wpi 심리연구가라고 규정했다. wpi 심리는 황상민 박사가 30년 넘게 연구한 방대한 심리자료가 있다. 내가 1주일에 1 케이스를 녹취한다 해도 1년에 연구할 수 있는 사례는 48개, 10년을 해도 480개. 1천 개 케이스를 하려면 20년은 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남은 내 인생을 wpi를 연구하며, 그 연구를 통해서 얻게 된 생각으로 내가 지난날 방황하며 살아온 수많은 시간과 세월 속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다시 재조명하려 한다. 나를 알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잃고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고 싶다.
네오가 ‘그’라고 믿고 시작했듯이, 나는 ‘나’라고 믿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나의 소명을 시작하려 한다. 또 새떼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껏 그랬듯이 나는 알박기를 시작한다. 지금 이 글을 일단 정상에 투척한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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