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압박밴드 런칭일지
패키지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이드를 만들고 싶어졌다. 참고용 이미지와 기본 컬러 3가지만 지정하고, 타깃과 콘셉트 설명을 하고, 가이드 시안은 내가 제시하지 않았다. 자꾸 내 의견을 넣고 싶다. 지난날 내가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동작업을 진행할 때, 설명하는 게 답답해지면 내가 직접 하는 게 속 편했다. 그런 식으로 작업하면 능력도 안되면서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혼자 독고다이로 하는 버릇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다.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작은 사무실에서 몇 명이 모여 함께 작업하는 디자인 업체를 찾았다.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고, 참고 이미지를 보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피드백 오는 속도와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를 파악했다. 비용적인 부분도 고려했지만, 너무 뻔한 틀에 박혀 있는 업체보다는 좀 아마추어 같아도, 유연하게 일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패키지 디자인은 결국 개인 디자이너에게 그 몫이 돌아갔다. 작업 기일은 일주일인데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는 불평이 몇 군데서 보이긴 했다. 충분히 감안해도 가성비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결국 작업은 2주를 초과했고, 제작 일정은 그 이후로 꽤 많이 지연되었다. 마지막에는 조금 일정을 쪼여서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한 후, 시안을 받았다. 오호, 보통 시안은 1개로 주는데 이 친구는 최종 시안을 2개로 준다. 하나는 밝고 경쾌한 이미지였고, 또 다른 하나는 의료기기 느낌이 나고,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 애매했지만, 난 후자가 더 당겼다. 의료기기로 등록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외국 상품 같은 느낌이 풍겨졌기 때문이다. 빛보다 더 빠르게 난 B 시안을 선택했다. 옆지기에게 물어보니 A 시안이 밝은 느낌이 있지만 B 시안이 좀 있어 보인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A, B 시안을 올렸다. 그 외에 몇 군데 SNS를 통해서 의견을 물었다. 오호, 결과는 아주 의외였다. 3,40 대 여성들 거의 대부분은 A 안이 밝고 경쾌하고, 또 콘셉트를 잘 반영해서 좋다고 한다.
뭐지? 정말 그런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물어보니 뭘 그렇게 뻔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A라고 답한다. 그 이유를 물어본다.
“ B는 너무 칙칙해. 그냥 A 가 좋아 “
속으로 생각했다. ‘ 녀석 쥐뿔도 모르면서 ‘라고 생각하다가, 아뿔싸. 맞다. 또 나 스스로 정해놓은 정답과 같은 생각에 매몰되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이 제품의 주요 고객은 2,30 대 여성이다. 그들이 선호하고 친숙해하는 디자인을 선택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은 방향성이 잘못되었다. 양산하기 전에 미리 점검하기 위한 샘플 제작을 위해 출력소에 최종 출력 파일을 보냈지만, 바로 취소하고 B 안으로 교체했다.
사람 마음이 진짜 간사하다. 분명 B 가 멋지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흠잡을 때 없이 괜찮았다. 오히려 A가 애들 영양제 디자인 같아서 좀 유치해 보였다. 그런데 디자인을 A로 확정한 후, A 디자인이 더 예쁘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A 샘플을 받았다. 오호, 모니터로 볼 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다. 로고 캐릭터도 살짝 유치해 보였는데, 실제 인쇄된 것을 보니 귀엽다. 그동안 노력한 그 시간과 열정이 느껴져서 일까?
샘플용 패키지를 목공용 접착제로 붙여서 최종 상태를 확인했다. 앗,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게 보인다. 접착면이 앞으로 돼있다. 끝선 처리가 앞쪽으로 되니까 지저분해 보인다. 이게 왜 앞으로 있지? 원래 그런가? 집에 있는 박스를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화장실의 수납장에 있는 치약 박스부터 비누 박스, 다양한 박스를 찾아서 자세히 그 접착면을 살펴봤다. 5개 중 1개만 접착면이 앞쪽으로 있고, 나머지는 모두 뒤쪽으로 그 접착면이 있다. 기왕 만드는 것 제대로 깔끔하게 만들고 싶다.
왜 접착면이 앞으로 온 거지? 인쇄소에 문의를 하니, 자신들에게 수정 요청하면 다시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일러스트 파일에 새로 앉히면 될꺼같은데, 내가 일러스트를 할 줄 모르니까 손도 되지 못하고 있다. 패키지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에게 수정 요청을 할까 하다가 그만둔다. 이 친구는 디자인 감각은 있는데, 인쇄 경험은 전무한 듯하다. 서로 업계 상황을 모르는데 아마추어 둘이서 진행해봐야 답이 없다..
결국 칼선 제작을 해준 디자이너에게 수정이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는 현업에서 20년 이상 일해온 베테랑이다. 디자인 작업보다 수정 작업이 더 많이 나오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최소 금액으로 흔쾌히 수정을 해줬다. 현재 진행 중인 인쇄소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쇄 포맷을 너무나 정교하게 원해서 현재 3차 수정을 하고 있다. 칼선,접착면,오씨까지 파일을 따로따로 정리해달라고 한다. 작업하는데 그런 방식이 깔끔 하니까 그렇게 하겠지. 이후 작업도 최종적으로는 베테랑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최종 출력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결국 한 달 만에 최종 출력용 파일이 검품에 들어갔다. 아마 오후쯤 그 최종적으로 확인되고, 인쇄에 들어갈 것 같다. 한 시간 후, 최종 제작 승인이 났다.
독립 서적 제작, 또 자체 브랜드 칼로리컷 제작을 하면서 스스로 뭔가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것의 매력을 느꼈다. 그 심리적 영향으로 최근에 작업한 유튜브 영상은 기존의 나의 틀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나 스스로의 또는 남들의 시선, 틀을 의식하며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그런 틀에서 자유로워지니까 작업이 훨씬 편해졌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이기에 독립 서적 제작은 계속할 것이고, 자체 브랜드 칼로리컷도 계속 키워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좀 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무형의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해볼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wpi 심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메일링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2년간 wpi 심리를 녹취하고, 사례분석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메일링 신청해준 독자들과 함께 황심소 콘텐츠와 또 각 개별 독자들의 상담내용을 함께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1달에 1만 원으로 구독하는 유료 메일링 서비스를 하는 게 그 목표다. 한 달간 사연을 꾸준히 듣고, 그 내용을 고민해서 매달 한 권의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인디자인에서 편집하고, 최종 파일은 pdf로 퍼블리싱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성장,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독자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양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매 순간순간 생산활동을 만들어낸다. 내 마음대로 내 생각을 물화시켜서 서비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에이, 내 까짓게 어떻게 그런 걸 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각 개별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명확하게 만들어내고,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게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습으로 앞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그 글이 30개가 모이면? 브런치 북으로 엮을 생각이다. 모든 글 하단에는 내 글을 읽어주고, 도움이 되셨거나 또는 나의 행보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응원받고 싶다. 그 장치의 하나로 후원을 받는 카카오 뱅크를 오픈한다.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을 받을 만큼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마음의 표현이다. 뭔가 가슴이 좀 뻥 뚫리는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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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컷 종아리밴드 판매처 : 도쿄뷰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