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하루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마라톤

마라톤 is 연필이자 편집자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청년시절 자주 봤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 배경이 흘러가거나 모션블러 없이 화면이 뚝뚝 끊긴 것처럼 촬영한 거리 풍경이었다. 왜 그 화면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까?


만약 중경삼림 영상처럼 현실 속에서 나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면 인지 왜곡을 경험했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일상 속에서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기에 무기력한 상황에 있다면 마라톤을 추천한다. 걷기와 다르게 마라톤은 심리치유 효과를 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우리는 걷는다. 웬만해서는 뛰지 않는다. 걷는 것이 일상적인 행위라면 뛰는 것은 비일상적인 행동이다. 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래 뛰는 마라톤은 일상의 틀을 깨고 비일상적인 자극을 만든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은 관점이 다르다. 거친 호흡으로 뛰다 보면 혼란으로 뒤섞인 마음이 정리된다. 내 경우는 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정리하지만 다른 이들은 마라톤 후 휴식 중에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각자 성향에 따라서 그 방식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끈기 있게 일을 끊맺음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마라톤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오래 뛴다는 것은 매 순간 맞닿을 수밖에 없는 도전이다. 한발 한발 내딛으며 마주하는 도전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견디며 성취할 것인가? 마라톤이 선물하는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라톤을 함께 해보자.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다. 그저 편한 운동화를 신고 뛰기만 하면 된다. 비싼 팬츠, 레깅스, 운동화를 사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평소에 신던 신발을 신고 뛰면 된다. 일단 시작하고 필요할 때 장비를 구입하자.


일상이 너무 평면적이라서 지루하고 의미 없다고 느낀다면 마라톤으로 하루를 새롭게 디자인해 보자.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며 하루를 새롭게, 내 방식대로 편집한다. 마라톤은 나를 표현하는 연필이자 새롭게 구성해 주는 편집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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