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5 틀에 박힌 통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M자의 이야기
2018.10.12 황심소 팟캐스트 내용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디얼리스트 고등학생의 이야기. 미국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영화과를 가야 되고, 서울에 있는 영화과를 가야 되기 위해서는 시놉시스를 잘 써야 되는데 잘 안돼서 고민하는 학생의 심리상담이다. 프로파일은 아이디얼,매뉴얼 타입.
나 역시 영화를 좋아한다. 고3 때 야자를 땡땡이치고 1년 동안 100편 정도의 영화를 봤다. 영화관에 앉아있을 때 행복하고 편했다. 요즘도 1주일에 영화를 2,3편씩 본다.
왜 영화가 좋을까? 첫째, 지금의 내 현실에서 벗어나 욕망실현이 가능한 가상의 세계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판타지는 계속되었다. 첫 학교는 군대 제대 후 복학해서 얼마 안 다니다가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과사무실로 찾아갔다. 소심쟁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 저는 실기를 하지 못해서요, 수능점수로만 지원하고 싶은데요. 가능할까요? “
“... “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지만 꽤 고득점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들었다. 1년 6개월 정도 내 인생에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오직 연영과를 가겠다고. 열정은 기특하다만. 영화를 하기 위해서 연극영화과를 가야 한다는 틀에 박힌 답안 같은 행동을 왜 했을까 안타깝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이런 통념에 사로잡혀서 행동하는 패턴은 매뉴얼이 만빵이라서 그렇다. 무슨 핑계때문이였는지 모르겠지만 학교는 연영과 대신 영문과를 진학하게 된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간 영문과는 겨우겨우 졸업을 하게 된다.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없이, 막연히 그곳에 가면 뭔가 짠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건 없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세상 그 어느 곳에 가도 새로운 나를 만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일을 전전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 영화 홍보 마케팅을 했다. 근사할 것 같았던 영화 주변부의 일이란 게 참 허접하게 느껴졌다. 오래가지 못했다. 몇 달 견디지 못하고 무단 퇴사하게 된다. 나갈 때도 갈끔하게 정리하고 퇴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다. 뭐가 문제인가? 하면 되잖아.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면 영화판에 들어가서 일하면서 배우면 된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면 된다.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면 된다. 심리상담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으면 심리학과를 가야 되나?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장사를 배우고 싶으면 장사판으로 들어가면 된다. 영화를 찍고 싶으면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 뭘 해야 되고, 뭐가 있어야 되는 옵션을 계속 넣으면서 허들을 만드는 건 핑계다. 아직 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덜 있기 때문이다. 좀비처럼 살만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된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처음 시도했던 안도다다오 건축가는 건축을 스스로 터득했다. 건축설계도면을 필사하듯 베끼고 실제 건물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공부했다. 일본 전역에 1400개의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 책을 파는 서점은 이래야 된다는 통념을 허물고 새롭게 재정립했다. 단순 잡화점과 츠타야 서점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잡화 상품의 판매를 통해서 이득을 얻는 것이 잡화점이라면 츠타야 서점은 공간의 편안함과 통념의 해체를 통해서 고객에게 행복한 체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 무엇을 할 때 이것은 이래야 되고, 저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시작해서 이러저러하게 해야 된다는 통념. 누가 정한 것인가? 그게 내 생각인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대로 해보자.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부족하면 부족대로 시작하자.
혹 이 글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오해할 수 있어서 끝으로 글을 남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성향, 즉 M자형 아이디얼, 매뉴얼 만빵의 프로파일이 느끼는 감정이다. 지금 이 글은 그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면밀히 관찰하면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참고: 팟캐스트, 팟빵,유튜브에서 <황심소>를 검색하시면 황상민 교수가 진행하는 황상민의 심리상담소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