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4 도움이 필요할땐 도와달라고 하자
주말에 자투리 시간이 2시간 남았다. 교보문고에 가서 일러스트,드로잉 관련 책을 뒤적여본다. 그림을 그렸던 시절이 있었다. 기억으로는 중학교 2학년때까지 미술을 했었다. 미대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 집안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있어서 나까지 그림 그리면 안될꺼라 생각했다. 핑계다. 그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항상 남아있다. 미술학원가서 뎃생 공부를 하려고 홍대쪽 학원을 알아본 적도 있다. 만화쪽이 더 맞을꺼같아서 만화학원도 알아보기도 했다. 매뉴얼이 높으면 딱 이런 패턴을 보이게 된다. 이제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행동 패턴을 알게되었다.
뭘 하기위해서는 학원,학교부터 생각하게 된다. 매뉴얼이 작동하는 것이다. 난 아이디얼 성향이 좀더 강한 M자 패턴이다. 아이디얼 성향에 매뉴얼이 있다는건 뭔가 엇박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데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드로잉 하고 싶으면 흰 종이 꺼내서 펜으로 따라 그리면 된다. 뭘 배우고 싶을땐, 노출 콘크리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항상 생각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필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필화를 하면 된다. 따라 그려 볼 수 있는 초보자용 드로잉 책을 한권 사고, 피그먼트 라이너펜을 3천원 주고 구입했다. 간단하게 슥슥 그려본다. 삐뚤빼둘 하지만 제법 그럴싸하다. 오랜만에 살짝 흥이 난다.
4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롯데리아에 간다. 스타벅스는 시끄러운데 이곳은 테이블이 2개 정도밖에 안차있어서 조용하다. 콜라 레귤라 1700원. 1회에 한해서 리필까지 해준다고 하니. 여기 참 괜찮네. 주문하려고 카운터 쪽으로 가니 셀프 주문기가 설치되어있다. 지난 제주여행 당시 사용법 때문에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잘 할수있을까 ? 살짝 뒤를 돌아다 본다. 아무도 없다. 긴장을 풀고 주문을 시작한다. 메뉴 버튼에서 음료수를 선택하고 콜라 보통을 선택한다. 간단하네.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카드 넣을곳을 찾는다. 옆으로 스윽 긇어본다. ‘어랏. 왜 안되지 ? ‘ 신용카드 인식이 안된다.
‘ 아놔. 왜 안되지 ? 마그네틱이 여기가 아닌가 ? , 그냥 아르바이트 학생한테 주문할까 ? 이거 사람없을때 한번 해보고 싶은데 ‘
뒤를 슬쩍 돌아다 본다. 아무도 없다. 다행이다. 카드 투입구를 다시 살펴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슬라이드로 긇어서 인식하게 하는 방식. 또 다른 방식은 카드를 앞에서 뒤로 꽂는 타입이다. 꽂는 타입에 밀어 넣어본다.
‘ 뭐야. 안들어 가잖아 ? ‘
당황하기 시작한다. 앗, 뭔가 로맨이 급격히 작동되는걸 느낀다. 주위 눈치를 본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한다.
‘이거 어떻게 하지 ? 에잇. 그냥 콜라 안먹고 말까 ? 그냥 주문하지 말고 앉을까 ? ‘
그래. 알바학생 한테 물어보자.
“ 저기요. 여기 신용카드를 넣었는데 인식이 안되는데요 ? 어떻게 하죠 ? “
다행히 기다리는 손님들은 없다.
“ 카드 칩있는 쪽으로 밀어 넣으시면 되요 “ ‘
어. 이상하네. 아까 그렇게 했는데. 칩이 있는쪽이 아니었나 ? 칩을 앞쪽으로 해서 밀어 넣었다. 앞쪽에서 막히는 이 느낌. 순간 더 당황. 어떻게 하지 ? 주문대 앞에서 5분정도는 있었던거 같다. 신용카드를 좀더 세게 밀어 넣었더니 스윽 하면서 앞쪽으로 밀고 들어간다. 모니터의 결제버튼을 클릭하니 결제가 되었다.
“ 되셨어요 ? “
“ 네 “
아르바이트 학생이 카운터에서 나와서 내쪽까지 일부러 왔는데, 그때 마침 해결되었다.
‘ 휴, 이거야. 원, 칩쪽으로 해서 좀 세게 밀어 넣어야되는거네 ‘
별것도 아닌 일인데 낯선 상황에서 긴장하게 된다. 더구나 긴장을 하게 되면 불안감이 갑자기 밀려든다. 처음부터 잘 안되었을때 도움을 청했어야 했다. 잘 모르는게 창피한것도 아닌데 혼자 하려고 하다보니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파리에 혼자 여행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어도 못하고 영어도 시원찮다. 낯선 곳에서 낯선 환경을 접하게 될때 이와 비슷한 행동패턴을 보이게 될것이다. 그럴땐 혼자 하려고 주춤되지 말고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자. 도와달라고 하는것이 창피한것이 아니다.
생생하게 느낀 내 감정을 기록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