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3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 밤
가을모기가 극성이다.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아파트. 단지내에 나무가 많다보니 모기가 정말 많았다. 하룻밤에 50마리 넘게 잡아 본적도 있다. 모기를 발견하면 잡을 확률은 당시에는 거의 95% 정도. 거의 백발백중의 명중률이었다. 지난 밤, 모기가 귓전을 맴돈다. 핸드폰 불빛으로 놈을 찾아본다. 불을 비춰보면 벽쪽에 붙어있거나, 천장에서 대부분 발견된다. 좀 빠릿빠릿한 놈들은 잡기가 까다라로운 모서리 끝에 붙어있는다. 모기들이 모서리쪽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 이것들이 어디를 갔지 ? ‘
핸드폰 플래쉬 불빛으로 계속 찾은지 20분. 찾을 수가 없다. 피곤해서 잠자리에 다시 들었다. 자면서 팟케스트를 이어폰으로 듣는다. 타이머를 맞춰 놓긴 하지만 좋은 습관은 아니다. 불면증이라면 불면증이다. 뭔가를 듣지 않으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 잠을 못자진 않는다. 10분이내에 보통 잠이 든다. 그럼에도 이어폰을 듣지 않은채 잠자리에 누우면 막막한 느낌이 든다. 오랜 습관이 되어 버렸다.
“ 윙윙 “
새벽 4시에 다시 잠에서 깼다. 모기가 네번째 손가락과 다섯번째 사이의 끝부분을 물어놓았다. 모기에 물려도 부풀어 오르지 않는 피부. 살짝 가렵기만 한데 약이 오른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고 플래쉬를 킨다. 대충 이 정도면 녀석과의 한판 승부를 겨를 만 한데, 아무리 찾아도 놈은 보이지 않는다. 또 20분 녀석을 찾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난다. 몸이 두둘겨 맞은 것처럼 피곤하다. 밤새 녀석을 찾아서 선잠을 잔 탓일것이다. 밤새 모기 잡던 이야기를 옆지기에 했다.
“ 그냥 모기장을 치고 자지. 왜 그걸 잡느라고 그래 ? “
그러네. 모기장을 칠 생각을 못했다. 녀석을 잡아야 된다고만 생각했다. 지난 밤 잠자리에 들기전에 옆지기가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 아놔..빙신같이 ... 놓쳤어 “
거실에 있는데 꼬리가 위로 치켜 오르고, 검게 보이는 제법 토실한 모기가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순식간에 스쳐지나 갔지만 바로 겨낭을 하고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놓쳤다. 나도 모르게 빙신같다란 말을 내 뱉었다. 뭘 하다가 잘 안되면 툭 하고 내 뱉는 버슷같은 말이다.
“ 모기 놓쳤다고 뭘. 그런말을 해 ? 그런 말 하는 줄 몰랐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해야지”
그러네.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인데. 이거 나 스스로 자기비하 하는게 몸에 베어있는건가 ? 모기 한마리 놓쳤다고 저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 아까비 놓쳤네 “
“ 그놈 운수대통했네 “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있을 수 있을텐데. 난 왜 저런 표현을 사용했을까 ?
늘상 버슷처럼 사용했기에 몰랐다. 나 스스로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패턴이 생활 곳곳에 있을 수 있겠다. 아마도 글을 쓰면서도 나는 못 느끼는 내 사고의 패턴이 나타나고 있을 수 있다.
“ 앗. 놓쳤네.. 그럴 수 있어.. 이 놈 재수좋네. 좋은 승부였다. 푸하하 “
방금 전 모기를 잡다가 놓치고 내가 한 혼잣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