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0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오늘 일인지? 어제 일인지? 헷갈린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좀비처럼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다. 괴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무념무상의 느낌. 숨만 쉬면서 살아간다.
황상민 교수는 일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단서를 얻으라고 말한다. M자 아이디얼들은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모르겠다. 알듯 말 듯 뜬구름 잡는 소리. 일상의 무한반복을 계속한다.
필사, 녹취, 필화를 하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로맨티시스트의 섬세함과 아이디얼의 엉뚱함이 충돌하는 M자 성향. 셀프가 낮고 매뉴얼은 높고, 트러스트가 바닥인 다이아몬드 스텝. 남과 다른 엉뚱함을 발산하고 싶은데 낯선 시선들을 의식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로맨의 감성이 불안한 심리로 작동한다. 스스로 자신을 탓하는 자학적인 심리상태가 된다. 자신의 내면에 집착하면서 주위와의 소통은 점점 적어진다.
출근하는 길에 무빙 벨트가 있다. 왼쪽의 것은 들어오는 길. 오른쪽은 나가는 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다가 일제히 오른쪽 무빙 벨트에 올라탄다. 거의 예외 없다. 중앙으로 걸어가는 사람은 1% 정도다. 중앙으로 한번 걸어가 본 적 있다. 뻘쭉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물론 아무도 날 보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상황 같다. 남과 다른 차별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 주변의 낯선 시선을 의식해서 남들이 하는 데로 함께 떼거지로 행동하는 것에 올라탄다. 매뉴얼이 만빵 높을 때 남과 같이 묻어가는 것이 매뉴얼의 형태로 나타난다.
디자이너 맥퀸. 노출 콘크리트 건축 디자이너 안도 다다오. 일본 1400개의 츠타야 서점 대표 마스타 무네아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이다. 한때 목소리도 듣기 싫었던 황상민 교수도 추가해야겠다. 로맨에 매뉴얼 성향이 강했을 때, 황상민 교수의 말투도 싫었고, 교수가 오만가지 일에 모두 참견하는 것 같아서 짜증 났다. 뭔가 반박하기 위해서 듣기 시작한 황심소 덕후질. 이제 1년이 넘어가고 있다.
방금 전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단서를 얻었다. 완벽하려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바로 실행해야 한다. 어설프고 볼품없지만 바로 우선 질르고 본다. 하면서 바꿔가고 보완하면 된다. 황 교수가 진행하는 황심소의 경우, 시즌을 계속 바꾸고 있다. 특별히 뭐가 바뀌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틀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서 보완해간다.
일을 통해서 내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단서. 그것의 작은 실천. 항상 뿌연 구름 속에서 지내다가 파란 하늘을 봤다. 쨍한 햇살이 얼굴에 닿았다.
‘ 아. 따듯해 ‘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다. 슬그머니 걱정과 근심이 스며든다. 그렇다. 아이디얼 M자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그 중심이 흔들려서 넘어지듯. 힘들고 불안한 마음이 생길수록 더욱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느낌. 오랜만에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