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대학 무상교육

D-159 소심한 로맨 매뉴얼 만빵들의 대화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오랜만에 마감 시간에 쫓겨서 일을 했다. 긴장감이 낯설다. 몸 안의 힘이 모두 빠져나간 것처럼 허탈하다. 술에 의존하면 안 되는데.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한 잔 해야겠다.


“야. 왜 이렇게 투덜 되냐? 뭐. 또 꼬였냐? “

“그런 거. 없다. 그냥 그렇지. 뭐 “

“애 고3 됐나? “

“아니. 고2지 “

“내년이 한참 빡세겠네 ? “

“아니. 애네는 고2 때까지 다 끝내고, 내년에는 문제풀이만 한다더라. 올해가 빡센거지”

“그래? 앞으로 수시는 줄이고 정시를 늘린다고 하던데? “


시원하게 맥주를 한 잔 들이켠다. 곱창이 불판에서 익으면서 연기가 식당에 그득해진다.


“ 다 헛짓거리지. 우리 땐 학력고사, 수능 본다고 좋았냐. 그전 본고사 있을 땐 뭐 좋았냐? 이참에 국공립 대학 싹스리 학비를 무상으로 바꿔야 돼. 파리처럼 1 대학, 2 대학 뭐 이렇게 바꿔서 싹 갈아엎었으면 좋겠다.

“ 그게 가능해? 돈이 어디 있어? “

“ 뭐.. 강바닥에 수십조 꼬라박는데. 돈이 없어서 안될까.. 무상으로 바뀌면 곡소리 나는 데가 어디 한둘이겠냐. 사교육 하는 학원은 전부 안녕 사요나라지. 사립대학은 어떻게 될까? “

“ 반대하겠지 “

“ 지들이야 받고 싶으면 기부금 입학을 해서 받든 지. 뭐 돈 내고 오고 싶은 놈들은 가겠지”


목이 탄다.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짜증이 난다.


“ 그럼 돈 있는 놈들은 대학을 돈 내고 들어가게 되잖아. 형평성이 안 맞지 “

“ 있는 놈들은 돈 쓰고 가라고 해. 대신 국공립 대학은 무상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 그럼 됐지. 뭐. 점차 서열화되는 인식이 사라지게 되면 뭐. 대학에 대한 생각이 바뀌겠지. 갈 사람만 가고 졸업장 돈 내고 사고 싶은 놈은 사라 하지. 뭐

“ 에이. 그건 말도 안 되지 “

“ 왜? 그럼 안 되냐? 난 군대도 확 줄여버렸으면 좋겠다. 50만인가 지금? 10만으로 확 줄이고 연봉도 1억 원 주고, 대우도 초특급으로 해주는 정예군으로 만들면 좋잖아

“ 돈 없는 애들만 군대 가는 거 아냐? 진짜 말도 안 되지 “


로맨에 매뉴얼 만빵인 친구. M자 아이디얼에 매뉴얼 만빵 두 사내.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10만 명으로 줄이면 별이 얼마나 많이 떨어지겠냐. 장비도 좋은 걸로 쓰고. 군대를 직업으로 생각하면 되잖아. 요즘 삼성에 얼마나 취업하고 싶어 하냐? 삼성에 들어가는 것처럼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게 바꿔주면 되잖아. 군대가 체질에 맞는 타입들도 있어. 예를 들면 에이젼트, 휴먼 같은 타입을 심리상담을 해서 선발하면 최정예화 될 수 있지 않을까?

“ 그게 가능할까? 요즘 애들 취업이 안돼서 결혼도 못하는데. 10만 명의 직업이 새로 생기는 건가? “

“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겠네 “

“ 10만 명에 1억이면 얼마지? 이거 씁..계산이 안되네.. 아놔.. 산수 정말 싫다. 끄억... 그니까.. 천명이면 1000억. 만 명이면 1조. 10만 명이면 10조.. 맞나? 에이. 몰겠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거 같은데.. “


벌컥... 애는 말만 하면 형평성 타령이다. 매뉴얼이 높아서 그런 거 같다.


야. 글구 돈 없어 결혼 못한다는데.. 그럼 6.25 전쟁 끝나고 그땐 돈이 많아서 베이비붐이 생겼냐? 저녁에 불만 끄면 애기 생긴다고 우스게 소리하는데.. 그럼 지금은 저녁에 대낮처럼 밝아서 애가 안 생 기니냐? 그땐 집이 있어서 다들 결혼하고 애 낳고 살았냐?


요즘 돈 없고 집 없어서 결혼 못한다고 하잖아. 취업하기도 어렵고. 결혼해도 자기 혼자 살아가기 어렵고. 그렇게 따지면 전쟁 끝나고 그땐 뭐가 좋아서 다들 저렇게 애 낳고 살았을까


요즘 취업 안돼서 결혼 못한다고 하면. 취업문제 해결해주는 대기업이 갑이네. 그러니 산업용 전기세도 저렴하고, 환율도 고환율로 해주고. 이거 대기업 깔아주는 패러다임 아닐까? 아. 짜증 나.. “


술 먹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다 보니 대기업 문제까지 왔다. 평상시에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하고 보니 그런 면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살기가 어려워져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취업도 안되고,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결혼을 못한다고 한다. 요즘 집값은 연봉 4천만 원 받아서 한 푼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도 사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말 돈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들 생각 속에 어떤 인식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막걸리와 맥주를 진탕 먹고 흔들거리며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곱창 냄새가 마을버스 안에 풍기겠지. 젠장.. 쪽팔리게.



- 소설 쓰기 습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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