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4 지하철 오가며 드는 생각들
1
하루에 최소한 2번은 꼭 지하철을 탄다. 다양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게 된다. 옆자리에서 들리는 잡담 소리, 많이 줄었지만 지하철 잡상인들의 소리, 옆 사람 들으라는 듯 뻐기듯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갑자기 피곤해진다.
“ 그니까. 저번에 골프 치러 갔을 때 이 회장 만났잖아. 그렇지.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지. 그래. 언제 한번 날 잡아봐. 내가 다리 놔줄게. 그래. 그래. “
별 중요한 용건도 아닌데, 앉자마자 여기저기 전화를 눌러된다. 보통 무제한 전화통화 요금제를 쓰다 보니 추가 요금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부담이 없어진 듯하다.
“ 짜증 나잖아. 지는 일 안 하고 말이야. 어? 지난번 소개팅? 말도 말아. 그러니까...”
뭔 얘기인가 들어본다. 금방 흥미를 잃는다. 역시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길 잘했다. 지하철 타기 전부터 황심소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다. 사무실까지는 가는 승차시간은 35분. 웬만한 팟캐스트 한 꼭지를 듣기 딱 좋은 시간이다. 반복해서 들으면 어느 순간 막혔던 것이 뻥 뚫리는 듯한 나름의 통찰의 시간이 온다. 특히나 녹취를 한 팟캐스트라면 한 단어 한 단어가 새롭게 들린다.
2
황심소를 듣기 전에 임산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 참 희한하게 요즘은 불편한 마음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앉을까? 뭔가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의 패턴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들의 WPI 심리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노약자 좌석에 젊은 사람들이 앉는 경우를 본적은 거의 없다. 외국인들이 몰라서 앉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임산부 좌석은 젊은 청년들이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전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궁금하다. 정말.
방금 전 탔던 지하철은 자리가 반 이상이나 비어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타더니 임산부 좌석에 앉는다. 그 자리가 아니라도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데. 왜 굳이 그 자리에 앉았을까?
혹시 끝자리를 선호해서 그 좌석을 앉고 싶었을까? 만약 임산부 좌석을 끝쪽이 아니 중앙에 만들었으면 그 효과에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왜 양끝에 임산부 좌석을 만들었을까?
임산부 좌석에 앉은 남자의 경우 어떤 심리가 작동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라도 기록을 해둬야겠다. 여자들도 기록하고 싶지만 육안으로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기록은 보류다.
요즘 내 매뉴얼 수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