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홀로 여행 3

두려움 때문에 핑계되는거 아닌가요 ?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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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유학을 가고 싶어 “

“ 유학 ? 어디로 ? “

“ 일본에 “

“ 그래 ? 가면 되잖아 “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다. 뭔가 속에 꽉 차 있는 뭉클거림이 버겁다. 벌써 연거퍼 담배를 몇개 피웠는지 모르겠다. 생맥주를 계속 목구녕에 들이 붓는다.


“ 그게말야. 가면 되는데. 너도 알잖아. 울 엄니 혼자 두고. 나만 가긴 그렇고 “


고 녀석 깜찍하다. 효자틱하게 말하고 있다. 유학을 가고 싶은데 못 가는 이유를 댄다. 부모탓이란다. 그게 정말 이유가 될까 ? 그래서 난 이 친구에게 묻고 싶어졌다.


“ 일본 유학을 생각하시나보네요 ? 일본 좋지요. 어디로 가시려고요 ? “

“ 아직. 구체적인 것은 생각하지않았서요. 뭐 도쿄쪽이 좋겠죠 “

“ 도쿄를 생각하시는 군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여쭤봐도 될까요 ? “

“ 뭐..영화나..에니메이션...우선은 일본어를 좀 배우고 싶어요...”


이 친구 정말 담배를 많이 피워댄다. 눈에 따가워서 눈물이 찔끔 난다.


“ 그렇죠. 일본이 영화나 에니메이션 배울 점이 많으니까요.. 일본어 준비는 어느 정도나 하셨나요 ? “

“ 일어요 ? 아직요... 아직 갈지 말지 결정이 안 되서어요. “

“ 영화나 에이메이션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신거죠 ? “

“ 네. 전 원래 영화광이에요.. 일년에 100편 넘게 본거 같아요.. 영화 볼때 제일 행복해요”


이 친구는 영화를 많이 보는구나. 영화를 많이 보기에 영화에 흥미가 생긴걸까 ?


“ 어떤 영화를 주로 보세요 ? “

“ 잔잔하면서 인간의 깊은 정서가 느껴지는 영화가 좋아요”

“ 그래요 ? 흥미롭네요. 예를 들면 어떤 ? “

“ 고래사냥1, 기쁜 우리 젊은날, 바보들의 행진, 이런 영화 좋아하죠. 고래사냥 1편은 8번인가 봤고요, 기쁜 우리젊은 날도 그 정도 본거 같아요. 공교롭게 배창호 감독 영화네요 “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 공부하러 일본에 간다 ? 그럴 수 있지.


“ 꽤 많은 영화를 보시는데, 영화쪽에서 일하시기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 뭐..일테면 영화감독이나 촬영쪽, 편집쪽, 다양하잖아요..할 수 있는 분야가 “

“ 가서 공부하다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 아직은 너무 막막해요 “

“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영화관련해서 책이나 글을 써봐도 좋을거같은데..혹시 작업해 놓은 글같은거 볼 수 있을까요 ? “

“ 글이요 ? 에잇..제기 무슨.. 영화보고 영화소감 몇번 노트에 끄적거린 정도에요. 영화 모임은 몇번 가봤는데 ... 잘 안가게 되더라고요 “


일상의 꾸준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커피 마시는걸 좋아한다고, 자기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 과연 맞는것일까 ?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이 친구도 본인은 영화를 좋아하기에 영화를 공부하고 싶어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 영화를 하기 위한 일상의 노력이 느껴지질 않는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난후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는 과정이 없다. 어쩌면 영화관에 앉아 있을때 남들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방해를 받지 않아서 그 시간이 좋게 느껴질 수도있다.


이 친구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


호기심이 많고, 그에 반해서 불안한 감정 또한 함께 가지고 있다. 유학을 가고 싶지만 유학을 가기 위한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않다. 그러기에 더욱 불안하다. 그에 대한 핑계로 부모탓을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주위의 낯선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영화관의 컴컴한 공간에 앉아있을때 행복함을 느끼는 이유. 그 낯선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 맥주 한잔을 하고 헤어졌다. 뭐라고 조언을 해 줄만한 입장도 아니고, 그럴 만한 능력이 없음이 아쉬웠다. 다만 내 경험으로 보자면 ‘일상의 꾸준함’ 은 정말 중요하다. 영화가 좋든, 영화보는 공간이 좋든, 영화를 보고 난후 그 텍스트를 기반으로 자기와의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영화감상이라는 틀에 박힌 그런 후기말고. 영화 속에서 느낀 생각을 자기식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꼭 가졌으면 좋겠다. 또 일본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하루에 일본어 문장 한 문장이라도 노트에 적어 보는걸 했으면 좋겠다. 몇번 해보다가 쉽게 실증을 내게 된다. 뻔한것 같고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 6개월이란 시간제한을 둬보자. 딱 6개월만 해보자. 좋게 할 것도, 멋지게 할것도 없다. 그저 눈 딱 감고 6개월만 해보라. 질보다 양이다. 6개월만 해보시라..친구여


“ 으앙. 으앙 “


아이가 어디가 불편해서일까 ? 저렇게 오래 울면 지칠텐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승무원, 스튜어드가 웃으면서 몇마디 건넨다. 아이엄마를 안심 시키는것 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함께 탑승한 승객들에게 보여주는 제스쳐 일수도 있다. 승무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케어하고 있으니 승객 여러분은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하는..뭐..그런...


맥주 한 잔 했으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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