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7 협업의 즐거움이 어떤 거였는지 기억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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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혼자 하는 게 편하다. 조직생활이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일을 하면 그 일의 한계가 생긴다.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나눠주고 나는 전체적 코디를 하는 게 좋다.
혼자서 하는 게 편해도 혼자서만 일을 할 수는 없다. 사무실에서 얼굴 맞대고 함께 일을 해야지 협업인가? 클라우드 작업공간을 통해서 협업을 하고 있고, 아웃소싱을 통해서 업무처리도 하고 있다. 각자의 업무가 나눠져 있고, 가끔 결정을 필요할 때가 있다. 잊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매뉴얼이 최상단을 찍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없다. 특별히 관심 가는 사람이 등장하면 잠깐 호기심이 생기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는 않는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함께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낀 게 언제일까?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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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얼의 엉뚱함을 부각해야 한다. 그게 내 에센스이다. 재미있을 거 같은 걸 하려고 하면 로맨이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매뉴얼이 딴지를 건다. 아이디얼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려 한다. 질러야 한다.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으로 일단 저질러야 한다. 뒷수습은 로맨이 알아서 하겠지. 지르고 나면 또 어떻게든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시안을 만들어서 웹디에게 전해주면 알아서 슥슥슥 하면 편하고 좋다. 아. 맞다. 그냥 시안만 던져준 게 아니라, 경쟁사 디자인,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까지 챙겨서 줬네. 아. 이런 식이였구나. 일을 시키면서도 나에게 로드가 걸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믿고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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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많은 게 어쩔 땐 발목을 잡는다. 시안을 만들 때 이제 포토샵을 쓰지 않는다. 간략한 시안 정도를 만들어서 넘겨줘야 하는데 포토샵 조금 안다고 이것저것 건드리기 시작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 투박한 느낌이 고스란히 들어가 버린다.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애플 페이지에서 워드 작업을 하고, 그 텍스트를 파워포인트 사진 아래에 간단하게 복사해서 붙여버린다. 사진 파일로 변환해서 긴 사진으로 한 장 만든다. 내가 웹디도 아닌데 왜 그런 걸 고민했나 모르겠다. 간단하게 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