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듀얼모드인가요?

D-130 아이디얼리스트 그리고 로맨티스트

지난번 영화 ‘베놈’을 본건 행운이다. 징그럽고 무서운 영화는 안 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못 본다. 우연히 베놈을 보게 됐고, 몇 번 브런치에도 썼지만, 내 머릿속에 콱 박히는 이미지 하나를 얻었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한 몸에서 산다. 가공할 힘이 필요할 때는 외계인이 초능력을 발휘한다. 평범한 지구인이 필요할 때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M자 아이디얼을 시각화하면 비슷할 거 같다.


며칠 전 로맨티스트와 아이디얼리스트가 어떻게 작동하고, 그걸 어떻게 필요할 때 뽑아 쓸 수 있는지 체험을 했다.


“ 이 책 지하철에 반납 좀 해줘 “

“ 이걸? 카드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하는 건데? “

“ 카드 없어도 돼 “

“ 그.. 그래.. 알았어... “


책을 받아 들었다. 딱 이럴 땐 난감하면서 슬쩍 불안감이 밀려든다. 진짜 별것도 아닌 거다. 그렇지 않은가? 마음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록해봐야겠다.


‘ 음.. 이거 어떻게 반납하지? 인터넷 찾아볼까? 작동법을 알아야 할 텐데 ‘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예전에는 꼼꼼하게 인터넷을 찾아서 사용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갔다. 세상 모든 것을 어떻게 다 그렇게 사전에 파악할 수 있나? 지금 작동하는 것은 로맨티시스트 성향이다.

내겐 아이디얼리스트 성향도 있다. 자, 더 이상 로맨티스트가 작동하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시간을 주면 자꾸 불안감만 커진다. 빨리 가서 끝내자. 조바심이 난다.


이어폰을 꺼낸다. 내게 작은 팁이 하나 있다.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 필요할 때 듣는 음악이 있다. 영화 ‘위대한 쇼맨’ OST 중의 하나인 That this is me를 크게 듣는다.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 그들이 세상의 뒤편에 있다가 당당히 앞으로 나오게 된다. 그때 흘러나오는 노래. That is me. 이 노래를 들으면 한결 기분이 업된다. 자, 그런 여세를 몰아서 ‘호기심 대마왕’을 출근시켜야 한다. 불안한 마음보다 호기심, 궁금해하는 마음이 앞서 가게 해야 한다.


지하철 도서반납대 앞에 섰다. 처음 보는 기계다. 만약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곳 지하철이 아니라 나 혼자 있는 창고에 이 기계가 놓여있었다면... 충분히 혼자서 연구를 해서 분해, 조립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이 불안함의 정체는 뭘까?


다른 사람들을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로맨의 트러스트가 낮다. 아이디얼리스트가 높은데 셀프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해서 남들로부터 공감을 받을 때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현재 갭이 많은 상태이기에 매뉴얼에 기대느라 매뉴얼이 높고 트러스트는 떨어져 있는 상태다. 아마도 그런 상태이기에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아이디얼리스트를 끌어올린 것은 성공적이다. 전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기계여서, 어떻게 작동되는지 한컷 한컷 사진까지 찍었다.


바로 이거다. 로맨이 필요할 때 로맨을 불러내고, 아이디얼리스트가 필요할 때는 아이디얼을 불러내면 된다. 그 반대가 되면 미친놈이 될 수 있다. 그 반대의 상황도 얼마 전 겪은 일이 있다. 그 이야기도 차후에 다시 한번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자.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두 가지 성향, 즉 다중이 성향이라면 자신이 그런 듀얼모드란 것을 인정하자. 필요할 때 그에 맞는 성향을 불러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에센스를 잘 활용하는 성공적인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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