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아와레
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돌진한다.
이름은 해머.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의 나라들은 탈출용 우주선을 만든다.
하지만 회사들은 지원금만 챙기고 안전하고 튼튼한 우주선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각 나라들은 힘을 합쳐서 연합 우주선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것도 각각 얼마큼의 돈을 내야 하나 다투다가 시기를 놓쳐버린다.
엄마는 과학자였다.
예전에 함께 미국에서 공부했던 박사에게 무언가 부탁을 한다.
미국은 비밀리에 우주선을 만들어 띄웠다.
거기에 딱 자리 하나가 남았다.
그래서 아들을 보낸다.
엄마는 아빠 선물 사러 가자며 아들을 데리고 후쿠오카 시내로 나간다.
하지만 쇼핑몰로 간 게 아니다.
엄마 친구 박사에게 아들의 손을 넘긴다.
아들은 울며 버둥거린다.
문이 열리자 놀랍게도 아빠가 서 있다. 엄마도 놀랐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것일까.
셋은 결국 부둥켜안는다.
"미안해요."
엄마는 말했다.
누구에게 미안한 것일까.
미안해요. 모두를 구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내 아들만 살리려고 해서.
그런 뜻일까?
아빠는 시를 자주 읊었다. 산책을 하다가도, 아들과 대화하다가도.
곧 죽을 신세
까맣게 모르는가
매미 소리여
-바쇼
아, 이건 하이쿠잖아!
나는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켄 리우는 중국계 미국인인데? 하이쿠를 안다고?
물론, 알 수도 있다.
일본 문학을 공부했을 때 처음 느꼈던 벽.
읽을 수는 있으나 지을 수는 없는 극악의 문학.
배울 수는 있었지만
끝내 지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시의 정점.
그건 별처럼 내게 멀었다.
일본의 하이쿠 정신.
히로토의 아빠는 늘 아들에게 모노노아와레를 말해주었다.
우주선은 떠나고 해머는 지구와 부딪힌다.
잠시 정적이었다가 푸른 지구는 하얗게 변한다.
호프풀은 커다란 태양광 날개를 펼친 채
머나먼 행성으로 이동한다.
지구를 뒤로 하고.
.....
소년은 벌써 많이 자랐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민디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항해사다.
어느날, 태양광 날개의 일부가 찢어진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자원하고 나선다.
엄마가 설계했던 태양광 날개의 구조를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해온 일이 그 날개의 신호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혼자 태양광 날개를 수리하러 간다.
우주선에서 가느다란 케이블로 연결된 그곳까지 가는 데는 12시간이 꼬박 걸린다.
문제의 날개로 다가섰고 수리한다.
그러나 가열하던 가스불꽃이 멈춘다.
아, 아까 부딪혀서 연료가 새고 말았어.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엄마, 아빠, 민들레꽃, 옆집 할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민디.
아름다웠던 지구의 하늘...
모든 것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었다.
우주선 함장은 간신히 슬픔을 삼키며 말한다.
"고맙네, 히로토."
그는 자신의 비행 배낭의 연료와 가스불대를 연결한다. 그리고 수리 완료를 알린다.
"항로를 수정하라. 수선 작업 완료."
항로가 수정되면 ,
히로토는 돌아올 수 없다.
민디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는 그녀의 울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그는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무선을 차단한다.
혹시나 그들이 마음이 약해져 구조대가 올까 봐.
발을 굴러 우주로 향한다.
저 멀리 아주 작게 태양이 보인다.
아, 태양도 하나의 별이었구나. 나는 그들과 함께 있다.
우주의 별들과, 나를 품어 온 사람들과.
둥둥....
무언가 간지러운 마음이 그를 핥는다.
"산책하기 좋은 날이구나, 그렇지?"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기억한다. 풀잎 한 장,
이슬 한 방울, 저무는 해의 힘없는 햇살 한줄기까지...
한 없이 고운 그 모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