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 김명희 (01)

저자와의 만남

by 글로리아

루달 작가님의 브런치가 좋았다.

그 속의 글은 밝고 유쾌했다. 단순히 가벼운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 매력도 있었다.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좌충우돌했던 나의 한 시절도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서도 루달 작가님 글 속의 수다가 들려왔다. 소심했던 나였지만 슬쩍 답글 대화에 참견하며 들어앉았다. 그리하여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손글송글작가님의 브런치도 구경할 수 있었다.


빈 어항같이 고요했던 나의 일상에 작은 기쁨이 찾아 왔고, 드디어… 손글송글님의 [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 서평을 읽게 되었다.


당시 나는 최옥정 작가님의 소설창작수업에 실려있는 추천 도서목록을 보물지도로 들고 있었다. 거기서 만난 작품들을 하나하나 책리뷰로 써보자는 계획이었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차례가 되었을 때 세계지리에 전혀 지식이 없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리스본은 어디며, 베른은 또 어디란 말인가.


“자, 글로리아. 이 보물지도는 어때요?”


나에겐 그렇게 읽혔다.

손글송글작가님의 서평은 더 넓은 세계로 가는 초대장이었다.


주변 도서관에서 [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를 검색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 신간이네..

잠시 망설였지만 손글송글작가님의 안목을 믿어보기로 하고 책을 구매했다.


책의 첫 장을 열자마자 나는 내가 얼마나 편식을 해왔던가를 느꼈다.

심지어 일본 미우라 아야코 (빙점 작가)의 홋카이도가 소개되었을 때 몇 년 전 엄마와 갔던 홋카이도 여행이 떠올랐다. 라벤더 꽃밭과 온천을 즐기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무지한 자에게 그저 관광지였을 뿐이었다.


삿포로의 도청, 오타루의 운하, 아이누족의 흔적들을 별다른 감흥 없이 스쳐 보냈기 때문이다.

눈먼 여행이었구나.


나는 책을 다시 펼쳤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었다.


첫 책은 베트남 문학,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조용해졌다.

끝없는 불만과 불평, 허무와 고독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비워졌다.


그다음 책은 캄보디아 문학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였다.


책을 읽고 나는 조용히 책장을 정리했다.

나의 보물지도는 고이 접혀 책장 한켠으로 옮겨졌다.


새로운 지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라는 책은 한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옆에 끼고 앉아야 한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나침반이다. 그 책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간다면 분명 자신의 삶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고, 아름다운지 나만 몰랐던 내 삶으로 말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즈음 손글송글 작가님과 설애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3월 초에야 만나게 되었지만, 그 조용한 만남은 다른 만남으로 가는 문이 되었다.


책의 저자 김명희 작가님은 설애작가님의 중학교 은사님이셨다.


나는 흥분했다.

어쩌면 말을 더듬었을지도.


김명희 작가님의 책은 나의 독서방향뿐이 아니라 마음가짐에도 큰 변화를 주었고, 그분을 만나게 된다면 더 없는 영광일 터였다.


그럼, 한번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대답이었다.


설애 작가님은 부드럽고 따뜻함에 가려져 있지만, 그 안에 단호한 실행력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명희 작가님과의 만남 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




photo by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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