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한 마리의 쌈닭이 있었다.
평소엔 조용했지만, 마음속엔 날카로운 부리를 숨기고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 부드럽게 걸었고, 기분이 상하면 부리를 세워 상대를 쪼았다. 날개를 퍼덕이며 맞서 싸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주인은 녀석의 거친 성질을 다스리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닭을 잘 안다는 훈련사에게 그를 맡겼다. 몇 달 뒤, 주인은 훈련장을 찾았다. 쌈닭은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바람 한 점 없는 연못 위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그 평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다른 닭이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리면, 그는 곧장 날개를 펴고 싸움에 뛰어들었다. 일시적인 선택적 평온이었다.
훈련은 계속됐다.
더 높은 강도로, 더 오래.
그리고 어느 날, 훈련사는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준비가 됐습니다.”
토너먼트식 경기가 열리던 날, 쌈닭은 우리 안에서 묵묵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력한 라이벌이 다가와 모래를 흩뿌리고 부리로 허공을 찢는 흉내를 내며 도발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분노는 더 이상 마당에서, 일상에서 터지는 불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잠히 힘을 아끼며, 경기만을 기다리는 불씨였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그제야 날개를 펼쳤다.
오직 그 자리, 오직 그 순간을 위해 갈고닦은 힘과 기술이 폭발했다.
도발하던 상대는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쓰러졌다.
주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닭은, 마당이 아닌 경기장에서만 싸운다는 것을.
마당에서는 오직 자기 자신과만 싸운다는 것도.
※ 본 작품은 고전 예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각색·창작한 소설입니다. 원전과는 인물·구성·문장이 다르며, 모든 창작물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