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이별여행

by 글로리아
image by Gloria



바쁜 일정을 쪼개서 여행을 떠났다.
짧았지만 좋은 여행이었다.
난 멀미와 복통과 설사로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가을의 기차여행의 낭만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 중 목적지로 향하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일을 했다.
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간간이 책을 읽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버라이어티 쇼도 보고 게임 중개도 보았다.
이별 여행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잔소리 꽤나 들었을 것이다.
함께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내 공간을 할애했다면
그것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지금껏 내게 부족했던 것이 그런 점이 아니었을까?


가만히 내버려 두기.


그렇게 여백을 두었어야 하는데 난 그것을 못 참아했다.
이 여행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것은
한 발 물러섬의 미학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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