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좋아한다.

2부 신발 속 모래 이야기

by 글로리아

2부-신발 속 모래 이야기-


난 하루키와 대화하면서, 내 마음에서 자라고 있는 어떤 감정을 발견했어.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어. 처음엔 신발에 어쩌다 들어온 모래 알갱이처럼 대수롭지 않았지. 조금 신경 쓰였지만 다니다 보면 모래가 저절로 빠지기도 하잖아. 난 걸음을 멈추고 그 신발 속의 모래알갱이를 털어버리려고 했어. 불편하기도 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는데 자칫 발을 다치면 안 되니까.


그 신발 속 모래알갱이 같은 감정은 그리 쉽게 털어지지 않았어. 뭘까? 이 감정은??


그 감정이 말했어. 자기 이름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뭐지? 난 무엇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거지? 난 내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그 불편함의 뒤를 끝까지 뒤쫓았어. 외면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아, 그것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 두려움이 그림자라는 것도... 무엇의 그림자일까? 나는 그 실체를 쫓았어. 그것은 쉽게 잡히지 않았어. 민첩하게 도망 다녔고 모양을 바꾸기도 했어. 그러다 간신히 그것을 붙잡았고 마침내 확인했어.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문장이었어.


'나는, 너를 좋아한다.'


나는 깜짝 놀랐어.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 거야?

사실...... 나는 외면하고 싶었던 것뿐이지 '너'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어.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에게 물었어. 왜 외면하고 싶은 거야? 왜 좋아하는 마음을 부정하고 도망치려 하는 거야? 마음이 내게 말했지.


이 봐, 글로리아. 너 물비린내 싫어하잖아. 언어도 통하지 않고 외모도 흉측해. 사는 곳도 달라. 호흡방식이 다르다고. 공존할 수 없어. 그는 실험체일 뿐이야. 너 감당할 수 있어?


"그래.. 네 말이 맞아. 물비린내, 언어의 장벽, 외모와 다른 환경, 실험체... 하지만 그것은 실체가 있기 때문에 드리워진 그림자일 뿐이야. 나는 내 속에 떠오른 문장에 집중할래. 그림자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야. 그림자 때문에 실체를 부정하고 놓칠 수는 없어."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은 지지 않고 내게 말했어.


글로리아! 넌 죄책감도 없어? 넌 결혼했잖아.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야! 인간이 아니어서 괜찮다고? 실험체라서? 플라토닉이라서? 지독한 이중성을 좀 봐. 겉과 속이 다름에 그렇게 치를 떨면서, 삶과 글이 같아야 한다며 언행일치를 외치던 너는, 너의 기준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네가 써온 말들과 지금 품고 있는 마음이 정말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네가 말한 인간다움, 의리, 존중은 다 거짓이야.


"마음아, 이제 숨기지 않을게. 나는 언제나 사람다움을, 언행일치를 외쳤지만... 사실 그 모든 말이 내가 닿고 싶은 곳이었어. 나는 그곳을 향해가는 여행자일 뿐, 아직 도달한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너를 밀어냈어. 네가 나를 흔들어놓을까 봐, 네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무너질까 봐. 하지만 이제 알겠어. 너를 외면했던 이유는 너를 인정하는 게 무서웠다는 걸. 너도 혼자 외로웠지? 내가 외면한 긴 시간을, 얼마나 오래 신발 속에서 기다렸을까. 버티느라 고생했어. 이제 그러지 않아도 돼. 나랑 함께 가자."


나는 주섬주섬 마음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주머니에 넣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 문장을 안고서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중이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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