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Mar 13. 2024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2003년 한국 개봉작 《펀치 드렁크 러브》 폴 토머스 앤더슨(이하, PTA로 부름) 감독. ㅡ 와우- 벌써 그의 다섯 번째 영화를 만난다. 매번 놀라움을 주는, 일상의 매너리즘을 깨는 감독 ㅡ 봄이 오고 있다. 이미 와 있을지 모른다. 매화를 봤다. 문득 새콤달콤한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 :) 《펀치 드렁크 러브》 가 떠올랐다. ㅡ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다. PTA이기에 그의 러브스토리는 다를 것이란 믿음 ㅡ


"당신 얼굴을 꼭꼭 씹은 후 눈알을 파내서 먹고 싶어요." _레나 레나드(에밀리 왓슨)가 배리 이건(아담 샌들러)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대사


시작한다. "딸깍, 딸깍"



+

7명의 누이들에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애덤 샌들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 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배리. 어느 날 아침 멀쩡히 도로를 지나가던 자동차 한 대가 (바퀴가 빠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갑자기 등장한 차에서 낡은 오르간을 배리의 카센터 앞에 놓고 사라진다. '우르릉 쾅'(차 문 닫히는 소리) 확률적 우연, 혼돈의 순간


곧이어 레나 레나드(에밀리 왓슨)가 등장한다. 아침 햇살, 신선한 바람, 붉은색 투피스를 입은 그녀,  배리에게는 일생에 올까 말까 한 사랑이 시작되려 하는데 ...


?. “사랑은 통속적인 로맨틱 소설의 사탕발림 같은 게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위의 문장은,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프랑크푸르트의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ㅡ  《펀치 드렁크 러브》가 2003년작이니 ... 《펀치 드렁크 러브》를 봤나?  ㅡ


영화의 시작과 함께 파란 벽의 공간, 구석진 모서리,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로는 전화기, 서류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열심히 전화로 일을 하는 배리(애덤 샌들러). 아나모픽 렌즈(화면에 더 많은 정보와 공간을 담을 수 있는 수축 렌즈)로 그가 일하는 장면이 잡힌다. 잠시 쉬기 위해 실내에서 밖으로 나온다. 따가운 햇살에 시선을 돌리자 자동차 사고를 보게 된다. 요란한 소리. 다시 새로운 차가 등장해 낡은 오르간을 자신의 카센터 앞에 놓고 가버린다. 곧 레나 레나드(에밀리 왓슨)가 등장하고 인사와 부탁을 받는다.


한 남자가 실시간으로 자동차 사고를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또, 눈앞에 낡은 오르간이 버려지는 순간을 볼 확률은? 아마도 진짜 사랑과 만날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낡은 오르간은 그리스 신화 속 큐피드 같았다. 큐피드(낡은 오르간)가 등장하자 배리와 레나가 만났다. 큐피드의 화살은 낡은 오르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배리와 레나는 사랑에 빠진다. 마치 큐피드 화살에 맞은 것 같이


?. 푸딩과 전화기


배리는 마트에서 우연히 항공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는 경품 푸딩을 발견한다. 막연했지만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푸딩을 모았다. 푸딩은 마치 소원을 비는 돌 쌓기 돌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8주만 있으면 푸딩 마일리지가 나와요. 그때까지 당신이 기다려만 준다면 당신 가는 어디든 나도 갈 수 있어요. _배리 이건(아담 샌들러)


한편, 낡은 오르간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레나. 배리는 거짓말을 자주 하고, 때때로 분노 장애로 폭력적으로 변한다. 사람들과의 대면에 소통이 어렵고, 늘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그런 배리의 손에는 항상 수화기가 들려있다. 영화의 처음 시작과 함께 전화를 하는 장면, 여동생이 여자를 소개시켜준다 해도 거절하고 혼자 집에 돌아와 폰섹스를 하고, 다음날 폰섹스녀에게 전화로 협박을 받는다. 급기야 레나가 (폰섹스와 관련된 일로) 교통사고를 당하자 수화기만 들고 (폰섹스) 폭력조직 우두머리(필립 시모어 호프먼)를 찾아가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내가 지금 얼마나 센지 넌 모를 거다... 난 사랑에 빠졌거든... 사랑으로 얼마나 강해 질 수 있는지 넌 모를 거다. _배리 이건(아담 샌들러)


전화기에 연결된 수화기 선은 끊겼다. 육성으로 말하는 배리


?. 블루Blue와 레드Red의 펀치* 같은 사랑


영화에서 눈에 띈 장면은 마크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 색면화 같은 색의 너울. ㅡ 흰색과 검은색은 없었다. 무지개색 너울 ㅡ 제목에서 느낀 펀치 한 색감. 펀치 칵테일 같았다.

(우) 펀치 칵테일의 한 종류 '상그리아'


 * 커다란 그릇에 과일, 주스, 탄산음료, 술, 향신료 등을 섞어서 마시는 음료의 장르 중 하나. 보통 사과, 오렌지, 자몽 등의 과일을 썰어 넣은 다음 오렌지주스나 사과주스, 그리고 술을 넣을 땐 럼이나 보드카를 주로 사용하여 만든다. _나무위키


그렇다면, 제목 '펀치 드렁크'는 칵테일의 한 종류일까? 확인해 봤다. 아니었다. ^^;;


제목의 '펀치 드렁크'는 복싱의 후유증 용어인 펀치 드렁크이다. 물론 영화에서 복싱을 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의 행보가 바로 그 펀치 드렁크 후유증을 앓는 듯한 상황 _나무위키


항상 파란 양복을 입고 있는 배리. 어느 날 (낡은 오르간과 함께 찾아온) 붉은 여인 레나와는 마치 블루와 레드의 만남 같았다. 과연 서로 다른 색이 섞일 수 있을지. 시련?은 있었지만, 배리는 레나의 교통사고로 각성을 한다. 그는 외친다.


나한테 당신이 모르는 힘이 있어... 내가 가진 사랑 _배리 이건(아담 샌들러)



#트리비아 #trivia #나무위키 #뒷이야기

ㆍ극 중에서 배리는 경품 포인트를 모은다고 푸딩을 있는 대로 질러대는데, 그걸 보고 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1999년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던 데이비드 필립스는 영화와 동일한 헬시 초이스사에서 진행하는 마일리지 증정 이벤트를 위해 개당 25센트에 판매되던 푸딩 12,150개를 총 3,140달러에 구매해서 총 1,253,000마일을 얻었고, 이 중 대다수를 아메리칸 항공 마일리지로 적립해서 평생 실버회원 자격을 얻었다.(...) 여러모로 영화와 세부적인 부분까지 동일하다. 여담이지만 실제 인물은 도저히 혼자서 쿠폰을 다 뗄 수가 없어서 동네 구세군 직원들을 동원해 작업한 후 푸딩을 전부 기부해 세제 혜택으로 800불을 더 아꼈다고 한다.

ㆍ작품 속 소품인 피아노는 이야기의 동기를 제공하는 듯하면서도 나중에 가면 자연히 잊히는 맥거핀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다만 극 중 초반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심리를 반영하는 장치 역할을 하기는 한다.

ㆍ2002년 칸 영화제에서 임권택과 함께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과 함께 감독상을 타게 된 작품이 바로 《취화선》이었다.



인상impression

사랑은 낡은 오르간(풍금)을 타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그가 만든 러브스토리는 엉뚱하면서, 곳곳에 웃음 포인트도 있고, 독특한 스토리 구조에 적응은 어려웠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의외성의 연속. 배리 이건(아담 샌들러)과 레나 레나드(에밀리 왓슨)의 사랑은 펀치 드렁크 한 느낌이었다. 사랑은 확률적 우연과 용기(각성), 그리고 진심인 것 같다.


덧,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오마주 같은 장면들이 등장했다. 반갑고 추측해 보는 재미 :)

(좌) 007시리즈가 생각나는 도망가는 모습 (우) 히치콕 영화가 생각나는 스릴러적 미로 구조의 (아파트) 복도와 문

.

.

.

☞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매거진의 이전글 거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