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지다

아서 해커Arthur Hacker

물에 양산을 빠트린 저 여인처럼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면

천천히 이 그림을 감상해 보세요.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될지도 몰라요.

노란색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높여주거든요.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Arthur Hacker <In Jeopardy>, (1902)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889년(31세) 아서 해커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합니다. 런던으로 돌아오자 런던 예술계와 상류층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습니다. 초상화 의뢰가 쏟아져 들어왔고, 창작 활동을 멈춘 채 3년간 초상화에만 집중합니다. 많은 돈을 법니다. 해커의 목표는 옥스포드셔에 자신의 집을 짓고 옥스포드셔에 살고 있는 릴리안 프라이스와 결혼하는 것.

1881년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던 20대 해커는 친구 소개로 처음 릴리안 프라이스와 인사를 합니다. 짧은 인사와 자기소개만 주고받았지만, 그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맑은 피부, 흔들림 없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 달콤한 목소리, (자신의) 감각들을 예민하게 만드는 분위기까지. 속으로 외칩니다. "릴리안은 나의 뮤즈다. 릴리안과 반드시 결혼할 거야"

해커는 확신과 함께 객관적 판단을 합니다. 현재의 나는 무명 화가이며, 무일푼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부와 명성을 얻어야 한다. 나의 뮤즈 릴리안을 얻기 위해.

이후 해커의 예술 열정과 릴리안을 향한 열망은 그를 끊임없이 채찍질하였고, 점차 해커의 작품들은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영국 다음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점차 서유럽 전역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해커. 1902년 옥스포드셔에 직접 디자인 건축 설계한 집 '홀 잉글Hall Ingle'을 완성합니다. '홀 잉글' 인테리어는 그동안 수집해 모은 릴리안의 취향을 바탕으로 완성합니다. 해커는 완성된 집 거실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그의 시선은 일주일 전 완성한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위험에 빠지다》.

릴리안 프라이스는 나의 부인이 되어줄까?

&

1. 1900년. 나의 뮤즈. 나의 연인. 얼마 전 제랄드로부터 편지를 받았어. 당신이 런던의 젊은 사업가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식. 나는 알 수 있어. 오래가지 못할 것을. 당신은 나와 이어져 있어. 운명이란 붉은 실. 절대 끊어지지 않는. 아무도 볼 수도 없는. 나의 심장과 당신의 심장으로 연결된 붉은 실. 우리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끊을 수 있어. 오늘도 초를 잔뜩 키고 어두운 작업실에서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지. 당신을 생각하며 또 하루를 보내. 릴리안 프라이스.

2. 1901년. 정말 악착같이 초상화를 그렸어. 목표한 돈을 모았어. 이제 당신이 살고 있는 옥스포드셔에 집을 지을 수 있어. 어저께 제랄드와 저녁을 먹었지. 제랄드가 말하더군 당신이 연인과 헤어졌다고, 어떻게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지. 나는 옥스포드셔에 새로 지은 집 '홀 잉글'에서 당신을 맞이하면 돼. 10년의 기다림.

아직도 기억나. 당신과의 첫 만남. 인사가 끝나자 갑자기 당황해서 발그레 달아올랐던 볼과 귓불. 릴리안 프라이스

3. 1902년. 6개월의 공사 끝에 당신과 함께 살 '홀 잉글Hall Ingle'을 완성했어. 빨리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 우리의 안식처. 당신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 땅 위에 지은 집. 당신의 취향과 감성으로 채운 곳. 낭만적이지 않아. 나의 뮤즈. 나의 영혼. 릴리안 프라이스.

...

집이 완성될 즈음 악몽을 꿨어. 알 수 없는 불안에 꿈을 꾼 것 같아. 사실 악몽이라기보단 기이한 아름다움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