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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존 에버렛 밀레이

by 하루키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waiting-1854.jpg John Everett Millais , (1854)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848년 프리 라파엘라이트 형제단(Pre-Raphaelite Brotherhood; 라파엘 전파)을 윌리엄 홀먼 헌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함께 결성합니다. 기존의 전통적 예술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에 대한 시도. 답습적 배움이 아닌, (과거의 정수는 받아들이데)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의 예술이 (새로움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


미술, 문학, 종교계에서 수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지만, 소수의 젊은 예술가나 비평가로부터는 폭발적 지지를 얻습니다. 점차 영국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올라갈 즈음 1853년 예술 비평가이자 자신의 팬인 존 러스킨으로부터 그의 스코틀랜드 여름 별장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밀레이는 주저 없이 스코틀랜드로 향합니다.


존 러스킨과 에피 그레이 부인이 반겨 주었고, 평화로운 스코틀랜드 풍경에 취해 산책을 합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밤늦도록 세리주를 마시며 존 러스킨과 대화를 한 밀레이. 다음날 존 러스킨은 만취해 일어나지 못해 에피 그레이 부인 혼자 배웅해 줍니다. 마차 앞까지 도착하자 밀레이는 말합니다.


Thank you. Mrs. Effie Gray. Yesterday was a rude awakening.

감사합니다. 에피 그레이 부인.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 (말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밀레이의 눈만 보는 에피 그레이)


밀레이는 당황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실크햇 모자를 씁니다. 런던을 향하는 마차 속에서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세리주를 마시던 유리잔 너머로 보인 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존 러스킨과 예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건너편에 앉은 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잠시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던 순간들. 그녀의 눈은 어디에도 있었고, 어디에서도 마주쳤습니다. 자꾸만.


밀레이는 용기 내 에피 그레이 부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냅니다. 존 러스킨은 예술 평론가로 유명해 굉장히 바빴고, 집안일이나 편지, 서류 관련 일은 에피 그레이 부인이 도맡아 처리해 에피 그레이 부인은 존 러스킨에 말하지 않고, 이를 계기로 밀레이와 비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지난 스코틀랜드 여름 별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밀레이의 예술세계, 서로 좋아하는 문학과 세상 이야기. 점차 서로에 대해 묻고 알아갑니다. 깊이 파고듭니다.


1854년 밀레이는 다시 한번 존 러스킨으로부터 스코틀랜드 여름 별장 초대를 받습니다. 밀레이는 갈등합니다. 에피 그레이 부인을 향한 깊어지는 마음에. 당황스럽고 두렵습니다. 에피 그레이 부인과 인연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불안한 결심. 스코틀랜드 여름 별장에 도착합니다.


멀리 녹색 풀밭 위로 핑크 드레스와 하얀 피부에 빨간 모자를 쓴 여인이 보였습니다. 아직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선은 정면이 아닌 사선이었고 누군가를 (밀레이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에피 그레이 부인. 그녀의 뒤편으로는 우거진 나뭇가지와 오솔길이 보입니다. 에피 그레이 부인이 물망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


* 꽃말. 기억

1853년 스코틀랜드 여행 중 예술 비평가 존 러스킨 부인 에피 그레이와의 사랑은 밀레이 인생 최대 전환점이 됩니다. 러스킨과의 결혼 무효 소송 끝에 1855년 결혼에 성공한 밀레이는 이후 8명의 자녀를 두며 에피 그레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룹니다. _Wiki



&



1. 캔버스를 9등분 하면 중앙 계단에 여인이 놓입니다.


▶ 위 3등분엔 오솔길,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내리쬐는 햇살

▶ 중앙 3등분엔 돌담과 계단, 여인이 보입니다. 그늘 속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앉아있는 경계의 여인

▶ 아래 3등분엔 바람에 누운 들풀이 빛을 받아 연녹색으로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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