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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l 20. 2022

동경 이야기

전 세계 감독들이 뽑은 역대 최고 영화 1위

전 세계 감독들이 뽑은 역대 최고 영화 1위. 《동경 이야기》 ㅡ 무려 1953년 일본 영화다. ㅡ 어렸을 적 <씨네 21> 잡지를 즐겨 읽었다. ㅡ 그냥 재미가 있었다. ㅡ 영화가 완성된 상태도 좋았지만 그 이면의 에피소드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꽤나 흥미가 있었고, 평론가들 혹은 영화 전문 기자들 각자의 온도차 있는 분석 혹은 차이를 짚어가며 읽는 걸 좋아했다. ㅡ 고백하면 그렇게 잡지를 읽고, 보지도 않은 영화를 본 척, 영화 전문가처럼 전문용어를 사용해 주변에 척을 했었다. 부끄럽다. ㅡ 당시 씨네 21에 주로 거론된 감독은 영미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일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었다. ㅡ 개인적 기억이다. ㅡ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보지도 않은 동경이야기를 잘 아는 것처럼 한참을 분석해 떠들었는데 ... 하필 당시 함께 대화를 나눈 사람들 모두 영화광이었던 ... 결국 크게 창피를 당했다. ㅡ 부끄럽다. ㅡ 이제와서 영화를 본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내가 보지않은 영화들 중 반드시 봐야 할 단 한편의 영화라면 《동경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의 감독들이 추앙하는 《동경 이야기》. 디지털 복원판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어쩌면 한국 드라마, 영화에서 매우 익숙한 클리셰 같은 '가족 이야기' ㅡ 대가족에서 핵가족 화해 가는 1950년대 일본에서 노부부는 시골에서 큰아들을 공부시켜 의사로 만들었고, 다른 자식들도 성인이 돼 동경에 정착했다. 오랜만에 노부부는 자식들을 보러 동경에 갔지만 자식들에게도 손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왠지 한국의 1970~80년대 가족사 같은 ... ㅡ 《동경 이야기》는 가족간 이야기의 클리셰를 만든 본류였다. ㅡ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독보적 영화를 만들어 냈다. ㅡ 마치 18세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식 사랑의 클리셰를 만든 것처럼 ... ㅡ 독보적 작품성으로 출간 이후 젊은 남자의 열정적 사랑과 죽음에 이르는 방식의 모든 소설의 아버지인 것처럼 ... ㅡ



02.

흑백 영화다. 독특한 점은 화면이 항상 고정되어 있었다. 배우들이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자연음이 들리는 흑백 사진같았다. ㅡ 인간은 상상을 한다. 인간의 시선과 상상이 맞닿은 흑백 사진 속 피사체. 피사체는 말을 하고 움직이며, 때로는 사진 바깥으로 사라지는 등 자유롭다. ㅡ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자신만의 상상력 혹은 성찰로 정교한 연출을 하였고 연극적이지 않은 영화같은 영화를 보여줬다.



#나무위키 #뒷이야기

ㆍ2012년 BFI(영국영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 평론가들은 역대 3위(알프레드 히치콕 '현기증' 1위, 오슨 웰스 '시민 케인' 2위), 감독들은 역대 1위로 선정하는 등 영화사에 기록될 위대한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ㆍ이 영화는 핵가족의 붕괴라는 스토리에만 집중하기엔 그 촬영기법이 너무나도 독특하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 동안 카메라가 단 2번 움직인다. 그 2번도 풍경을 촬영할 때만이다. 즉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집의 내부를 촬영할 때 카메라는 항상 고정된 자리에서 고정된 높이에 머무른다. 이것을 소위 다다미 쇼트라고 부르는데, 사실 영화 역사상 이 작품이 여러 번 거론되는 것 또한 이러한 촬영기법 때문인 경우가 많다.



03.

《동경 이야기》가 동서양 구분 없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 힘은 인류 보편적 감성 '가족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ㅡ 이는 모든 인간의 공감대다. ㅡ 하지만 '가족 이야기'만 있었으면 반쪽짜리 영화였을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보편적 감성에 더해 애수憐れ를 넣었다. 일본인이라면 묻거나 대답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전달되는 감정. 애수憐れ*. 이는 곧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승화하였다. ㅡ 인간의 무의식 속 심해에서 부유하고 있는 가족과 애수가 짙게 물들어진 영화 ㅡ


* 애수憐れ - 정취·비애를 느끼게 하는 모양.



마지막으로...

다다미 쇼트*라 불리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만의 독특한 촬영이 빛을 발했다. ㅡ 어쩌면 아이가 막 걸음마를 떼었을 때 아이의 눈높이 시선 ㅡ 카메라의 정지된 시선의 한정된 상황을 고도의 기획된 연출로 풀었다. ㅡ 바꿔 말하면 장인급 미장센* ㅡ 영화는 한여름에 일어난 일이었다.


* 다다미 쇼트 - 다다미에 앉았을 때의 시선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
* 미장센 - 무대 위에서의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 장치, 조명 따위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


덧 1, 결말의 반전은 큰 울림을 주었다. 말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하기 링크, 무료 풀버전으로 봐도 무방하다.(저작권 만료 70년)


덧 2, 영화 속 할아버지 히라야마 슈키치(류 치슈)는 극중 대화에서 '야아' 라는 입버릇을 자주 사용했다. 결코 밝지도, 경쾌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우수憂愁가 어렸다.


덧 3, 개인적으로 손꼽는 명장면은 어머니 히라야마 토지(지에코 히가시야마)가 과부가 된 며느리 히라야마 노리코(하라 세츠코)를 안쓰러워하며 눈물을 훔치며 잠을 청하던 장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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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무료 풀버전 링크

>>> https://youtu.be/ttYuMzCj8X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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