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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May 26. 2022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은 사실 끔찍하게 같다.

말에는 아무 힘도 없으니까.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은 사실 끔찍하게 같다.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곳이 침대가 아니라 관속같이 느껴지는 날. 공기에 잠겨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날.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도 모르는 날이 있다. 날씨가 유난히 좋아서.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꼼짝도 할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렇지 내가 방금 누군가를 떠나보냈다. 



미안해요. 



라는 말은 듣는 것은 끔찍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사랑해요.이고 하나는 미안해요. 그 말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언듯 들을 때는 그 말들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고 내 삶을 바꾸거나 내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사랑한다고 했잖아. 와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데서 똑같다. 끔찍하게 무력한 말이고


끔찍하게 사람들을 목숨 걸게 만든다. 



그러니까 사실 같은 말이다. 많이 미안하다는 말과 많이 사랑한다는 말은 사실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다. 많이 듣는 쪽이 지는 거다. 



살다 보면 차라리 칼로 찔리는 게 덜 아프지 않을까 싶은 그런 날이 온다. 믿었던 사람이 사람을 떠나거나 배신당하거나 작별인사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 사라지거나 알고 보니 모든 게 거짓이거나 그런 것들은 너무 흔해서 말할 가치조차 없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마다 글을 한편씩 썼다.



몇 년 전의 어느 가을날,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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