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by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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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갓 내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아무런 방해 없이 몇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것. 그게 나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우리는 보통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크고 특별한 순간을 떠올린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눈부신 석양, 오랜 준비 끝에 얻은 성취, 예상치 못한 행운.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 스며 있는 작고 평범한 기쁨을 쉽게 지나친다.


나 역시 그랬다.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 같았다.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평가. 그런 것들을 손에 넣으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조건들이 채워졌을 때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해서 허전했다. 무언가 빠져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공허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하루키는 거창하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달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 하루가 자신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문장들이 짧고 단순했지만, 묘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행복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루틴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날 이후로 나도 내 일상에 작고 확실한 기쁨을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다. 아침엔 조용히 셀러리 주스를 마시고, 오전엔 2~3시간 글을 쓴다. 오후에는 달리기를 하고, 씻고 나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 단순한 루틴이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질서가 삶의 구심점이 됐다.


어떤 날은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어떤 날은 달리기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그런 모든 작은 우연들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는 너무 큰걸 원하고, 너무 멀리 있는 것을 바라보다가 정작 내 삶에서 가장 가까운 기쁨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삶을 유지시켜 주는 건 언제나 작은 것들이다. 잘 익은 토스트의 냄새, 달리다 맞는 바람 한 줄기, 글을 쓰다 문장이 '딱' 맞아떨어지는 그 순간.


그런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쌓이면, 삶도 어느 순간 충만해진다. 불안과 초조는 점점 자리를 줄이고, 대신 잔잔한 리듬과 중심이 생긴다.


하루키는 말한다. “인생은 아주 단순한 리듬의 반복 안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나는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누릴 수 있는 작고도 확실한 기쁨들—그게 진짜 행복이고, 그것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힘이다.


거창한 변화보단 오늘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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