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물건을 모으는 데 흥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물건이 '모이는' 것이 내 인생의 모티프 같다. 다 듣지 못할 양의 LP 레코드, 아마도 다시 읽을 일 없을 책, 잡지 스크랩, 연필깎이에 끼우지도 못한 만큼 짧아진 연필, 별의별 것이 내 주위에 빼곡하게 늘어간다."
– 『무라카미 T: 내가 사랑한 티셔츠』 中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지 소설가만은 아니다. 그는 본질적으로 '수집가'다. 그의 집엔 다 듣지 못할 양의 LP, 다시 읽지 않을 책, 짧아져 깎을 수 없는 연필, 잡지 스크랩, 그리고 수백 장의 티셔츠들이 가득하다. 특히 책 『무라카미 T』는 하루키의 수집가적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도 마치 수집가처럼 움직인다. 직접 한 인터뷰에서 "나는 소설을 쓸 때 재료를 하나하나 모으는 사람"이라며 "이야기를 짜는 것이 아니라 파편을 수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가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란 플롯의 설계자라기보단,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의 리듬으로 조합하는 '큐레이터'에 가까운 존재 아닐까. 좋은 글은 애초에 완성된 하나의 거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파편들의 조합에서 비롯된다.
하루키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문장과 음악, 이미지와 고독, 질서와 반복, 그리고 오래된 티셔츠까지. 그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수많은 조각들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며 '하루키 월드'를 만들어낸다.
결국 작가란, 세상과 감정을 끊임없이 수집하고 조립하는 사람이다. 단지 창작하는 이가 아니라, 살아가며 '모으는' 사람.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배열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 하루키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