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뱀파이어
서로의 하루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나 힘들어. 오늘 하루가 너무 벅찼어.”
이 한마디에
“힘들었겠다.”라고만 해줘도 충분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화는 종종 비교의 장이 된다.
“나도 힘들었어.”
“내가 더 힘들었어.”
서로의 고생을 줄 세우다 보면 결국,
“됐다, 그만하자.”라는 말이 나오고 만다.
왜일까.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비교한다.
그 마음이 나쁘거나 악의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러나 비교가 개입되는 순간,
말은 위로가 아니라 부담이 되고
관계에는 금이 간다.
하지만 해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 피로와 하루를 비교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연습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며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대화는 불쾌함 없이 즐거워야 하고, 꾸밈없어야 하고, 자유로우면서 품위 있어야 한다.
_ W. H. 오든 (W. H. Auden)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이른바 ‘에너지 뱀파이어’
자기 신세 한탄만 늘어놓으며 대화를
일방적으로 끝내고, 타인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이용하며 세상과 사람들을 원망한다.
듣는 이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들은 ‘적당함’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처음에는 안쓰럽다.
그래서 들어준다.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며 위로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는 귀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뱀파이어의 독백으로, 듣는 이의 기운을
쏙 빼앗는다. 하지만 인간은 AI가 아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선을 긋기 전에
말로 몇 번 더 기회를 건넨다.
“나도 요즘은 조금 여유가 없어서...
네 얘기 다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큰데,
지금은 조금만 줄여줄 수 있을까?”
(나도 말 좀 하자...)
이 말을 들으면
보통의 사람은 잠시 멈춘다.
혹시 내가 기대고만 있었던 건 아닐지,
상대의 숨이 가빠진 건 아니었을지 돌아본다.
그리고 그 짧은 멈춤이 관계를 살린다.
말하지 않으면 서운함은 쌓이고,
쌓인 감정은 결국 폭발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꺼낸 이 한마디는
관계를 밀어내는 대신 오히려 서로를
단단하게 만든다. 선을 긋는다는 건,
끊어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지켜내고
싶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다르다.
부탁을 하고 선을 긋는 순간,
당신이 가해자가 된다.
그들은 당신을 원망하고, 비난하며,
죄책감을 심으려 들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으려는 듯)
상대의 피가 마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럴 때 떠올려야 할 말이 있다.
“당신을 소모시키는 관계에서는 물러서라.
당신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다.”
— Oprah Winfrey
지혜로운 사람은 이쯤에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조용히 거리를 두며 관계를 정리한다.
그제야 ‘뱀파이어’는
오히려 지혜로운 이를
속 좁은 사람으로 정의하고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떠난다.
“당신이 타인의 감정을 책임질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안아주려다
당신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라.”
— Elizabeth Gilbert
마지막으로 건강한 관계는
한쪽이 말하고, 한쪽이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말하고, 서로가 듣는 것이다.
그렇게 주고받는 관계에서
이해와 신뢰가 자라난다.
이 글을 읽고, 당신에게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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