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 네 번째 빌런

눈치밥 먹게 하는 사람

by 김하루



요즘 말로 하자면, 감정이 그대로 태도가 되는 사람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짜증과 불쾌함의 형태로 변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만든다.

놀랍게도, 이들은 먼 관계에서는 다정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이 정해 놓은 ‘친밀함의 궤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때부터 자신의 감정으로 상대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옛말처럼, 이 빌런과 함께 할 때,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있다.

그들은 한숨과 들숨을 교차하며, 상대방의 심장을 미묘하게 두근거리게 만든다.

결국, 상대는 자신의 기분에 맞춰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정신적 평화를 갈취하는 가장 은밀하고 피곤한 빌런이다.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타인에게 혼란을 만든다.”


— 다니엘 골먼 (Daniel Goleman)


이런 빌런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다. 죄책감이나 미안함 따위는 조금도 모른 채 말이다. 그를 마주한 우리는 어느새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앉고, 스트레스는 온몸에 염증처럼 번져 간다.




여행에서 드러난 본성


A 씨는 20년 만에 친척 여동생 B 씨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두 사람의 사이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B 씨는 다정했고 공감 능력도 뛰어났다. A 씨는 어느새 한층 성숙해 보이는 친척 여동생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끌려들고 있었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또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평소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고 통화를 나눌 때만 해도 B 씨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서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의 본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획대로 일정이 흘러가지 않으면 곧바로 짜증을 냈고, 피곤함을 이유로 기분이 곧 태도가 되어 주변 사람들을 숨 막히게 만들곤 했다. 결국 A 씨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B 씨와 대화를 나눈 끝에 낮 시간만큼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따로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사람들을 휘두르지 못하게 되자, 분을 삭이지 못한 B 씨는 저녁 무렵 문을 쾅 닫으며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선 그녀는 짐을 툭툭 내려놓고 TV 소리를 거칠게 줄이는 등,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의 불만과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박 4일의 여행은 A 씨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A 씨는 비로소 B 씨에게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여행의 기억은 한동안 A 씨에게, 누군가와 떠나는 여행 자체를 조심하게 만드는 작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회복과 깨달음


A 씨는 본성을 알게 된 뒤, 바쁜 일상을 핑계로 서서히 거리를 두며 관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시간이 흐르고 정서적으로 회복된 후, A 씨는 다른 지인들과 여행을 떠났다.
서로의 배려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진정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경험했다.
그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여행이지...”
그리고 깨달았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편안할 때가 아니라, 함께 견뎌야 하는 순간에야 드러난다는 것을.


사람은 함께 여행해 봐야 그 본성을 알 수 있다.

- 마크 트웨인




직장 안이든, 가정이든, 혹은 피할 수 없는 여행 속에서든 이런 빌런을 만나면, 자존감은 흔들리고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져 정신이 지쳐버린다.


가능하면 무시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감정적 거리를 두어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리학과 정신과 연구 및 사례 통계에서, 반복적 감정 조종을 겪은 사람들 중 감정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 집단의 스트레스 지수가 40%, 불안 수준이 35%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천 가능한 단계


상대의 기분에 무조건 맞춰주지 않기

→ 자기 경계를 분명히 하고, 내 감정을 희생하지 않는다.


불편한 요구나 태도에는 짧게 말하기

→ “지금 당신이 한 행동은 불쾌하다.”처럼 명확하게 표현한다.

필요하다면, 차라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못 들은 척 넘기기도 한다.(무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황 공유

→ 객관화하며 죄책감 없이 마음을 정리한다.


상대의 태도에 내 감정을 연결하지 않기

→ 마음속으로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문제다”라고 되뇌며 감정을 분리한다.


시선은 피하거나 필요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나가기.

→ 불필요한 긴장과 감정 소모를 최소화한다.


사실,

생사가 걸린 일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과의 연은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성향을 고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내 감정을 지킬 권리는 나에게 있다.

불쾌함을 계속 쌓아두면, 빌런은 자신의 감정으로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마음까지 피폐하게 할 것이다.

세상에는 충분히 성숙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니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하고, 편안한 만남을 선택하라. 당신의 마음은 빌런의 마음보다 훨씬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빌런 #감정 #인간관계 #자존감 #가스라이팅

작가의 이전글인간관계 : 세 번째 빌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