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요테 어글리>를 보면 추억이 떠올라.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던. 나는 그 영화를 노래로 먼저 접했어. 극 중 여주인공이 부르던 ‘Can't fight the moonlight’이라는 노래였지. 당시 나는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노래를 지겹게 들었거든. 그땐 뜻 모르는 좋은 노래 정도였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한 채 웅얼거리면서 따라 부르던 딱 그 정도.
오후 열한시쯤 손님이 다 떠난 자리를 치우다가 창밖을 보면 가게 앞 공원은 어느새 밤이 까만색 물감을 칠해 놓았고 그게 좋았어. 아주아주 밝게 형광등을 켜놓은 가게에서 바라보는 칠흑의 세상엔 미묘한 감정들이 둥둥 떠다니면서 나를 설레게 만들었거든. 어쩌면 노래 때문이었을지도, 가녀린 달빛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면 저 까만 세상이 내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었지. 일을 마치고 가게를 나와 밤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으니까.
하루를 다 살아내고 늦은 버스에 오르면 기사 아저씨는 꿈꾸는 사람들이 가득한 동네를 말없이 운전했고, 난 버스에 가만히 앉아 다른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을 했지. 그 버스 안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다들 꿈을 꾸는 시간이라 같이 꿈을 꾸고 싶었을지도. 까만 세상에 점점이 놓인 가로등 불빛의 황홀에 빠지면 누구라도 꿈을 꾸지 않았을까.
어느 주말 저녁 우연하게 <코요테 어글리>를 보고 펑펑 울었어. 꿈을 찾아 세상에 부딪히는 주인공이 부러웠던 것도 같고. 꿈이 있다는 것도 부러웠던 것 같고. 자유롭기도 하지만 힘든 그 삶이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뭐가 부러웠는지 시간이 지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아마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아도 한마디로 정의하진 못할 거야. 주인공의 삶을 대신 살아볼 기회가 생긴대도 행복하진 않겠지.
그냥, 주인공의 세상에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까만 밤과 가녀린 달빛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지금은 생각해. 다음에 다시 그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땐 막연히 이거였을까 싶은 또 다른 이유가 더해질지는 모르겠어. 물론 몇 번이나 본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먹먹한 감정은 영원하겠지만.
햄버거 가게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분명 그 시절 나에게도 까만 밤과 가녀린 달빛이 있었거든. 나는 그 어둠을 사랑했고 그 빛을 사랑했어. 코요테 어글리에 나오는 밤보다 더 매력적인 달밤이 나에게도 있었는데, 왜 나는 추억보다 영화의 밤을 더 부러워하는 걸까. 단지 겪지 못한 세상이 마냥 부러운 거겠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