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by 하루살이

늙어간다는 건 기억할 과거가 겹겹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도서관 반납대의 정리되지 않은 서적들처럼 과거는 삶에 비례하여 점점 쌓인다. 제멋대로 처박힌 기억들은 아무런 구원을 받지 못한 채로 나뒹굴고. 그러다 어느 날인가는 이기적인 사람의 손에 꺼내어 지기도 한다. 날씨가 선선하고 볕이 좋은 날이나 달이 은은한 날에는 차분하게 앉아 과거를 되짚어보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기억의 사서는 바쁘게 기억들을 제 자리로 옮겨놓곤 한다.


솜이불 같은 구름이 달을 살짝 덮어주는 날이면 나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기억을 더듬어낸다. 그럴 때면 켜켜이 쌓인 기억의 조각은 제멋대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제멋대로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때때로 사라지는 기억들로 헛헛해하다가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추억에 아려온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삶의 부산물을 탐닉하고서야 만족하게 된다.


나는 어떤 날은 되짚어 정리하고, 또 다른 날들은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보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손때가 묻어 해지는 기억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이대로 사라져버리면 껍데기만 남을까 하는 괴로움이 나를 먹어치우고 나면 나는 발작적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쌓인 부끄러운 기억들은 밖으로 나와 일기장이 되고, 사진첩이 되어 삶을 함께 살아간다.


생각건대, 늙어가는 건 단지 죽어가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한 조각씩 모여드는 나만의 기억을 만드는 것이 인생이라고.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그것만으로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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