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의 임신 및 진료 과정

임신 확인, 유산, 초음파 진료에 대한 기록

by Yoon

네덜란드에서 임신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억을 헤집어 글을 써본다.


먼저 네덜란드에서는 일반적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건강한 임산부의 경우 임신 기간 동안 의료진의 개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극초기부터 그대로 반영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 집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 후 다니고 싶은 조산원 (구글 맵 verloskundige 검색)에 직접 등록을 한다. 몸이 무거워지는 임신 후반까지 꾸준히 다녀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임신 확인 후 해야 할 일은?

조산원 등록 후 8주 차에 초음파가 포함된 첫 진료 예약을 잡아주는데, 5주 차에 초음파로 아기집을 바로 확인해 주는 한국 산부인과와 다르게 이 대기 시간이 아주 피 말린다. 특히 이 시기에 조기 유산이 흔하기 때문에 양성 테스트기를 봤어도 매일매일이 불안한데, 나는 첫 임신 때 5주 차에 유산을 겪었다.


유산 확인 후 해야 할 일은?

5주 차 유산은 일반 생리처럼 자연 배출되고, 초음파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나는 이틀간 하혈 후 임신 테스트기가 음성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조산원에 전화를 걸어 유산이 되었으므로 산모 등록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유산 과정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 했지만, 내 전화를 받은 산파들이 굉장히 다정하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어서 나름 위안이 되었었다.

이보다 늦게 유산이 진행된 경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고, 이 경우 조산원을 통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 두 번째 임신은 건강하게 출산까지 잘 마쳤으므로, 그에 대한 과정을 공유해 본다.


8주 차 진료

- 태아의 부모와 부모의 직계 가족에 대한 간단한 문진을 하므로 파트너와 같이 참석하는 것이 좋다.

- 첫 초음파 및 심장 박동 확인. 이때에는 그냥 동그라미 두 개만 보이는데 산파가 보자마자 머리와 엉덩이를 구분해서 알려줘서 놀라웠다. 자궁 외 임신 같은 이상 소견이 없다는 것을 빠르게 확인 후 한결 안심된 마음으로 진료실로 돌아갔다.

- 임신 중 조심해야 할 음식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회나 날 것을 먹지 말라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임산부도 회를 먹는다고 답변하니 산파가 미소를 띠며 다른 문화권에서는 권고사항이 조금씩 다르니 원한다면 회를 먹어도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나는 임신 기간 동안 마트에서 판매하는 초밥은 먹지 않았지만 식당에서 종종 회와 육회를 먹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임신 기간 동안 받게 될 다양한 검사와 초음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다양한 기형아 검사와 발병 확률 등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었는데, (NIPT, 양수 검사, 융모막 검사) 심장박동을 듣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어 마음이 심란하고 다음 진료 예약까지 또 새로운 걱정거리들이 생겨났었다.

- 네덜란드는 희망 산모에게 무료로 NIPT 검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의학적인 목적으로 무료 NIPT 검사를 받으므로 태아의 성별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 염색체에 의해 생기는 기형아 검사 결과도 받을 수 없다고 안내받았다.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내고 (약 50유로가량) 외부 초음파 센터에서 3D 초음파를 보고 성별을 안내받을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30주 초음파 때 태아의 성별을 무료로 알려준다.


10주 차 진료

- 두 번째 초음파 확인. 고작 2주 차이인데 이때에는 제대로 된 태아의 모습이 보여서 매우 신기하였다.

- 산후 간호사 (Kraamzorg) 업체를 선정하여 미리 등록하라고 안내받았다.

- 아이가 태어나면 데이케어에 보낼 예정인지 물어보고, 지금 당장 주변 데이케어 두세 곳에 대기 등록하라고 안내받았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에는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인력난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는 여유 있게 미리 사전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한다.


12주 차 NIPT 검사

- 나는 NIPT 검사를 받기로 결정해서 조산원에서 보내준 안내 메일을 따라 가까운 병원에 피검사를 예약해서 받았다.

- 검사 결과는 조산원에서 약 일주일 후에 전화로 알려주었으며, 나는 저위험군이라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았다. 고위험군 결과가 나올 시 추가적으로 양수나 융모막 검사를 받을 텐데 이 경우 본인 부담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20주 차 진료

- 세 번째 초음파 확인. 초음파를 꽤 꼼꼼하게 보며 태아의 신체와 장기 사이즈를 확인하며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준다. 사실 이때 아이의 성기가 보여 남아일 것을 알았으나, 산파는 30주 초음파 전까지는 성별을 알려주지 않으므로 성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태아의 크기에 대해 "정상 범위 안이다"라고만 말해주어 태아가 큰 편인지 작은 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정강이 뼈 길이의 경우 네덜란드 태아 평균보다는 약간 짧지만 내가 키가 작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정상 범위라고 본다고 안내받았다.

- 네덜란드에서는 고위험군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특정 문화권 산모가 (ex. 인도) 아니라면 무조건적인 임신성 당뇨 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안내도 따로 하지 않는다.


32주 차 진료

- 네 번째 초음파 확인. 이상 소견이 없을 경우 이게 마지막 초음파가 된다. 마지막 초음파는 산파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와서 봤는데, 그 때문인지 이 사람은 나에게 태아 배 크기가 상위 96 퍼센타일이라고 알려줬다. 이후 산파가 해당 결과를 보고 태아 배 크기가 이렇게 큰 것은 산모가 임당이기 때문일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임당 검사를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나는 몸무게 증가 폭이 매우 안정적이었으며 (40주 5일까지 11.5kg 증가),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근력운동을 하고 있으며, 아기의 배만 큰 것이므로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었다.

- 손가락에 작은 바늘을 찔러 매우 간단한 피검사를 하였고, 철분 수치가 정상 수준이니 굳이 철분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고 안내받았다. 이 역시 무조건 철분제를 챙겨 먹으라는 한국 문화와 다른 점이었다.


이 외에는 전부 출산 예정일이 비슷한 산모들을 모아서 하는 Centering Pregnancy 그룹 프로그램에서 약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 간단하게 혈압, 몸무게, 배 크기, 태아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룹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