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과 함께 찾아온 크람조흐
이튿날 새벽이 되자 세 시간마다 아이가 물던 젖꼭지가 다 뜯겨나가 너무 아파 더 이상 젖을 물릴 수가 없었다.
간호사는 일단 아이가 젖을 물고 20초 정도가 지나면 고통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젖을 물리던 나를 본 다른 간호사가 분유를 타서 주었다.
병원 입원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이 내가 본 모든 간호사와 의료진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의견을 주는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부모로서는 도대체 누구 장단에 북을 쳐야 하는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교대시간마다 의료진들이 계속 바뀌니 아이에게 딱 맞는 조언을 듣기 어려웠고 의료적인 문제가 없는 건강한 아기의 경우 의료진들도 딱히 교과서적인 답변을 줄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조언은 듣되 무조건 그를 맹신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골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산부인과 병동은 체온 관리가 어려운 신생아들을 위해 끔찍이도 더웠는데 앞서 말한 대로 샤워를 제대로 할 수 없던 나로서는 너무 괴로웠다. 게다가 간호사들이 자꾸 세 시간마다 들이닥치니 눈도 제대로 붙일 수 없어 당장 퇴원을 하고 싶었지만 소아과 의사들이 바빠 아이의 검사 결과 확인이 오후까지 밀렸다. 잠을 못 잔 상태로 아이가 계속 울어대니 이미 진이 잔뜩 빠져 퇴원해서 집에 가면 우리끼리 아이를 잘 볼 수 있을까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오전에 모유수유 전문가가 와서 젖을 물리는 게 아프다면 무조건 직수를 중단하고 유축을 시도해 보라고 했고, 아이를 살피더니 설소대 단축증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남편이 바로 아이를 같은 건물에 있는 소아과 병동으로 데려가 설소대를 잘라왔으나 직수는 여전히 아파서 이후에는 유축만 했으나 약 4-5일 정도는 젖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질식 분만이 아닌 제왕절개 후에는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젖이 도는데 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고 했다. 병원 간호사 말을 믿고 직수만 시도했다면 아이를 5일이나 굶길 뻔했다.
오후가 되자 드디어 퇴원을 해도 된다는 소아과 소견이 나왔고, 나는 바로 크람조흐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산후조리사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크람조흐 배정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생각해서 불안했었는데, 회사는 두어 시간 만에 사람을 바로 보내주었으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나는 크람조흐 회사에 병원 입원 직후, 출산 직후, 출산 1일 차에 퇴원 일자를 안내받은 후, 곧 퇴원한다는 확답을 받은 후 총 4번 꾸준히 연락을 해서 업데이트를 주었다.
나는 의학적 필요 없이 병원에서 출산을 희망했으므로 자기 부담금을 어느 정도 지불했어야 했다. (2025년 기준 약 600유로 선) 그러나 입원 중 고열로 인해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였으므로 병원 출산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총 병원비 5,770유로를 전부 보험 회사에서 지불하였다. (유도분만, 무통주사, 제왕절개, 2박 3일 입원)
집에 돌아와서 바로 머리를 벅벅 감으며 샤워부터 하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한국식 산후조리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한 것 같지만 출산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회복이 빨랐다.
산후조리사는 곧 도착했고 아이 몸무게를 잰 뒤 체중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당장 꼭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알려주어 남편이 나가서 모든 물품들을 사 왔다. (유축기, 울 담요, 신생아 사이즈 모자, 침대 보온 물병, 양말 등)
나는 한국 엄마들이 쓴 아이가 너무 더우면 태열이 올라오니 시원하게 해줘야 한다는 글을 잔뜩 봐서 보온 용품을 사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엄마들은 2주간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가 집에 돌아가고, 한국 집들이 유럽 집들보다 난방이 훨씬 잘 되니 그런 것이고 유럽에서는 생후 일이 주간은 아이를 따뜻하게 해 줄 제품들이 꼭 필요했다.
크람조흐는 출산 직후 약 일주일간 간단한 집안일과 함께 아이 돌보는 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알려주며 아이와 산모의 건강 상태를 챙겨준다. 나는 미리 요리를 해서 음식을 얼려두고 배달 산후조리 밀박스를 신청해 두었기 때문에 크람조흐에게 요리를 해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첫날을 제외하면 크람조흐는 오전 8시에서 오후 1시 정도면 퇴근을 했고, 나는 크람조흐 서비스를 총 6일간 28시간가량 이용했다. 개인적으로는 크람조흐가 집에 오면 어찌 됐든 손님이 와있는 느낌이 들어 푹 쉬기 힘들었고, 마지막 며칠은 빨리 그녀가 퇴근했으면 했다.
필요시 크람조흐 서비스는 더 연장할 수 있다. (예: 산모가 싱글맘인 경우, 산모나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 크람조흐 서비스는 네덜란드 정부에서 대부분의 금액을 부담하기 한다. 나는 총금액 2,108 유로에서 자기 부담금 143유로만 지불하였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교대하던 병원 간호사들과 다르게 전담 크람조흐가 우리 집에 와서 아이 한 명만 봐주기 때문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이틀차부터 벌써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또한 크람조흐는 남편에게 여러 번 제왕절개가 얼마나 큰 수술이고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지 여러번 강조해주어 든든하였다.
+ 다시 네덜란드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면 최대한 크람조흐에게 아이를 맡기고 낮 시간동안 부모 둘 다 침실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려고 할 것 같다. 그리고 출산 직후 3시간 간격으로 무조건 유축을 시도하면서 몸을 축내지말고 밤에는 푹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만 3시간씩 유축 or 직수 시도를 할 것 같다.
출생신고는 아이가 태어난 병원의 지역 시청에 3일 이내에 (공휴일 포함 시 그만큼 날짜가 추가된다) 방문하여 직접 해야 한다. 나는 크람조흐가 집에 있을 때 남편을 시청에 혼자 보내서 출생신고를 완료하였다. 간혹 산부인과 병실이 모자라 부모 거주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출생신고를 하러 거주 시청이 아닌 출산을 한 지역 시청까지 가야 한다.
출산 후 일주일간의 가정방문
1. 산파가 총 3번 우리 집에 방문해서 아이와 내 상태를 살펴주었다. 주로 출산 과정이 어땠는지, 산후 우울증은 없는지, 제왕절개 상처는 잘 아물고 있는지, 이후 피임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임신 기간 동안에도 출산 직후에 피임을 잘해서 몸 회복에 집중할 것을 여러 번 안내받았기 때문에 조산원에서 IUD를 삽입하는 예약을 잡았다.
조산원 비용은 총 530유로가 청구되었고, 보험으로 완전히 커버가 되었다. 3D 초음파를 보지 않는 이상 모든 비용이 필수보험으로 커버가 된다. 그러나 2025년에 들어서며 보험사를 바꾼 관계로 530유로라는 금액이 임신 기간 전체동안 청구된 금액인지, 올해에만 청구된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필수보험에 보장되어 있는지라 금액이 얼마가 나오는지는 개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2. 소아과 간호사가 우리 집에 방문하여 아이 청력과 발뒤꿈치 찌르기 검사를 (heel prick test) 진행했다. 청력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고 바로 안내받았고, 피검사 결과는 한 달 내에 나왔다. 이상이 있을 경우 결과가 빠르게 통보되는 것 같고, 우리 아이는 정상이었기 때문에 거의 한 달을 꽉 채워서 결과를 통보받았다.
3. 유소년 클리닉 (consultatiebureau) 담당자가 집에 와서 아이의 출생 몸무게, 현재 몸무게, 부모의 가족력 등에 대해 간단한 질의를 하고 갔다. 이때 한 달과 두 달 뒤 발달 상태를 확인할 예약을 미리 잡아주었다. 이후에 있는 유소년 클리닉 예약은 전부 내가 직접 아이와 함께 클리닉에 방문해서 진행된다.
모든 가정 방문이 끝나자 드디어 남편과 둘이서만 하는 육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내성적이라 매일매일 방문객이 오는 상황이 피로했으므로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