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결혼하기

우당탕탕 외국인들의 네덜란드에서 결혼식과 혼인신고

by Yoon

[한국인과 EU 국가 시민 외국인이 네덜란드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이후 한국에 신고하는 과정에 대한 글입니다.]


나는 2023년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었다.

결혼식은 부모님을 위한 잔치고 부모님이 비용도 대주셨으니 했지만 아이가 생기거나 같은 나라에 둘이 거주하기 위해 배우자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혼인신고를 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취업 비자로 네덜란드에 살고 있었고, 남편은 EU 국가 시민이라 같은 EU 국가인 네덜란드 거주에 별도 서류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2024년 여름에 내가 임신을 하자 혼인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아이가 태어난 뒤 한국, 배우자의 국가, 우리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아이가 법적인 부모 밑에서 필요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고

2) 어차피 애가 있으면 나중에 우리가 갈라서더라도 서류상 깔끔한 이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문자 T 모멘트)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처럼 결혼식과 혼인신고가 별도의 절차가 아니고, 주례가 있는 결혼식을 해야만 동시에 혼인신고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유산 위험이 낮아지는 임신 초기 끝자락에 결혼식 절차에 대해서 알아보니 아래와 같았다. 각 시청 별로 결혼식 신청 자격, 방법, 비용이 조금씩 다르니 원하는 시청 + marriage (trouwen)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보시라. 결혼식과 registered partnership 프로세스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암스테르담의 경우 거주자가 아니어도 무료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스텔베인 시청 결혼식 종류


2024년까지만 해도 무료와 간소 결혼식은 더치로만 제공되어 혼인 당사자들이 더치를 못 하면 무조건 가격이 비싼 일반 결혼식을 신청하여 영어로 결혼식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원한다면 세 종류 결혼식 모두 더치나 영어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1) 무료 결혼식

- 혼인자 한 명 이상 암스텔베인에 거주 중일 것

- 월요일, 수요일 오전 9시에 시청 결혼식장에서 10분 이내로 진행 (초스피드로 진행되며 매주 2 슬롯밖에 없기 때문에 대기가 길 수 있다.)

- 2~4명 사이의 증인 참석 필요

- 비용: 무료


2) 간소 결혼식 (Budget marriage)

- 혼인자 한 명 이상 암스텔베인에 거주 중일 것

- 월요일, 수요일 오전 9시 15분에 시청 결혼식장에서 15분 이내로 진행 (무료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5분 추가 시간을 주지만 마찬가지로 매주 2 슬롯뿐이라 대기가 길 수 있다.)

- 2~4명 사이의 증인 참석 필요

- 최대 10명의 하객 참석 가능

- 비용: 167.80유로 (2025년 기준)


3) 일반 결혼식

- 평일 다양한 시간대에서 다양한 장소 중에 혼인자가 직접 장소를 선정하여 45분 이내로 진행

- 2~4명 사이의 증인 참석 필요

- 주례 지정 가능 (추가 비용 있음)

- 시청 결혼식장 사용 시 주차장 무료 이용 가능 (진짜 더치스럽다)

- 비용: 480유로 (2025년 기준)


혼인신고 책자 및 서류는 (각자 시민권 국가 영사관에 혼인신고를 하기 위한 제출 용) 추가 비용을 내고 구매 가능하다. 재질에 따라 18.25유로나 39.35유로 선이다.


결혼식은 10주에서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나 일찍 예약을 해야 하는 줄 몰랐던지라 좀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미 배가 불러가고 있는데 이러다가 출산 이후에나 결혼을 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참고로 결혼식 예약 후 취소나 날짜 연기 시 높은 금액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날짜 예약에는 신중해야 한다.


결혼식 타임라인

9월 25일: 시청에 이메일로 최대한 빠른 날짜에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요청과 함께 필요 서류를 1차적으로 제출했다. 암스텔베인의 경우, 혼인자의 여권 사본, 출생신고서 사본, 현재 미혼임을 나타내는 서류, 암스텔베인 시청 결혼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며 비 EU 국가의 서류는 아포스티유를 받아야 한다.

9월 30일: 시청에서 서류를 잘 받았으니 10월 15일 모든 서류와 신분증을 지참해서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10월 15일: 혼인자 양 측이 시청에 들려 신분증 확인 후 서류에 문제가 없는지 담당자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서류 검토가 끝나자 담당자가 내년 1-2월 중에 일반 결혼식이 가능한 날짜들을 알려주었다. 남편은 어쩔 수 없지라는 표정으로 받은 날짜들을 확인하려는데 아무리 유럽이 프로세스를 따진다고 해도 사람 사는 곳이다. 내가 지금 임신 중이고, 내년이 되면 출산이 임박하기 때문에 (3월 출산 예정) 그 날짜들은 어려우니 최대한 빨리 결혼식이 가능한 날짜를 알려달라고 차분하게 요청하자 살짝 당황하던 담당자가 11월 11일에 비는 타임이 있다고 알려주어 바로 예약과 결제를 완료하고 집에 돌아왔다. 비용은 결혼 서류를 추가하여 총 516.25유로를 지불하였다.

10월 18일: 결혼식에 참석할 2인 증인들의 신분증 사본을 시청에 이메일로 보내며 11월 11일 결혼식 날짜와 시간을 확정 지었다.

11월 11일: 시청 결혼식장에서 매우 간단하게 결혼식을 영어로 진행하였다. 증인이 10분가량 늦어서 총결혼식은 20분 내외로 끝났다. (만약 증인이 사고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그냥 시청 안에 있는 사람을 데려다가 신분증만 제출하면 증인 변경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증인 변경에도 비용이 든다. ^^) 주례는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고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스몰토킹을 하다가 금세 식이 끝났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 결혼식도 올렸고, 필요에 의해하는 네덜란드 결혼이라 평상복을 입고 가서 아무런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묘했다.

11월 21일: 주 네덜란드 대한민국 영사관에 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각종 서류와 동봉하였다. 일처리가 빠른 영사관에서는 이틀 만에 서류 처리를 해주셨다. 영사관 혼인신고 등록은 해외에서의 혼인신고 이후 한 달 내에 완료해야 한다.


KakaoTalk_20260112_141713284_01.jpg 오른쪽에는 결혼식 서류 원본이 있고, 주례와 혼인당사자들이 서명해야 한다.
KakaoTalk_20260112_141915219.jpg 위의 파란색 결혼식 책자를 넘기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난 뒤 시청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때 정보를 기입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칸이 있다.


결혼식 후기

10여 분 만에 500유로를 태워버리니 너무 돈이 아까웠다. 한국에서 혼인신고하면 행정

지센터에서 무료로 끝날 일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거주하지도 않고 혼인신고를 미리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결혼할 예정이라면 주거하는 시청이나 인근 시청의 결혼식 신청 방법과 금액을 확인해 보고 차근차근히 준비해 나가면 된다. 결혼식은 신청일자부터 11주 이상 걸릴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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