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함께 마침표를 찍다
드디어 D-day가 밝았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새 집이었다. 부동산 중개인, 리모델링 업체 직원들과 함께 마지막 점검(Final Inspection)을 시작했다. 뷰잉 때 보았던 화려한 가구들이 모두 빠져나간 집은 휑한 소리가 울릴 정도로 비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여백이 우리 가족의 미래로 채워질 공간처럼 느껴져 설레었다. 15분 남짓 꼼꼼히 집 상태를 살핀 뒤, 우리는 공증인 사무소로 향했다.
공증인 사무소에 들어서니 공증인과 통번역사, 그리고 집을 판매한 업체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차례로 나타났다. 한 공간에 모인 이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워낙 좁은 나라다 보니, 암스테르담 인근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인 듯했다. 덕분에 긴장감보다는 묘한 신뢰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절차가 진행되었다.
혼후 계약서 때와 마찬가지로 공증인이 서류를 낭독하면 통번역사가 영어로 전달해 주는 과정이 이어졌다. 모든 조항에 동의하고 최종 서명을 마치자, 판매자가 드디어 내 손에 집 열쇠를 쥐여주었다. 판매자가 자리를 뜬 뒤, 공증인은 은행의 대변인이 되어 모기지 서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고 마지막 서명과 함께 모든 법적 절차는 끝이 났다.
모기지 어드바이저가 미리 준비해 준 샴페인 한 병을 품에 안고 남편과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6년 전 첫 집을 샀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낯선 시스템 때문에 혹시 사기를 당한 건 아닐까 불안해하며 2주 동안 악몽을 꾸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걱정 대신 기분 좋은 얼떨떨함만이 남았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은 짧았다. 커튼 레일 하나 없는 완벽한 '생(生)' 구축 리모델링 집이기에, 그날 오후 바로 줄자를 들고 다시 새 집을 찾았다. 텅 빈 방 구석구석을 재고 사야 할 물건 목록을 업데이트하며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나무늘보처럼 조심조심 걷던 좁은 침실을 벗어나, 이제 우리 가족은 더 넓은 세상으로 이사할 준비를 마쳤다. 번갯불에 콩 볶듯 시작된 대장정이었지만, 차근차근 파도를 넘다 보니 결국 약속된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새 집에서 아이와 함께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