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다. 가만히 앉아서 24시간 뇌를 돌리며 공상을 하고 잡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24시간 돌아가는 잡생각과 공상들을 내가 끊을 수가 없었다.
학생 때는 이게 잘못된 건지 전혀 몰랐다. 학생이란 위치는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위치였고, 해야 하는 일이 주어져 있으며, 책임감이 많이 필요 없는 그런 위치였다.
게다가 누군가 보호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게 전혀 이상한 줄 몰랐다.
내가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람들 말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건 학생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엉뚱한 말을 해도 ‘4차원’이라는 말을 하며 하하호호 웃고 넘겼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게 전혀 안 통하는 것이었다. 4차원은 무슨, 어느 순간 나는 일 못하고 집중 못하는 사람으로 찍혀 있었다. 한번 말하면 알아 들어야 할 것을 두 번 세 번 물어보는 일이 많았고, 그렇다고 딱히 적을 필요성도 못 느꼈다. 일정 관리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중요한 일을 빼먹기도 했다.
내가 심각하게 느낀 ADHD 증상은 여러 개다.
1.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한다.
나는 조용한 ADHD로 머릿속이 늘 시끄럽다. ADHD는 대부분 과잉 행동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조용한 ADHD는 과잉 행동이 없어서 판단하기도 힘들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라는 것 때문에 과잉 행동이 없어 우울증과 구별하기 굉장히 힘들다는 점이다.
이건 일하면서 내게 안 좋은 점으로 다가왔다.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무직인 내가 SF 같은 공상을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일 하는 시간에 일감을 앞에 두고 멍 때리며 머릿속으로 망상을 했다. 그리고 어느 하나에 꽂히면 잡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일에 진행이 안 됐다. 단어 하나에 꽂혀 인터넷을 켜고 검색을 해본 뒤, 또 다른 거로 이어져 검색을 하고, 또, 또, 또… 이게 무한 반복이었다.
그렇다 보니 일을 끝내야 하는 시간에 못 끝내는 경우가 많았고, 야근이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중요한 얘기를 할 때 시끄러운 머릿속을 멈추고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나는 그게 자제가 안 됐다. 중요한 얘기를 앞에 두고 내 머릿속에 집중하고, 그걸 전혀 끊을 수가 없었다.
2. 사람들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내 머릿속은 시끄러웠고 그걸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정 관리도 못하고, 일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 말이 잘 안 들린다는 거였다. 사람들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잊어버린 듯이 사람들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해도 떨어졌다. 특정 단어 하나만 제대로 들리고 그 뒷말은 삭제된 듯이 머릿속에 지워지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건 소통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고, 인간관계에서도 큰 문제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요점은 그게 아닌데, 이상한 거에 꽂혀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3. 사람들 말을 끊고 내 말만 한다.
사람들 말이 잘 들어오지 않고, 특정 단어만 제대로 귀에 콕 박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말을 끊고 성급하게 내 말부터 했다. 말 빠르기도 래퍼처럼 빨라서 와다다다 내 말을 쏟아놓고 나면 사람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왜? 애초에 대화 주제는 그게 아니었으며, 나는 엉뚱한 말을 빠르고 큰 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도 크게 생겼다.
4. 일이 여러 개 다가올 때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뭐가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 일이 여러 개 몰려들 때면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다. 이미 시끄러운 머릿속에 여러 개의 일이 다가오니 모든 게 뒤엉켰고, 사람들 말을 제대로 들으지 않으니 뭐가 중요한지 전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해도 되는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생겼고, 나중에서야 크게 혼나며 일을 성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대기업, 이름이 있는 그런 회사가 아닌 중소기업에 다녔다. 일이 동시에 들어올 때마다 정신없어하는 나를 보며 대표님은 보다못해 내게 우선순위를 직접 짜주시며 이대로만 일을 진행해라,라고 해주었다.
중소 기업인 데다가 대표님이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백수 인생이 되었을 거다.
5. 소리에 예민하다.
이건 학생 때부터 느끼고 있었던 거지만, 그저 ‘난 청각이 좀 예민한 사람인가 보다.’라고 넘겼던 거다. 그런데 이게 ADHD 증상인 걸 병원 선생님과 상담하고 알았다. 모든 사람은 소리에 예민하다. 하지만 나처럼 그렇게 화를 내지 않고, 휘둘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보통 사람도 거슬리는 소리가 났을 때 주의력이 깨질 수가 있지만, 금방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게 안 됐다. 한번 거슬리는 소리가 나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생각해도 징그러울 정도로 잔인한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을 저주한다.
상황을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 회사에 고민이 있을 때마다 걸어 다니는 뚜벅이 직원이 있다. 그 직원은 뒷짐을 지고 조용히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걸어 다닌다. 나는 조용한 신발 소리가 너무 거슬렸다. 귀에 그 신발 소리가 들어오면 집중력이 깨졌다. 그리고 분노하고 잔인한 생각을 하며 저주한다.
‘저 새끼 다리를 분질러 버려서 평생 못 걸어 다니게 할까?’
‘사고 나서 다리 못 써버렸으면 좋겠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잠깐 동안 못 걸어 다녔으면 좋겠다.’
내가 이 생각을 했을 때 당황했던 의사 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튼, 나 스스로도 저 생각을 했을 때 비정상이라고 느꼈는데, 역시나 비정상이었다.
6. 충동을 자제하지 못한다.
내 인생은 충동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게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학교 5일 동안 빠지고, 비가 오면 아프다고 거짓말 쳐서 학교를 결석하고…. 그래도 학생 때는 누군가 잡아주는 이가 있었지, 성인 때는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했다.
가장 큰 충동은 대학교 자퇴였다. 1년 동안 미치도록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는데, 롯데월드를 갔다 온 날 자퇴해 버렸다. 유아교육과를 지원했던 나는 롯데월드에 가서 어린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고, 어린아이와 나는 맞지 않다는 걸 느끼고 고민 없이 자퇴했다. 그리고 재수를 하고 또다시 대학에 붙었다. 결과는 다시 한번 자퇴였다. 이유는 그 전 대학보다 좋지 않은 학교였고, 음악이 하고 싶어서. 그저 충동적으로.
그다음에는 소비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소비 문제는 지금도 내게 가장 큰 문제다. 약효가 안 들 때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고 돈을 쓴다. 물론 다들 소비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겠지만, 나는 그게 좀 더 심각하다.
빚이 있어도 계속해서 돈을 쓰니까.
소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서 빚이 생겼다. 신용카드를 마구 쓰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돈을 쓰고, 중소기업 대출을 받아서 돈을 썼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갔다 와 모은 돈을 3개월 만에 펑펑 썼다. 뭐에 썼는지도 기억에 안 난다. 충동적으로 이뤄진 소비이기 때문에 기억에도 없다.
그리고 약을 먹기 시작한 지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게 남은 건 하나도 없다. 빚만 있을 뿐.
7. 중독에 쉽게 빠진다.
이건 ADHD라면 하나쯤 겪는 거 아닌가 싶다. 우리 가족 중 아빠, 나, 남동생이 ADHD이다. 물론 아빠는 검사받은 게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어서 의심만 하고 있는 거다.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중독에 쉽게 빠진다는 것. 아빠는 도박에 빠져서 돈을 펑펑 날리셨고, 남동생은 지금 몇 년 동안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져서 일을 안 한다. 그리고 나는 여러 중독에 빠졌었다. 학생 때는 컴퓨터 중독이었다. 잠을 버려서까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놀았다. 성인이 돼서는 술 중독에 빠졌다. 일주일에 6번 술을 마셨다. 친구들과 먹는 게 아니라면 혼술을 했다. 맥주 1.6L를 2,3 병 마시며 내 건강을 해쳤다.
나는 술을 마시면 토하는 주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 위가 많이 상했다. 저때도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토를 했는데, 결과는 역류성 식도염, 위염, 담즙 역류였지만 술을 끊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을 넘도록 혼술 하다가 질려서 끊었다. 술만 생각해도 속이 안 좋을 정도였다.
지금은 전자 담배 중독이었다. 하루 종일 전자 담배를 달고 산다. 목이 아프고 가슴이 억누르듯 아픈데도 전자 담배를 끊을 수가 없다. 언제 한 번은 큰 맘먹고 끊어야 하는데 약을 먹고 있어도 그게 쉽지 않다.
8. 시간 개념이 없다.
지각을 자주 하는 것도 ADHD 증상 중 하나다. 나도 어렸을 때 지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어렸을 때 지각했다가 크게 혼난 뒤로는 강박증이 생겨서 오히려 지각을 안 하는 편이다.
대신 지나치게 일찍 간다.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데다가 시간을 정해놓고 ‘이때 나가야지.’하고 마음먹으면 다른 일 하면서 시간을 보내 버리고 지각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준비하면 바로 나간다. 그래서 약속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30분 동안 친구를 기다릴 정도로 일찍 나간다.
9. 건망증으로 인한 강박증
자주 깜빡하는 일이 발생하다 보니 강박증이 생겼다. 그리고 앞에 내가 했던 행동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다른 생각하면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내가 앞에서 뭘 했는지 뒤돌아보면 잊어버린다. 특히 카드 관련해서 그렇다. 계산을 하고 지갑에 카드를 꽂고 뒤돌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방금 지갑에 카드를 꽂았나?’
집어넣은 지갑을 다시 꺼내 카드를 있는 걸 확인하고, 다섯 걸음 가서 또 생각한다.
‘지갑에 카드 있었지?’
안심이 될 때까지 무한 반복이다.
중요한 물건을 챙겨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가방에 넣은 걸 확인했는데, 가는 내내 확인한다. 길 가다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거고, 내가 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해서 내 마음에 안정이 올 때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10. 과몰입
그렇게 집중을 못하는 ADHD인 내가 집중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걸 할 때.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글 쓰는 거에 한번 재미를 들리면 밤새도록 한다. 다음 날 약속이 있는데도 과몰입을 끊기 어렵다. 이틀 만에 몇 만자를 턱턱 써내고, 그 순간만큼은 담배 피우는 시간도 없어진다.
이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특히 나는 아이돌에 대한 과몰입이 심했는데, 정말 모든 걸 다 때려치울 정도로 아이돌에 과몰입하는 편이었다.
걔가 내 삶이고, 나였다.
11. 문장을 읽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안 들어온다. 문장 자체가 흐릿한 기분이다. 안개가 낀 느낌? 그러다 보니 여러 번 읽어야 한다.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렵고,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는 내 눈에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회의할 때 문장으로 된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은 한번 읽고 마는 거 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세네 번은 읽어야 했다.
그래서 수능을 볼 때도 긴 글을 읽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시간이 중요한 시험인데, 한번에 문장이 안 들어오니 이해가 안 돼서 다시 돌아가 읽어야만 했다. 내게 긴 글은 약점이었다.
12. 산만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몸을 가만두지 못했다. 과잉 행동은 아닌데, 산만했다. 다리를 떨고 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든가, 몸을 비틀었다.
그렇다 보니 뒷자리 친구가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 정신 사나워.”
하지만 그게 고쳐지는가?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다리를 쉴 새 없이 떨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정신 산만하게 군다.
그 외 증상들이 있겠지만, 내가 힘겹게 느낀 증상들이었다. 아마 대부분 ADHD는 저 증상들을 가지고 있을 거고, ADHD 아닌 사람들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가끔 집중 안 된다는 이유로 ‘나도 ADHD인 거 같아.’라고 말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ADHD는 성인 때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증상들이다. 어렸을 때는 어리니까 다들 이해하고 넘어갔을 뿐, 성인이 되고 나면 그 행동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가 무조건 온다.
병원에서 상담했을 때 상담 선생님께서 내게 물어본 것이 있다.
“그 증상이 어렸을 때도 있었던 건가요?”
“혹시 그 증상 때문에 일에 피해가 있다든가, 자신에게 피해가 있었나요?”
성인 때 갑자기 생긴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한 거 아닌가 싶다. 나도 평생을 저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이상한 걸 몰랐다. 게다가 아빠, 남동생도 나와 비슷하게 생활하니 내가 알 리가 있나?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남들과 조금 다른 건 4차원이라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나도 이 증상이 있는데,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처음 병원 갔을 때 들은 얘기가 있다. 우울증과 ADHD는 증상이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그래서 ADHD 검사를 할 때, 종합심리검사 같은 걸 같이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우울증이 심하게 나오면 우울증부터 치료하고, 그다음에도 그 증상이 남아있으면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 콘서타 36mg와 우울증 약을 먹는다. 의외로 우울증이 있다고 나왔지만, 그렇게 심각한 정도도 아니고 잘 못 느낀다고 한다. 심적으로 지쳐 있어서 몸에 힘이 없을 뿐이지, 나는 우울한 감정도 못 느끼긴 한다.
ADHD 약을 처음 먹었을 때는 부작용이 세게 왔다. 식욕이 없고, 입이 말랐다.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었고, 그거 때문에 두통이 찾아왔다. 하지만 효과는 좋았다. 약을 처음 먹으면 고양감이 찾아오는데, 그게 내게는 신세계였다. 복잡했던 머리가 안개가 걷히면서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눈이 또렷해지고 매일 피곤했던 잠도 사라졌다. 망상도 멈추었고, 잡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 말이 또박또박 들어오는 것은 물론, 문장이 흐릿하지 않고 한 번에 들어왔다. 모든 일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이 고양감은 지금은 없다. 몇 주간은 그 고양감이 고팠고, 그게 약효인 줄 알았다.
그때 고양감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약효가 없는 건 아니다. 한번 집중할 때 3시간은 기본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라면 잡생각 때문에 5분마다 다른 짓하고 다른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 텐데, 지금은 스스로 끊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다.
스스로 끊을 수 있게 된다는 점
보통 사람들이라면 했던 거지만, 나는 그게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된다. 신기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게 보통 사람인가 싶다. 물론 다 고쳐진 건 아니었다. 약을 먹으면 모든 게 고쳐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 성인 ADHD는 행동 습관도 고쳐야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거다. 계획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해 무기력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하고, 산만하고, 더럽게 지내고 등.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이미 몸에 익숙해진 행동들이 약 먹는다고 한 번에 나아지지는 않는다.
요즘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더 그런 듯싶다. 진심으로 그런 고민이 든다면 나는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말을 들으며 상담받는 것보다 병원에 가서 비싼 돈을 들여 검사해보는 게 훨씬 낫다. 물론 초기 비용이 비싼 데다가 ADHD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 선생님이 내게 말한 것 중 하나가 ‘ADHD라고 생각하고 오신 분들이 검사하고 나서 아닌 경우가 꽤 많다.’였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정말 그게 내 인생에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된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거다.
나는 병원도 충동적으로 간 거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몇 십만 원주고 한 검사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내 행동 때문에 오는 피해가 컸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