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r 09. 2019

일상에서 만난 좋은 콘텐츠들

#2. 힙합: 텍스트를 정당화할 콘텍스트의 필요성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낸다.

 책, 음악, 티비 프로그램, 가십과 찌라시 등. 광범위한 범위의 콘텐츠들이 피곤할 만큼 도처에 가득하다. 그중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콘텐츠들을 갤러리, 다이어리, 인스타그램에 담아두었다. 오랜만에 정리하는 '일상에서 만난 좋은 콘텐츠들' 시리즈 두 번째, 힙합.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쇼미(쇼미더머니)다.' 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힙합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엔 CB Mass와 소울컴퍼니 노래를 엠피쓰리에 담아 들었고, 배치기 무웅이랑 결혼하고 싶었다. 성인이 된 후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지어 씁쓸한 마음까지 들었다. 스무 살 때 서울에 상경하자마자 홍대 브이홀을 다니며 재지팩트의 공연을 봤다. 그땐 빈지노랑 썸이라도 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금발의 그녀를 보며 몰래 이불을 찬다. '힙찔이'를 자처하며 쇼미더머니 시즌1부터 열광적으로 사수했다. 이제 더 나올 랩퍼도 없다며 단물 빠진 프로그램이라 욕하는 여론을 비웃듯 매 시즌 더 큰 재미를 선사하는 엠넷 제작진들에게 마음깊이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내겐 jtbc와 동급으로 신뢰를 가진 엠넷에서 '고등래퍼'를 방영한다고 했다. 엄청 욕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등학생들이 인생과 사랑, 크루들의 우정과 인류애를 어떻게 가사에 담아낼 수 있겠냐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어느새 하민이가 누나에게 다시 옷을 뺏어가 달라하자 그 누나와 같이 울고, '아침에' 세 글자로 길거리를 넘어 힙합씬마저 장악한 홍원이의 깡에 감탄하고, 하온이의 '우린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라는 물음에 함께 고민했다.


 


 역시 이번 시즌의 고등래퍼도 기대가 된다. 예전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을 제작진들을 믿는다. 내가 이번 시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상은 바로 이거다. 1분짜리 지원 영상인데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기운이 느껴진다. 꼭 보기를!

고등래퍼 지원영상- 권영훈
https://www.instagram.com/p/BrP0X0fns8K/?utm_source=ig_web_copy_link



 주류가 돼버린 만큼 이런 힙합음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급식 잘 먹고 자란 효자들이 mother fuck을 외치다 갑자기 엄마 내가 돈 벌테니 고생 그만하라며 울고, 쥐뿔도 없으면서 flex(돈자랑)를 외쳐대는 찌질한 한국힙합에 대한 조롱이 가득하다. 그런 세태를 꼬집는 글을 읽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해서 명치가 아프다.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혼자 화난 래퍼들' 이 제목이다.


http://www.ziksir.com/ziksir/view/4948


 글쓴이는 미국 힙합과 비교하여 한국 힙합을 꼬집으며 이렇게 말한다. '텍스트를 정당화할, 텍스트를 낳은 콘텍스트가 있어야 한다.'고. 힙합을 넘어 넓은 의미로도 이 문장은 해석이 될 수 있다. 본인이 내뱉는 말이 힘을 얻기 위해선 그것들을 받쳐줄 수 있는 맥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창모가 덕소를 할렘가와 같이 말하자 많은 남양주 시민들이 어이없어한 것처럼. 한국 힙합이 단순히 롤렉스를 차고 마세라티 옆자리에 여자를 태워 다니다 그녀를 bitch라 욕하는 걸 넘어 다양한 텍스트를 담았으면 하고 바란다.


 어찌 되었던, 힙합은 한 문장에 담을 수 있는 단어가 다른 음악에 비해 훨씬 많다. 표현이 허용되는 범위도 넓다. 7만원짜리 마이크를 사서 방에서 문 닫고 녹음하는 효자들의 swag을 보여줄 수 있는 한국 힙합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번 고등래퍼도, 새 시즌 제작이 확정된 쇼미더머니도 어떤 새로운 힙스타를 배출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씨잼의 일침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랩이나 잘하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서 만난 좋은 콘텐츠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