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통)하는 IT이야기
어쩌다 보니 직장생활의 1/3은 통신, IT 관련 일을 1/3은 방송, 미디어, 콘텐츠 관련 일을 나머지 1/3인 현재는 은행, 금융, 핀테크 관련 회사에서 글을 쓰면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통신, 방송, 금융 이 세 분야는 스마트폰이 본격화된 이후(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순서대로 가장 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무척 역동적인 산업들입니다. 통화는 메신저로 전환됐고, TV를 보던 시간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은행에 가서 봐야 하던 일도 이제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해결 가능하죠. 다른 관점으로 정리해 보면 소비자들의 생활을 가장 많이 변화시키고 있는 주역들이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오면서 위 세 산업은 규제 완화 기조와 해외 서비스의 국내 진입 등과 맞물려 더욱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개별 사업자 관점에서 보면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져다준 SKT/KT, KBS/MBC, 국민/하나은행과 같은 기존(Legacy) 사업자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축소되고 새롭게 등장한 뉴페이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시작하는 전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 디즈니+, 토스 같은 사업자들이죠.
사실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만 본다면 기존 사업자도 '성장'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말한 '축소'의 의미는 해당 산업이 만들어낸 엄청난 부가가치 내에서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미래가치의 척도인 주가가 제자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의 거래액이 5년 만에 10조 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통신사는 그저 이용자들에게 주문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연결에 필요한 인터넷을 제공해준 것 외에(늘 하던 일)는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소비자들이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겪어본 임직원들은 위기라고 말은 하지만 아직도 자신들이 이 모바일 세상에서 뭔가 큰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노력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는 없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를 한번 볼까요. 이제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IPTV사업보다 더 작은 규모(2019년 기준 지상파 3사 매출은 3.5조 원으로 통신 3사 IPTV 매출 3.8조 원에도 역전당함)로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보유한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상파 DMB, Pooq, Wavve까지 매번 계속된 실패를 반복하고 있죠.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지상파 사업자가 핵심(Main)이 돼야 한다는 고집의 결과라는 걸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과연 경쟁상대라고 말하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비해 더 나은 가치를 주고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은행도 여기서 예외는 아닙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같은 이른바 4대 시중은행은 3,000만 명 이상의 고객과 1,500조 원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사업자들입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2017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아직 자산규모가 30조도 안 되는) 시장에 발을 내디딘 이후에도 마치 카카오톡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의 통신사처럼 큰 위기감이 없어 보였죠. 불과 3년 반 만에 카카오뱅크의 월 이용자 수가 시중은행 모바일 앱 이용자 수를 추월했습니다. 게다가 금융 앱 중 가장 사용자가 많은 Toss의 토스뱅크가 올해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의 신년사들을 보면 빅데이터, AI와 같이 몇 년째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향후 흐름이 모바일로 더 수렴해간다고 보면 정말 큰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제 기분 탓일까요?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2/2020072201961.html
물론 이들도 앉아서 놀지는 않습니다. 대응하고자 이런저런 앱들도 많이 출시했죠. 국민은행이 운영 중인 앱만 20개가 넘고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은행은 위비톡이라는 메신저도 운영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큰 관심도 없지만 해당 앱들이 출시됐을 때 기사들을 보면 장밋빛 전망들이 넘쳐났고 조그만 성과에도 크게 극찬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결과는 보잘것없었고 지금도 AI니 빅데이터니 갖은 좋은 기술들은 다 가져다 붙여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후에 다루겠지만 이런 이유로 은행의 마이 데이터 사업도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이 매거진을 쓰게 된 이유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흔한 말로 인재들이 넘쳐나는 저런 큰 대기업들이 왜 삽질을 하고 있을까? 또는 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도 알아보고 특히 통신/방송/금융 이 세분야에 대해선 나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보고 향후 성장 아니 생존의 기회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신문/방송 기사에서 나오는 뉴스 중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이슈도 공유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담아보면서 한 명의 직장인 투자자 관점에서 좋은 투자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정기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한 번 같이 가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