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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식 Sep 11. 2019

[7]종업원대표이사제와 노동이사제, 그게 그거 아닌가요

[A-7] 종업원대표이사제와 노동이사제, 그게 그거 아닌가요?


서울시는 2015년부터 노동이사제(애초의 명칭) 도입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시작했다. 이듬해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서 이 제도를 도입할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고, (2018년 3월 현재) 근로자 100인 이상으로서 의무도입 기관인 16개 기관에서 22명의 근로자(노동)이사가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애초에 이 제도의 도입에 관한 논의를 보도하는 신문기사를 봤을 때, 독일의 관련 제도를 알고 있는 필자도 서울시가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노동이사라는 용어로 봤을 때는 독일의 경영이사회의 노동이사(Arbeitdirektor)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가, 설명하고 있는 제도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는 또 종업원대표이사제(혹은 근로자대표이사제)를 말하고 있는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종업원대표이사제와 노동이사제, 그게 그거 아닌가?

출처: https://de.dreamstime.com/stockbild-mann-fraglich-image16527711

서울시에서 발행한 근로자(노동)이사제에 관한 백서에 따르면, 이 제도는 독일의 공동결정법(앞 글에서 기술한 3 가지 법률: 공동결정법, 1/3-참여법, 몬탄공동결정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벤치마킹 했다는 그 제도의 원형은 어떤 것인지 한번 살펴보자.


창의성을 설명하는 여러 표현 중에서 유독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유사하게 보이는 것들 중에서 다른 점을 찾고, 다르게 보이는 것들 중에서 유사한 점을 찾는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다르게 생각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나라의 제도를 '창의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제도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첫번째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히 요약해 보았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감독이사회를 통한 종업원대표이사제, 노동이사의 선임 및 역할, 그리고 경영이사회에 관해 아래에 보충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보충' 부분은 무시하시라.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라고 할 때는, 감독이사회를 노사 동수로 배분해서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제도(기업 차원의 공동결정제도)와 사업장협의회에 경영참여권을 부여해서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제도(사업장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를 말한다(‘6.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후반부 참조).  


공동결정제도 중에서 감독이사회에 노동자를 참여시키는 제도를 별도로 ‘종업원대표이사제’라 부른다. 종업원+대표이사제가 아니고, 종업원대표+이사제이다. 종업원 대표를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이다. 종업원, 근로자, 노동자는 같은 의미이니, 어떻게 부르던 상관은 없다.


이원제 이사회제도란,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가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이사회는 일원제 이사회라 부른다(단층 구조).


노동이사란, 경영이사회 이사 중 한 명으로서 인력관리를 책임지는 (상임)이사를 말한다. 대기업의 경우 요즘에는 CHRO(인력담당 최고 책임자)라고 불릴 것이다. 몬탄공동결정법과 공동결정법에서 특별히,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이사(Arbeitsdirektor)를 선임하여 회사의 인사와 사회적 사안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결정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기업 차원과 사업장 차원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는 기업의 감독이사회(Aufsichtsrat)의 구성을 노사 동수(또는 1/3 대 2/3)로 강제하고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몬탄공동결정법(1951년), 공동결정법(1976년) 그리고 1/3-참가법(2004년)으로 규율되고 있다.


사업장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는 사업장에서 사업장협의회(Betriebsrat)를 구성하여 노동자의 경여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로서, 사업장기본법(1952)으로 규율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대표적으로)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에 따라 노동자측 이사가 절반을 차지하는 감독이사회를 통해서, 그리고 사업장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에 따라 경영참여권을 보장받은 사업장협의회를 통해서 실현되는 제도이다.


이원제 이사회제도


독일의 기업은 두 개의 이사회로 구성되어 있다(복층 구조).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이사회(Vorstand)와 그 경영이사회를 관리 감독하고, 경영이사회의 이사를 임명 및 면직하는 권한을 가지며, 회사의 장기 전략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감독이사회(Aufsichtsrat)가 그것이다. 우리와 다른 이러한 시스템을 이원제 이사회제도(Two-tier Board System)라고 부르는데,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네덜란드가 채택하고 있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및 이원제 이사회제도의 개념도(출처: 자체 작성)

종업원대표이사제 유감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이 있다. 학문을 하는 자세로서 공리공론을 물리치고 사실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필자는 다른 해석을 지지하는 편이다. 즉, 일을 실하게 하고, 마땅히 그러해야 할 바를 구한다.


 '구시'의 해석을 사물의 개념과 정의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고 있다. 하려고 하는 일의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에게 최신 내비게이션이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뭘 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예 아무것도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겠는가.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동이사제 또는 근로자이사제는, 독일의 '기업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것은 서울시에서 발행한 백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위에서 그리고 아래의 '보충'에서 설명하듯이, 용어가 독일제도의 '원형'과 뒤섞여 있다. '구시'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소리를 하다가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노동이사는 독일의 이원제 이사회 시스템에서 경영이사회의 이사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노동이사는 회사에서 인사 및 종업원의 사회적 사안(구성원간 사회적 관계의 형평성 유지와 관련된 사안을 말한다)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이다. '종업원대표+이사제'는 종업원 대표를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제도이다. 노동이사는 '종업원대표이사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외국제도를 모델로 했다고 해서 명칭까지 같을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모델로 삼았던 제도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용어(노동이사)를 종업원대표이사제를 도입하면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면 너무 무심한 작명이다.


공동결정제도의 또 다른 축, 사업장협의회


공동결정법에 따른 종업원대표이사제 또는 근로자대표이사제가 기업의 '머리'에 해당하는 이사회에서의 공동결정에 관한 것이라면, 사업장기본법에 따라 사업장협의회에 부여된 경영참여권은 기업의 '팔다리' 부분에서의 공동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한 '세트'로 움직이는 제도임을 안다면, 사업장협의회를 빼고는 공동결정제도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글은 사업장기본법과 사업장협의회에 관한 것이 되겠다. 사업장이라는 현장에서 '협력'을 통해 노사간 관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사업장협의회를 통한 경영참여이다.


[보충] 감독이사회를 통한 노동자대표이사제


몬탄공동결정법과 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감독이사회의 구성에 관해서 살펴보자. 먼저 각각의 법이 적용되는 대상 기업이 다르다. 몬탄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은 제철 및 광산채굴업을 주로 영위하는 상시 근로자 1,001명 이상의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이고, 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은 상시 근로자 2,001명 이상의 주식회사, 주식합자회사, 유한회사 및 협동조합이다(참고로, 1/3-참가법의 대상 기업은 상시 근로자 501명 이상, 2,000명 이하의 주식회사, 주식합자회사, 유한회사, 상호보험조합 및 협동조합이다).


독일 기업의 감독이사회(Aufsichtsrat)는 이 두 법에 따라 노사 동수로 그 구성이 강제된다(이때 노동자측의 몫으로 배분된 감독이사회의 구성원을 노동이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필요적 상설기관)에 노와 사가 동일한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상시 근로자가 501명 ~ 2000명인 경우, 1/3-참가법에 따라 노측 감독이사회 구성원은 1/2이 아니라, 1/3이 배분된다). 이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이사(Arbeitsdirektor; worker director)를 선임하는데, 위 두 법은 노동이사의 선임절차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몬탄공동결정법(Montan-Mitbestimmungsgesetz)에 따르면, 상시 종업원(경영학에서는 주로 종업원이란 용어를, 노동법에서는 근로자 또는 노동자란 용어를 쓴다. 이 글에서는 그때그때 혼용해서 쓴다) 수가 1,000명을 초과하는 대기업에서는 감독이사회 구성원(이사)의 수가 11명인데, 이 중 5명은 주총에서 선임되는 주주측 이사이고, 5명은 노동자측 이사,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중립적 인사가 선임된다.


그리고 5명의 노동자측 이사 중에서 2명은 해당 기업의 종업원 중에서 사업장협의회가 비밀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며, 해당 기업이 속한 (산별)노조 및 그 상급단체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되고, 나머지 3명은 (산별)노조의 상급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역시 사업장협의회가 비밀투표를 통해서 정하게 된다.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수는 납입자본의 크기에 따라 15명, 2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동결정법에 따르면, 상시 종업원 수가 2,000명을 초과하는 (10,000명 이하의) 대기업에서는 감독이사회 이사의 수가 12명인데, 이 중 6명은 주총에서 선임되는 주주측 이사들이고, 나머지 6명은 (산별)노조 추천의 2명과 해당 기업내 종업원 중에서 4명이 선임된다. 종업원 수가 많아지면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수는 16명, 2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보충] 노동이사의 선임 및 역할


몬탄공동결정법(1951)에서는 경영이사회의 노동이사(Arbeitsdirektor)는 감독이사회의 노동자측 이사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몬탄공동결정법이 적용되는 기업에서의 노동이사는 공동결정법(1976)이 적용되는 회사의 노동이사와는 달리 종업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몬탄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이사의 선임절차에 따르면,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의 노측 이사가 표결로서 선임한다. 따라서 몬탄공동결정법에 따른 노동이사는 산별노조(또는 사업장협의회)가 추천하고, 사업장협의회(또는 산별노조)가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공동결정법(1976)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이사의 선임절차는 좀 더 까다롭다. 1차 표결에서 부결되면 감독이사회의 의장, 부의장, 노측 이사 1인 그리고 사측 이사 1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재차 표결하고, 다시 가부동수일 경우에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여 결정한다.


참고로, 감독이사회에서의 통상적인 사안의 결의는 1차로 단순과반수로 표결하고, 가부동수일 경우 재차 표결하며, 이 또한 가부동수일 경우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여 최종 결정을 한다. 이처럼 독일 대기업의 최고의사결정에서는 노동자 측의 목소리가 주주측의 목소리와 동일하게 반영되지만, 감독이사회의 의장에게는 첨예한 의사결정의 경우에 발생 가능한 노사간 가부동수의 상황에서 2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법에 규정함으로써, 굳이 따지면 주주 측의 목소리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영이사회의 이사 중 한 명인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해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경영이사회의 이사로서 감독이사회에 대하여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이해와 고충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회사가 정한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을 독려하기도 해야 한다. 회사가 종업원에게 요구하는 것과 종업원이 회사에 요구하는 것을 최적의 조합으로 조율하는 역할과 함께, 이사회에서 인사노무관리에 관한 전문가로서 다른 경영이사회 이사들에게 자문역할을 하면서 인사노무에 관한 전략을 기업 전체의 전략에 정렬하여 수립 및 운용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이, 노조 친화적인 노동이사는 몬탄공동결정법의 적용 대상 기업에서 그렇고,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는 회사의 노동이사는 더 이상 노동친화적인 요인이 노동이사 선임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인사노무 분야의 전문적인 능력이 결정기준이 된다.


광산업 및 제철업의 퇴조로 몬탄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현재 대다수의 노동이사는 공동결정법(1976)의 적용을 받는 기업의 노동이사이며, 주로 직함도 인사담당임원(Personalvorstand; CHRO)이다. 참고로, 1990년대에 국영기업이었던 철도, 우체국(텔레콤)이 주식회사 형태로 민영화되면서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는데, 이 회사들의 노동이사는 대부분 친노조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바 있다.


[보충] 경영이사회


경영이사회(Vorstand)도 감독이사회와 마찬가지로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합의체(kollegiale Führung; board)이다. 경영이사회에서의 (보통)결의는 단순과반수로서 행해진다. 위에서 경영이사회의 구성원은 감독이사회에서 선임된다고 하였다. 노동이사(Arbeitsdirektor; worker director)는 위에서 언급한 몬탄공동결정법과 공동결정법에 따라 감독이사회가 임명하는 이사로서, 경영이사회의 여러 이사들 중의 한명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선관의무 등).


경영이사회의 이사는 분기별로 최소한 1회 이상 개최되는 감독이사회에 출석하여 자신이 경영관리의 책임을 맡은 소관영역에 대한 보고를 함으로써 관리감독을 받고, 감독이사회 이사와 함께 정기주총에서 해당연도의 경영활동에 대하여 면책(책임해제)을 받음으로써 한 회계연도를 마무리하게 된다. 경영이사회의 이사별 경영관리 영역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정관의 임의적 기재사항인 경영이사회 이사의 업무분담규정(Geschäftsordnung)에 따라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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