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은 대립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1

사회변화를 위한 가톨릭 사회교리의 이해

by 하성식

세상의 모든 것은 대립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너, 음과 양, 행복과 불행, 빛과 그림자, 풍요와 빈곤,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 비관주의와 낙관주의, 상행선과 하행선(오르막과 내리막), 자본과 노동,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 자유와 평등, 성장과 복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재정주의자와 통화주의자,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자본주의, 수직조직과 수평조직, 전쟁과 평화,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


하다못해 동전에도 양면이 있다고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꼬집었고, 패티 김도 세상의 이 미묘한 역설을 노래로 호소했으며(제목도 빛과 그림자다!), 주말 골퍼들은 오늘도 그린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는 부부싸움의 장면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지 않은가. 사회도 마찬가지다. 셀 수 없이 많은 대립과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립은 갈등일까? 세상 모든 것이 대립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렇다면 그 결말은 항상 갈등으로 귀결될까?


프랑스 대혁명의 정치구호는 “자유, 평등, 형제애가 아니면 죽음을!”이다. 여기에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자유가 강조되면 평등은 약해지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는 제약된다. 이 모순적인 두 개념을 무모순의 관계로 만들어 주는 것은 “형제애”이다. 형제애를 통해 자유와 평등은 모종의 조화를 이루어 공존이 가능하게 된다.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한다면 타인의 평등한 권리를 침해할 만큼 자신의 자유를 강하게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자유를 부정할 만큼 강하게 나의 평등만을 주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자유, 평등, 형제애”라는 슬로건에는 대립하는 양자를 화해시키는 삼위일체식 사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때의 삼위일체식 사고란, 각각은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본질은 모두 동일하고 그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고를 말한다.


가톨릭 신학에서는 신앙의 권위에 대해 3 가지의 원천을 말하고 있는데, 성경, 성전과 교도권이 그것이다. 이 중 교도권(Magisterium)은 교황과 주교들의 가르침에 대한 권위를 의미한다. 개신교가 권위의 원천에 대해 오직 성경만을 얘기하는데 반해, 가톨릭은 이처럼 성경 외에도 교황에게 하느님의 계시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전하는 공식적인 권위인 교도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이 교도권을 바탕으로 하여, 때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사회에 대한 입장을 “회칙(Papal Encyclical)”이라는 형식으로 발표해 왔는데, 이 회칙의 내용들이 매우 진보적이고, 여러 분야의 제도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충분히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기에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사회교리란, 가톨릭 교회의 윤리적 교리 체계를 의미하는데, 교황의 회칙은 공의회문헌, 공식교리서 등과 함께 사회교리의 내용을 구성한다.


다음 글에서 주요 회칙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아마 많이 놀라실 거다. 이어서 소개하는 사회교리주요 원리들로부터 우리가 열망하고 있는 사회제도의 개혁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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