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요즘 아주 재밌게 하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 5명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된다. 게임의 승리 조건은 상대방 팀의 '넥서스'를 부수는 것이다. 이 '넥서스'를 부수기 위해서 상대 팀원들을 모두 사살하거나 방어 타워를 모두 부순다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나는 이 게임을 열심히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티어(브론즈부터 첼린저까지 있다.)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가장 낮은 티어를 벗어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게 있었다.
이 게임에서 나는 언제나 포기가 참 빠른 편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시작할 때 원래 생각했던 계획이 틀어지거나, 예상에 없던 피해를 입었거나, 내가 아닌 우리 팀원이 많은 피해를 입으면 거의 지체 없이 포기를 해왔다.
그래서 최근에 시도했을 때는 '포기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시작해봤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어차피 안 될 게임을 왜 질질 끌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차피 게임은 즐기는 건데 왜 힘들게 하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게임 안에서 나는 '쉽게 포기'하는 게 습관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더라도 이걸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낮은 티어를 벗어나게 됐다.
가장 낮은 티어를 벗어나자는 목표를 달성한 후 이런 포기하는 습관이
내 지난 20대와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게임에서 처럼 내가 계획한 것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시도하던 중에 그 계획을 그만두기도 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일 때문에 내 진로를 변경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더라도 내가 게임에서 질 수도 있는데,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내가 투입한 노력보다 더 큰 실망을 스스로에게 했다.
게임처럼 내 인생도 특별하지 않았다. 이 게임을 할 때처럼 명확한 목표를 갖고, 스스로를 담금질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지난 20대에는 몰랐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게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인 것처럼, 이 사회 속에서 무수히 많은 88년생들 중 한 명일 뿐인데,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계획과 다른 일이 발생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 내 길이 아닌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포기했던 것이다.
게임에서 확실하게 지는 방법은 '포기'하는 것이다.
당신이 유리한 상황에 있다거나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하는 것은, 당신 스스로가 '포기'하겠다는 생각보다 게임의 승패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
뭔가 결과물을 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건보다도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의 20대나 지금의 많은 20대에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흙수저라서..
나는 나이가 많아서..
나는 자격증이 없어서..
나는 공부를 못해서..
분수를 아는 것과 애초에 자신의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
분수를 아는 것은 현 상황에서 내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아는 것이고,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이 조차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오지 못할 20대를 포기의 기록들로 채워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