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작가가 된 후 처음으로 300명 정도 되는 중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진로’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90분이 주어졌고 여기엔 쉬는 시간 5~10분 정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첫 강연이었지만 시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게다가 강연을 하는 건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반가운 기회였다.
하지만 하나 우려되는 게 있었다.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작가로의 나의 위치는 좀 애매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내 커리어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움이 있었고 그게 강연에 대한 자신감을 꺾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꼭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때 호소력 있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명 유튜버나 블로거도 아니면서 책을 낼 수 있었던 나의 경험을 토대로 진로 선택 정보와 더불어 학생들이 현 위치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전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글재주가 없고 특별하지 않았음에도 출판사와 계약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첫 책은 “백만 원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오기”로, 여기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에 준비할 내용,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방법, 혼자 영어 공부 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현지 어학원에서 TESOL 자격을 취득한 후 해당 어학원에서 인턴 강사로 일했던 독특한 경험도 담겨 있다.
한시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라는 특수성과 한국인으로 현지 어학원에서 인턴 강사로 일한 경험과 같이 특이한 경험이 있었기에 책 한 번 써보지 않았던 대학생이던 내가 부족하지만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집필하면서 나는 재밌었고 크게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이유는 호주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경험한 것들을 풀어내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워킹홀리데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기억나는 일도 그때만큼 생생히 묘사할 자신도 없었다.
바로 이점에 착안해 학생들도 바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소재를 던졌다. 바로 중학교 3학년이라는 다시 오지 않을 시기에 학생들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사회든 나 자신이든 이야기를 풀어내 보라는 것이었다. 공교육을 받지 못할 상황이 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중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를 지나지만, 그때의 생생한 감상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브런치’와 같이 조금씩 계속 기록할 수 있는 좋은 글쓰기 플랫폼도 있기에 한 번에 책이라고 부를 정도의 분량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날 꽤나 많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오전에 1회, 오후에 1회 강연을 했는데 오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질문을 남겨 강연 시간을 줄여야 할 정도였으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강연이 끝나고 나를 섭외해 주신 선생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내가 짧게 ‘브런치’를 통해 연재했던 글을 보고 연락하셨다고 했다. 내가 냈던 책들이 유명하진 않았으나 내가 쓴 흔적들이 남아 이렇게 강연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처럼 글재주가 부족한 사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원하는 바를 얻을 때까지 조금 시간이 많이 필요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