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독자 대부분이 지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책과 관련된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스토리를 만드는지 묻는 분들도 있다. 내가 쓴 9권 중 3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소설이라 내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나도 특별히 배운 게 아니다 보니, 질문을 받고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나’ 생각하게 됐다. 매번 어떤 계기로 책을 썼다고 기록해 둔 게 아니므로 다소 오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난 주로 영화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그래도 당신은 아름답다”라는 책은 친구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듣게 된 배경음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페에 나오던 음악을 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니 마치 나와 친구를 대학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 것이다. 누구든 과거를 생생하게 회상하게 하는 도구가 있을 것이고, 특히 음악은 유행하는 시기가 있어 그 시점과 기억이 더욱 생생할 것 같았다. 그런 특징을 활용해 써본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작품이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바로 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스토리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건 별개의 일이다. 그래서 난 아이디어를 써두고 며칠 동안 살펴보며 이걸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해 본다. 그러면서 여기에 붙여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덧붙여 본다. 이 과정에서 붙여 본 내용이 재밌거나 이야기의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보통 이를 체계화하여 소설로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며칠, 몇 개월 시간을 보내며 마음에 드는 게 떠오를 때마다 조금씩 끄적이다가 언급한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 동안 스토리에 필요한 자세하게 설정이나 진행 과정을 정하진 못하더라도 대략적인 흐름을 만들고, 포인트가 될 부분 - 예를 든 “그래도 당신은 아릅답다”의 경우 음악을 들으면 과거 어느 시점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과 이를 이야기의 큰 흐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을 구체적화 했다.
이후에는 매일 쓰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매일 A4로 5장, 10장씩 쓴 적도 있는데 이렇게 양에만 치중했더니 오히려 흐름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그냥 마감 기한만 정해두고 계속 쓰는 게 중요하고 잘 써질 때는 최대한 많이 쓰고 잘 안 써질 때는 써온 내용을 읽으며 흐름이라도 파악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원고가 만들어지는 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과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를 표현하려고 하니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러니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여기서 실망하지 말고 이를 과정이라 여기며 계속 쓰는 게 중요하다.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구상한 아이디어도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품도 완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든 “그래도 당신은 아름답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스토리를 만들 때만 해도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내가 쓰는 과정에서 필력이 부족한 탓인지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표현의 부분은 사실 나도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냥 계속 써 나가는 것 이외에 방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경험한 부분이 있다면 표현하는데 독자들에게 조금 더 와닿게 묘사할 수 있었으므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해보거나 어렵다면 체험한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