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쓰고 본전도 못 찾는 법

글이나 돈이나 그냥 쓰면 안 된다

by 하상인

돈을 쓰고도 본전도 못 찾는 경우가 있다. 돈 갚을 못하는 일들은 여러 상황에서 일어나지만, 주로 선물하거나 대접할 때 일어난다. 두 행위 모두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그 성의가 보이게끔 준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를 달성할 가장 쉬운 방법은 어느 정도 비용을 들이는 것이다.(학생 등 나이가 어리다면 돈 대신 정성을 들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쓰고도 본전도 못 찾을 수가 있다. 목적에 맞지 않는 선물을 산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대접하면 그렇게 된다.


이렇게 많이 "쓰고"도 본전도 못 찾는 일은 비단 비용(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글쓰기에서도 그저 '많이 쓴'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내가 그저 많이 쓰기만 하는 글쓰기에 의문의 가진 것은 얼마 전 'SNS로 성공한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이유'와 같은 문구를 보면서다. 이 문구를 본 나는 여러 자기계발서에서도 성공과 독서의 연관성을 언급한 책들이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매년 100권 이상 독서를 하고 있는 데 성공한 것 같진 않은데 뭐가 문제일까?'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를 지키고 있는 "역행자"(자청 지음)에도, 저자가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은 후 성공한 사람들이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며, 글쓰기 및 생각하기와 함께 '독서'의 중요성이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난 어느 측면으로 보나 성공한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막연하게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고 하니 나도 봐야겠다'의 마음으로 내 미래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막연하게 읽기만 하면 나도 언젠간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역행자"에서도 말하듯, 그저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못 갖고 있던 생각을 무너뜨리고 잘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만들기 위해 자의식 해체 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보라고 했다. 즉, 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정확히 존재했다.


난 정확한 목적이 없이 읽었으니, 그저 많이 읽기만 한 사람이 된 것이다. 많이 읽기만 한 사람을 찾는다는 구직 사이트의 글을 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누구도 그저 읽기만 한 사람을 찾지 않는다. 시장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저 읽기만 한 나는 막연하게 '나도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글쓰기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저 쓰기만 하면, '많이 쓴 사람'이 되는 것이지, 성공한 작가가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매번 책을 내겠다는 목적으로 썼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고, 요즘 어떤 글이 잘 팔리는지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쓴 글은 많이 팔리거나 많이 읽히는 것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때문에 쓰기 전이라면 당연히 무엇을 왜 쓰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이 에세이의 경우, 지금까지 써 보지 않은 에세이를 만들겠다는 마음과 글과 관련된 경험을 축적해 향후 강연에도 이용해 보겠다는 생각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팔리는 글을 쓰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만약에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쓰되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무엇을 왜 썼는지 물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얻게 될 결과물과 평가로 그간 자신이 해온 노고를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든 글이든 쓰기만 해선 본전도 못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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