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던 2013년 여름, 우연히 책을 써보겠다고 결정했다. 나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를 들은 후배가 '연재'를 권했으나, 정기적으로 써야 한다는 귀찮음에 "차라리 책을 쓰겠다."라고 답한 걸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6월부터 7월까지 1개월 동안 초고를 썼고, 그다음 1개월 동안 퇴고와 함께 기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출간 계약을 하게 됐고 이 원고는 2014년 "백만 원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녀오기"로 세상에 나왔다.
재미로 시작했지만, 책을 읽고 메일을 보내는 소수의 독자와 모교에서 내 책을 읽은 대학 후배의 블로그 댓글 등이 그간 갖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 마디로 '글쓰기의 영향력'을 체감한 것이다.
이후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나는, 문자 그대로 나와 같은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 위한 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발생하는 수입을 모두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약 6개월 동안 20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 19명의 인터뷰를 담아 출간했다.
그렇게 "20대, 20대에게 길을 묻다"가 탄생했다.
이후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것 같았지만, 뭔가 아쉬워 평소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 작품을 한 번 써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만든 첫 소설이 "정당한 살인교사"였다.
아마도 이때 나는 '쓴다는 행위'에서 재미를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이후 친구와 떠들다 '지질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세울 것 하나 없고 손대는 일마다 성과가 나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소설 아이디어로 탄생했던 것 같다.
미흡하고 미숙하고 재정은 미미했다. 그래도 일이 끝나고 방 안에 틀어박혀 혼자 구상하고 쓸 때면 머릿속으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아 즐겁고 재밌었다. 그렇게 "그래도 당신은 아름답다"가 만들어졌다.
이후 나는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와 "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를 만들었다. 스릴러, 지질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의 결말 그리고 서로 다른 성향의 형제 이야기를 담았다.
그렇게 나는 2019년까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책을 출간했다.
매년 쓰겠다는 건, 외부로 표현하지 않은 나와의 약속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확실한 건, 매년 쓰겠다고 친구와 약속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2020년 나는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 쓰긴 했지만 확신이 없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쓴 글이 아까워 슬쩍 친동생에게 어떤지 이야기를 흘려보았다.
"괜찮은데?"
이 말 한마디에 사실상 초고나 다름없었던 글을 다시 꺼냈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결말을 대폭 수정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그렇게 떠났고 다시 만났다"이다.
평소 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는 내게, 이 책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들었던 유일한 책이 됐고, 남은 재고가 5부밖에 안 되어 재판을 하거나 절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내 작품 중 최초의 책이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지, 아니면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지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라는 안도감,
'많은 부수는 아니었지만 다 팔렸다니!'라는 기쁨 사이 그 어떤 감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8번째 도서 "이모작"이 얼마 전 출간됐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만든 책인데 반응이 별로 없어 두려움에 떨었는데, 블로그 이웃도 아닌 한 분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혹시 실화 아닌가요?"
이렇게 내 8번째 도서에 소중한 첫 관심을 보여준 이 분은 아래와 같은 글로 시작하는 멋진 서평을 남겨주셨다.
*전문은 하단 링크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schae/223043640650
저자로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누가 말하길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보고 어떤지 평가하라고 하는데, 지금이 내게 그런 순간이 아닐까란 생각에 늦은 밤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
책을 쓰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하고 보니,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 글쓰기와 책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짧지 않다는 것도 다시금 느낀다. 어떤 일이든 확실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잘 선택하지 않았던 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끝으로 앞으로도 계속 쓸 나에게 하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책을 쓰는 그 순간마다 일희일비하는 감정이 오고 가겠지만 그래도 쓰는 게 좋을 것 같단 것이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지드(프랑스 소설가)